그날. 지나가던 교수님까지 뒤돌아 볼 정도로 예쁘던 여학생을 쫓아가 '대쉬'를 했지..그리고 추풍낙엽. 번호표를 받았지. 298번. 그날 지난 새벽 눈이 내리던 것처럼 눈이 펑펑 내렸는데 외로운 가로등이 달린 어느 전봇대를 붙들고 울었던거야. 어깨에 쌓인 눈만큼..슬픔도 쌓여갔었지.
다음해 딱 이맘때..사랑이 꽃피는 동네 여관을 지었지. 노가다. 우연히 만난 그 여학생이 '너무 반가워' 아는 척을 했더니 먼지투성이의 나를 보더니 흠찟 하더군. 그리고는 후르륵..마침 나타난 '멋쟁이' 남자친구. 그 친구의 좋은 차를 타고 사라져 버린거야.
껍데기 뿐이던 여관의 옥상에 앉아 멍하니 먼산을 바라 보는데 눈물이 나더군. " 아 나는 인생을 시작을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하며 말이지. 그리고 그날밤도 오늘 처럼 눈이 왔었지. 또 전봇대를 붙들고 결국 울고 말았어. 내리는 눈 만큼 슬픈건..세상에 없더라.. 이말이지.
친구가 스키를 타러 가자 했어. 가뜩이나 눈이 슬픈 사람에게 그런말을 하니까 내리는 눈 만큼 패주고 싶더군. 그런데 그..아리따운 친구가 온다는거야. 다시 내리는 눈만큼 기쁘더군.
꽃단장을 하고 무주로 갔지. 그리고 마음이 무주공산이 되어서 온거야. 이세상 쌓인 눈만큼 예쁘던 그 친구를 둘러싼건 눈이나...바람이나..겨울녘 모닥불의 온기가 아닌 그동안 번호표를 받았던 수많은 녀석들이었던거지. 그리고 298번 번호표 만큼이나 덜 관심이 있더라는.. 내리는 눈이 눈물인지 애절함인지. 그래서 동네에 있던 예전의 그 전봇대에는..또 다시 뜨거운 눈물이 묻게 된거지..
이게 어느 눈나리는 저녁에 생긴일들이야..
... 지금도 밤이 깊었고 길거리에 전봇대도 있으며..결정적으로 눈까지 내리자나.. 네가 아무리 '호빵'을 먹고 싶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사올수 없는 이유인거지..
라고 말하자..마누라 왈.
" 지.랄.한.다"
.........그래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호빵 다섯개를 사왔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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