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찐따 남자로
불과 4~5년 전엔 모임에 자주 나갔음.
주로 토요일 밤에 모여 모임 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날은 현충일이었나, 하여튼 빨간 날이었음. 썬글라스를 낀 분이 많았던 기억이 나니 여름이었을 것임. 나무도 푸르렀고.
그때에만 해도 모임에 괜찮은 스타일의 남성이 많았는지 아니면 여성분들도 나처럼
모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던 건지(사실 여자 못 만나는 찐따), 하여튼 남여 포함 십여 명이서
현충원에 모여 대화를 하다가 이상한 미션을 수행한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며 놀았음.
본인으로서는 교회 소풍을 간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이었음.
점심을 먹으러 간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놀다 보니 모임을 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몇몇은 자리를 떠났지만
제법 되는 수의 인원이 자리를 이동하여 조금 더 함께하기로 함.
본인의 기억에, 점심을 먹었던 건 확실치 않지만, 카페에 갔던 기억은 남.
하지만 상가까지 걸어가는 길이 제법 멀었음.
하여 행군하듯이 걷기 시작함.
대규모의 인원인지라 두세 명이 짝을 지어 이야기하며 걷기도 하고
본인 같은 경우, 기억은 안 나지만, 특유의 찐따력으로 짐짓 괜찮은 척
안 친한, 본인과 같은 처지의 남자와 같이 묵묵히 걸어갔을 것으로 추측됨.
본인 성격에 가끔씩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상대 남성분이 미적미적 반응하고
다시 조용하게 걷기를 반복했을 것임.
그 모임은 본인이 나오기 2달 전에 첫 모임을 가졌던 곳으로
이미 지들끼리 편하게 말 놓고 친한 티 내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였음
그러니 본인은 이 행군을 계기로 우리들이 초창기 멤버처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길 바라며 묵묵히 걸었음.
목적지에 도착할 즘 잠시 인원들이한 장소에 머물렀고
나는 그 모임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성 옆에 서게 되었음.
우연히 옆에 선 것이지만 몇마디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추정.
어쨌든 내 나머지 한 옆을 차지하고 있던 남성분이 이야기가 많아지기 시작했음
나는 그녀의 가까이에서 남성문을 보며 남성분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함
남성분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여성분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봄.
크으으으으으 남자다.
남자라면 이렇게 여장에게 들이대야지 하는 생각이 듦.
본인은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듦.
남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임.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우리는 멈춰 있었고
마치 술래를 피하지 못하고 얼음이 된 듯 그녀는 굳어버림
남성이 내민 핸드폰이 전기충격기라도 되는 듯
그녀는 얼얼한 표정이었음.
남성분은 멋쩍은 듯 핸드폰의 괴적을 틀어 내 앞으로 내밈.
나는 얼굴을 붉히며 내 연락처를 그에게 넘겨주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