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겠다. 사실 나는 외모를 가꾸는 데 그닥 관심이 없다. 내가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살게 된다면 나는 아마 머리도 대충에 헝클어진 외모를 하고 살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헝클어진 남루한 행색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하는 만큼은 가꾸고 남들이 하는 만큼은 깔끔하게 입으려고 노력한다. 비록 패션 채널에서 나오는 패셔니스타들만큼 입지는 못해도. 

 사춘기때는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외모는 피상적인 것인데 외모를 가꾸는 것은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Beauty is in the eye of beholder.' 라는 말도 있고. 더군다나 내가 여고를 나와서 일까? 공부에 충실한 학생들이 많았으며 사춘기 때에 잘보이고 싶은 남학생이 없어서인지 중학교 때보다 비교적 외모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또 고등학교 때는 대부분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예뻐지는 것을 대학교에 입학 한 이후로 미루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나도 나보다 이쁜 학생보다 나보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더 부러워 했던 것 같다. 

 이십대가 되고 공부만이 다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으니 외모가 무엇인지, 내가 절세가인의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외모에 그렇게 올인해야 되는 지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여기 대학에 가기 위해선 예뻐야 하는 고등학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예쁠수록 더 좋은 '미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 내내 더더욱 미인이 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다. 선생님은 아마 이렇게 말씀 하시겠지. 

 "얘들아. 사실 외모로 대학을 가는 거는 꽤나 공평한 거야. 너네들이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예뻐질 수 있어. 물론 선천적인 미인들도 있지, 인정해. 그런데 미인이 있다고 너네들이 노력 안 할거니? 한 번 공부해서 대학가는 세상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니들이 안 좋은 머리로 백날을 열심히 공부해 봐라. 세상엔 언제나 천재라는 게 있어. 얼마나 불공평하니. 근데 외모는 니들이 그냥 가꾸면 되잖아. 그러니 다들 열심히 가꾸도록! "

 학생들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미인이 되도록 피터지게 노력한다. 수업은 외모를 가꾸는 것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로 짜여져 있다. 피부관리법, 화장품학, 패션학, 식이요법, 그리고 몸매를 가꾸기 위한 갖가지 운동법. 예쁜 학생들은 매 학기 두 번 있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차지해서 미녀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다. 만약 뚱뚱하거나 얼굴이 못생기고 게다가 공부하기까지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성적이 낮고,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 극성 엄마들은 자녀들이 더 미녀가 되게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미녀학원에서 몸매와 얼굴을 가꿔야 하고, 그래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꼴통 추녀들은 미녀 과외를 받거나 극단적으로 성형수술이나 지방흡입을 받기도 한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공부만 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저런 추녀들은 절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으므로 저런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하신다.

 나는 여기까지 상상해 보았다. 내가 슬픈 건 내가 상상해 본 상상속의 미녀사회가 실제 사회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부에 집중하는 고등학교 때도 조금 못생겼거나 뚱뚱한 친구들은 따돌림을 받는 걸 봐 왔고, 예쁜 사람들은 어디서나 사랑을 받고 자신감이 있었다. 아마 이 미녀 사회가 진실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진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온 것이다. 아 나는 왜 외모 가꾸기보다 한 권 책 읽기를 더 좋아했을까. 외모도 능력이다. 이게 내가 예뻐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