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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에 분향소라도 설치했으면···” 재미 한인들 대사관 앞 추모집회
게시물ID : sewol_183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10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4/25 18:54:14
24일 정오 워싱턴의 주미 한국 대사관 앞에는 스무명 가까운 한인들이 모였다. 주로 여성들이었으며, 검은색 옷을 입고 가슴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도 있었고, 임신부도 있었다. 일부는 미국 지역 한인 주부들의 온라인 동호회 ‘미씨USA’ 회원들이었고, 일부는 ‘사람사는세상 워싱턴’ 회원들이었다. 저마다 각자 노란 종이에 써온 구호를 들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했으니 ‘다녀왔습니다’ 해야지. 얘들아! 무사히 돌아오렴…” “누구 하나 국민을 위로하는 사람 없는 정부” “거짓말 그만하고 아이들 생명 구하라”.

미주지역 한인 여성들의 온라인 동호회 ‘미씨USA’와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회원들이 24일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갖고 있다.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1996년에 유학 와서 미국에 정착한 이재령씨(43)는 “내가 TV로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안타까워 하고 있으니 한참 지켜보던 남편(미국인)이 ‘이제 그만 시민권 취득하고 속 편하게 사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사고는 날 수 있고 선장의 대응이 미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2시간 반동안 배 안에 있는 아이들을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니…”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안고 있던 네살난 아들도 함께 울었다.

다음 달이 산달인 임신부 마효경씨(34)는 “태교에 집중해야 할 때이지만, 멀쩡히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 사진을 보면 그냥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며 “언젠가는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인데,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이상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와 대한민국 상황이 너무 비슷하다”며 역시 울먹였다. 한 참석자는 “국가란 게 과연 무엇인가. 우리 중에 부모 아닌 사람, 부모가 안될 사람이 없다. 나라를 믿고 살아야 하는데,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집회 도중에 외국공관의 치안을 담당하는 비밀경찰(Secret Service)이 접근했다. 비밀경찰 허치슨 J.W. 인디애나는 “외국 공관 앞에서 시위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국 페리 침몰 사고 때문에 모인 엄마들”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워싱턴수도장로교회의 김응태 장로는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26년 간 외항선원을 했다는 오일환씨(67)는 “지금도 자려고 누우면 그 배의 마지막 순간이 어땠을지 눈에 선하다”면서 “대사관이 분향소라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면서 어떻게 천안함 사건 때는 만들어놓았던 분향소 하나 대사관에 만들어놓지 않느냐며 교민들이 와서 슬픔을 나눌 공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사람들이 군인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점, 아직 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상황 등 때문에 정부 차원의 분향소 설치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본국 훈령이 없어 분향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사관 직원들도 애넌데일의 한인회 사무실에 만들어진 분향소에 가서 참배하고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에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 교문호텔에 분향소 설치가 설치됐다. 권영세 주중대사가 직접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시드니에는 한인회가 28일부터 시드니 서부 크로이든파크 한인회관 내에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251527301&code=9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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