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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검은 우산을 쓴 남자.jpg
게시물ID : humordata_1839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Q
추천 : 7
조회수 : 26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11/02 01: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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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조금 설명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일부분의 이야기인데, 관심 없으시더라도 아무래도 미리 얘기를 해놔야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라 걱정이 앞서지만 짧게나마 적어 봅니다.




저는 사실 가위에 매우 잘 눌리는 체질입니다.

네, 물론 제가 무서운 것을 마주한 경험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가위란 건 진짜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간섭하는 것인지 그냥 신체리듬이 깨져서 오는 수면장애인지 잘 모르잖아요? 실제로 무해하기도 하구요(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명확하지 않으니까 무서운 것을 마주한 사례라고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지만 하여튼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없다고 명시해 둔 가위라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일단 가위라는 소재는 꿈 얘기 같아서 재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 중에도 제가 종종 봤는데, 공포게시판에서 악몽 얘기나 가위 얘기가 나오면 꿈 게시판 이라는 곳으로 가라고 빈축을 사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가위가 한 때, 병적일 정도로 자주 눌렸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가위에 눌려 2~3년 정도에 한 번씩 가끔가다 눌리는 게 가위였는데 문제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벌어졌습니다.



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그 다음 주였습니다.

집은 부모님이 계신 방과 저의 방, 그리고 할머니의 방이 전부였습니다.
동생은 저와 같은 방을 썼었다가 부모님 방이 더 좋다고 부모님과 같은 방을 썼던 때였죠.

그러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니 제 방을 동생이 쓰게 되고, 할머니의 방을 제가 쓰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일을 적게 하려면 할머니의 빈 방을 동생이 쓰는 게 맞지만, 아무래도 동생은 돌아가신 분의 방을 쓰는 게 영 꺼림칙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제 침대와 책상, 서랍장 등등의 물건들은 할머니 방으로 옮겨지고 동생의 물건들이 제 방으로 옮겨졌습니다.

사실 동생 물건의 절반은 제 방과 부모님 방에 나뉘어져 있어서 그건 반만 옮기면 됐었기는 했지요.


그리고 할머니의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임종을 본인의 방에서 맞으셨기에 동생이 더욱 꺼림칙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그와 달리 저는 그런 생각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 속의 할머니는 적어도 정신이 온전하셨을 때엔 저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시고 매일 같이 말동무도 되어 주셨거든요. 부모님 두 분 다 집에 계시는 시간이 적어 거의 할머니하고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러니 무섭거나 싫은 기분이 들 리가 없었죠. 실제로도 한 주간은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러다 그 다음 주가 되었죠.

자고 있는데 눈앞이 아무것도 안보이고 캄캄한 와중에 정신이 깨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느라 무의식이었다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정신이 들었다 정도의 느낌일까요? 가위 특유의 두근거리고 아찔아찔하는 느낌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밖에 보이질 않으니 불안하기도 했죠. 그래서 깨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겁니다.
그러다 뭔가 눈앞 시야를 가득 메웠죠.


보라색 얼굴을 한 할아버지의 얼굴이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고, 수염이 길게 난 노인이었는데 매우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라색의 얼굴이 눈꺼풀이 너무 많이 접혀 볼록 솟아오를 만큼 크게 눈을 뜨고 있었고, 뭔가를 격렬하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명확하게 들리는 말인데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혀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저에게 미친 듯이 쏟아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노인의 머리가 제 머리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왼쪽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제야 안 움직이던 몸이 고개만 조금 돌아가게 되어서 바로 돌아봤습니다.


제가 고개를 조금 돌려 왼편을 바라본 순간, 얼굴이 새파란 여자가 입을 쩌억 벌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비명이 너무 커서 고막이 찌릿한 느낌이 훅 들었고, 그 때문인지 잠에서 화들짝 깨어났습니다.



깨어보니 저는 이불도 안 깔고 방바닥에서 자고 있었고(그때에는 웬일인지 집에 제 이불을 다 갖다 버린 탓에 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새로 살 때까지 담요만 덮고 지냈습니다), 너무 화들짝 놀랐는데도 몸은 그대로 누운 채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귀신의 말은 사어(死語)라고 해서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사족을 더 붙이면 이해해서도 안 된다나…….


영화에서 보면 막, 악몽이나 가위에서 벗어나 깨어나면 비명을 지르잖아요?
그때 저도 너무 무서워서 비명을 질러 안방에 부모님들을 부르려고 했는데, 목구멍에서 실낱같은 소리도 안나오더라구요. 심지어 뻗어진 다리나 팔을 누가 붙잡을까봐 겁이 덜컥 났는데, 그 팔다리조차 까딱 못 할 정도로 겁에 질렸었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가위를 수도 없이 눌리게 됐어요.

매일 가위에 눌리는 것이 일상다반사였고, 하루에 많게는 열 번 이상도 눌려 봤습니다. 가위 눌렸다 깨고 다시 자면 또 눌리는 겁니다.

앞서서 가위가 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이야기 한 것이 이것 때문입니다. 정말 신체에 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계속되면 사람이 피폐해져요.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신은 피폐해집니다. 가위에 눌릴까봐 잠을 잘 수 없게 되고, 가위에 눌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그동안 이상한 것들도 많이 봤습니다.

목소리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게 가장 많았고.
제 눈을 밟고 서서 내려다보는 여자, 창문을 두드리며 말 없이 내려다보는 노인,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다가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며 사라진 꼬마아이.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심하게 시달리니까, 병원도 찾아가 봤는데 의사는 그냥 심드렁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 없으니까 그냥 맘 편안히 가지고 자거나 정 필요하면 심리치료 받아보라고만 얘기하더라구요.

다른 병들로 인해 살면서 병원도 이곳저곳 큰 곳들까지 많이 다녀 봤는데, 이상하게 제가 만난 의사들은 자기들이 잘 모르겠으면 이상 없다고 얘기합니다.
나중에 병명이 밝혀지면 ‘아, 그랬군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하고 넘어가구요.
큰 병원 의사들도 그런 식으로 굴었었는데, 특히 군의관들… 아오 X발, 그때 당한 것만 생각하면…….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의학계에 종사하시는 분 계시면 죄송합니다.
결코 전체를 욕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겪은 의사들이 거의 다 그랬었어서.


하여튼 심리치료라고 해봤자 ‘스트레스 줄이세요 ㅃㅃ. 수면제좀 드릴까요?’ 가 전부라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살려고 그랬던 건지 6개월 정도 시달리니까 진화를 하더라구요.




가위를 스스로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심 처음 터득한 것은 가위를 스스로 풀고 깨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본 글대로 손가락 끝부터 힘을 준다는 말대로 행동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손가락 끝부터 차근차근 내 몸에 주도권을 회복 한다는 식으로 연습했고, 나중에는 허리에 힘을 계속 모았다 한 번에 힘을 줘 허리를 띄우면 몸이 들썩이며 잠에서 깨어나는 식으로 발전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터득한 것은 자각몽으로, 꿈꾸다가 가위로 발전하는 일도 잦았기에 자각몽으로 꿈을 꾸다가 가위로 변질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바로 잠에서 깨는 방법이 생겼죠.
그 꿈 덕에, 가끔 꾸고 싶은 꿈이 있으면 잘 집중해서 아이언맨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ㅋㅋㅋㅋ
야한 꿈도 되는데, 그건 금방 잠에서 깨버려요. 아무래도 흥분해버리니까 정신이 바짝 들어서 그런 듯.


하여튼 나중에는 고개를 들어 그물 같은 느낌의 답답한 것을 찢고 벗어나면 깨어있는 모습이 되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이제는 가위를 눌려도 5초 안에 깨어날 수 있게 됐어요.

물론 그래도 가위를 눌리는 건 괴로운 일이고, 또 한 번 눌리면 연달아 눌리는 게 다반사라 한 번 가위에 눌려 잠에서 깨면 완전히 잠기운을 다 몰아내고 새로 잠을 청해야 이어지는 가위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진학하고 가위 눌리는 횟수가 줄어 들었구요.
가끔 가위에 자주 눌릴 때가 있지만 이제는 아예 안 눌리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평범하게 잠도 잘 잡니다.


이렇게 재미없는 경험담만 써놔서, 벌써 뒤로 가기 누르신 건 아닌지….


사실 이 글을 쓴 것은 근래에 일어났던 이 사건 때문인데요.
얼마전에 꿈을 꿨습니다.

가위도 아니었어요.

그냥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꿨던 꿈을 매우 똑같이 다시 꾼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꿈 레퍼토리가 다섯 개는 넘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에 꿨던 꿈을 똑같이 꿔요.


인생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열댓번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꿈을 꾸다 보니 전에 꿨던 꿈 이었어서 꾸다 말고 신기했던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 얘기는 어떤 커뮤니티에 썼다가 ‘꿈은 꿈게로 일기는 일기장’에 라고 한소리 거하게 들어서 지운 이야기인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이 ‘도망쳐!!!’ 하고 소리를 치는 겁니다.
그래서 돌아보니 친구들이 하나도 없고 저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어요.

갑자기 학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가다 1층의 급식실에 들르게 되었는데, 어떤 검은 뭔가를 뒤집어 쓴 롱코트의 남자가 아이들을 세워 놓고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뭐라고 열심히 이야기 하는데 하나도 이해가 안가는 말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자 그제야 자각이 되면서 예전에 꿨던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다음은 그 남자가 아이들을 마구 죽이기 시작하고, 나는 아이들이 죽는 동안 내달려 빠져나와 운동장에 나왔는데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따라왔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어째선지 규칙이 학교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해방된다는 느낌이었고, 운동장에서 급식실 건물 뒤편으로 돌아 학교 후문으로 나가려다 철문이 잠겨 못나갔으며 나중에 꿈이라 무거웠던 몸을 겨우 이끌어 도망치다 담벼락을 넘어 탈출에 성공했다 라는 꿈이었습니다.



거기까지 기억이 나니 급식실에 있는 이 아이들은 조금 이따가 모두 죽겠구나 싶었죠.
그러다 그 똑같이 흘러가는 꿈 내용을 깨고 싶어서였을까요.

그중 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이따 저 아저씨가 칼 들고 따라온다? 살고 싶으면 지금 나가.”


그 순간 소름이 오소소소 찌르르 하며 오르고 주변 공기가 변해서 둘러봤습니다.

거기 있던 학생들과 롱코트의 남자가 전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잘못되어도 뭐가 한참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는데, 거기 제가 말을 걸었던 아이가 저한테 예전 꿈에는 없었던 얘기를 했어요.


“산 사람이네?”


온 몸에 털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곤두서는 느낌.
꿈속에 존재들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꿈속에서만 살고, 현실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만큼은 꿈속에 존재들을 볼 수 없고. 그런 벽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게 허물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는 꿈 속 존재들인데 살아있는 네가 여기 있구나 라고 말하는 듯한.

저는 미친 듯이 기겁해서 도망치는데, 남자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그 남자가 악을 쓰듯이 뭐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났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도망만 쳤지만 이제는 꿈에서 마음대로 깰 수 있으니 도망치면서 꿈에서 깨려고 시도를 했죠.

불과 3초 정도 만에 꿈에서 깨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분명 정신이 들어서 현실의 것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이었는데도, 현실로 돌아오는 그 순간에 제 방 천정이 눈에 들어오면서 들은 말이라 너무 소름 돋는 겁니다.
마치 꿈 속 존재가 현실로의 경계를 살짝 넘어서까지 따라왔었던 것 같아서 더욱.


그렇게 깨고 보니, 방문에 기대어 자고 있던 저희 강아지가 놀라서 말똥말똥 쳐다봐요.

사실 강아지라고 부르지만 20kg 나가는 하얀 삽살개입니다.

희한하죠? 집안에서 삽살개를 기르고.
사실 큰 개를 좋아해서 특이하게 집안에서 그런 개를 기릅니다.
털도 자주 빗겨주고 집안에 물건이 자주 망가지기도 하는데 그저 이쁘니까 잘 기르고 있는 개입니다.

그 개가 저를 귀 쫑긋 세우고 쳐다봐요.

무서우니까 개를 불렀죠.

그리고 그날 밤은 개를 끌어안고 계속 분위기를 환기시킨 다음 그대로 같이 잤습니다.


다음날 낮이 돼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는 겁니다.

산 사람이네 라니.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하니 꿈 속 사람한테 꿈이라고 인지시켜주는 것은 금기라고 하더군요.
왜 그런지는 그 사람도 모른다고 했지만요. 사실 지금도 그냥 개꿈이나 악몽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단지 이걸 글로 쓰는 건 제가 매우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달 즈음 지났어요.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제가 하는 일이 정기근무가 아니라서 사실 그저 놀 때도 있어요.
일 할 때는 잠도 못 자고 몇 달을 빡세게 구르고, 일이 없으면 또 놀고.
그런 종류의 일입니다.


하여튼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가위에 눌린거예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현실에 있는 것들은 다 보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창문 밖에서는 햇살이 길고 선명하게 들어와서 방문의 문고리나 바닥에 놓인 가방 따위를 밝게 비추고, 떠다니는 먼지가 햇살에 반사되어 눈에 보이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근데 창 밖에서 누가 창문을 두드립니다.

불투명 유리이기에 명확히 보이지는 않았는데, 손잡이가 구부러진 장우산을 가지고 두드리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가위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깨려고 하는데.

그 누군가가 두 손바닥을 창문에 덜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붙이며 가까이 붙는 겁니다. 그리고 얼굴을 바짝 대어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굴었어요.

얼굴로 보이는 실루엣이 불투명 유리에 바짝 붙여져서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그때,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일어나버렸죠.



일어나자마자 무서워서 저희 개를 찾았는데, 개가 벌써 제 침대 옆에 와 있는 겁니다.

제가 개를 막 부르고 침대 위로 올라오라고 침대를 두드리는데.



개가 저를 보고 있지 않아요.


창문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러더니 순간 무서울 정도로 맹렬히 짖는 거예요.

이빨이 마구 드러나고 뭔가를 물어뜯을 것 같이 창가로 달려가 주둥이를 창문에 연신 덥썩덥썩 물어대며 짖는 겁니다.
너무 무서워서 개 이름 부르면서 하지 말라고 그만 하라고 하는데, 개가 듣지도 않고 계속 짖어요.
그렇게 한 30초 짖다가 그제야 잠잠해지고 절 쳐다 보더라구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침대위로 올라와 저를 핥는 겁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는데.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삽살개인데도 눈이 되게 맑고 땡그란게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손을 잘 씁니다.
자기 원하는 게 있으면 막 다가와서 사람들 팔을 앞발로 짚어 잡고는 막 잡아당겨요. 마치 유치원 애들이 엄마 손 잡고 당겨대며 조르듯이 막 당깁니다.
어찌나 귀여운 강아지인지.

그런 개가 핥고 애교를 부리니까 금방 풀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무서웠지만 개가 나름대로 경계하고 뭔지는 몰라도 지키겠다고 짖은 거니까 아구 이쁜거 아구 이쁜거 하고 끌어안아 이뻐해 줬더랬죠.




그리고 어느 날, 제 방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느라 책상에 앉아 계속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무 이유 없이 무섭고 소름 끼치는거예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소름이 쫙 끼치는 겁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났어요.

강아지를 막 부르고 찾았는데 안 보이더라구요.



강아지를 찾아 집안을 막 헤맸습니다.
대체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20kg 나가는 큰 개가 안 보이는 건지.

무서운 느낌이 자꾸 들어서 전화를 했어요.

뚜르르르 신호음만 가고 아무도 안 받는 거예요.

부모님 다음으로 친구들한테 거는 데 아무도 안 받더라구요.
세 명 째 거는 데 한 친구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옆 동네에 사는 친구인데, 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그 친구한테 저는 자초지종을 설명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해도 웃긴 거예요.


작업 하다가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으니까 빨리 와 달라니, 제가 들어도 어처구니없는 얘기였는데 그래도 친구는 와 주겠다고 하더군요.
강아지 찾아도 안 보인다, 근데 자꾸 무서운 느낌이 든다 빨리 와 달라.
지금 당장 출발하겠다는 친구 얘기에 저는 전화를 끊고 집 안을 마저 둘러 봤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집이 미묘하게 느낌이 다른 거예요.

뭔가 가구나 물건 위치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들고 이상한 거예요.
도둑이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쭈뼛 서더라구요.
그렇게 무서우니까 장롱 같은 데는 열어볼 엄두조차 안 나서 보이는 데만 훑고 다녔습니다. 당장이라도 장롱이나 세탁기 뚜껑 열고 누가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그러다 창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 봤어요.



마당 정원에 누가 서 있었습니다.


정원 한 가운데에 롱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검은 우산을 들고 서 있었어요.

우산을 든 채, 집 대문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어떤 고민도 없이 선명하게 깨달았어요.
몇 개월 전, 꿈속에서 본 그 남자다.

그리고 이어서 드는 생각이, 전에 창문 두드리던 가위눌림 속 남자가 장우산으로 창문을 두드렸는데 그것도 이 남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정신이 아득해지고 몸이 벌벌 떨리는 거예요.
왜 꿈속에 있어야 하는 남자가 우리 집에 와 있는 거지.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 몸이 얼어서 꼼짝도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계속 주시하는데, 마치 의도적으로 뒤를 돌아 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그 모습이 살풍경이었습니다.
계속 쳐다보는데 미동도 안해요.
마치 마네킹 같은 모양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사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우산을 펼친 채, 뒤를 돌아 서 있었어요.

대문만 바라보고 있어요.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고서.



그러다 어머니 귀가시간이 된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대로면 어머니 들어오시다가 저 이상한 남자하고 마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급해진 거예요. 그래서 주머니에 전화를 꺼내려고 했어요.

집 안에서 느꼈던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뒤통수를 죄는 것 같았어요.
다시 남자를 바라 봤습니다.



조금 몸을 돌렸더군요.



그리고는 천천히 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쪽을 바라보려는 듯이 몸을 돌려요.

아주 천천히 돌리는데, 저는 저를 볼까봐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우산이 약간 치워지며 코트가 더 자세히 보이는데, 이끼 같은 것이 잔뜩 앉아 있었습니다.
매우 더럽고 때가 많이 탄 누더기 코트였어요.
몸이 아주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곧 저를 볼 것 같았어요.

무서워서 눈물 날 것 같았는데.


바로 옆에서 저희 개 얼굴이 확 나타나면서 개가 막 짖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개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는데.
개 뒤로 벽이 보여요.

제 방 침대 옆의 벽이요.



와…….



작업 중 인줄 알았는데,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던 겁니다.
몇 날을 밤새서 작업하다 기억이 몽롱해졌는데 그때 누웠던 모양입니다.

꿈속에서 개가 얼굴을 들이밀었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배경만 바뀐 것 같이, 마치 꿈에서 현실로 맞물려 변하는데 개만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개가 저를 보면서 얼굴에 대고 막 짖어대는데, 제가 일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한테 안겨서 막 핥고 난리가 났어요.

저는 너무 반가워서 개를 끌어안고 막 얼굴을 비볐는데 가만히 있는 게 얼마나 귀여운 지.




그러다 누가 현관을 두드렸어요.



쾅쾅쾅쾅!!! 하고 두드리는데.
친구였습니다.

저는 그 남자인 줄 알고 너무 깜짝 놀랐는데 친구여서 왜 그렇게 갑자기 문을 두드리냐고 놀라지 않았냐고 막 뭐라 그랬죠.

그러니까 친구가 그러대요.


“니가 무섭다고 불렀잖아.”



뭐, 제 생각에는 꼭 그 남자가 우산을 쓰고 나타난 것이 현실이었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작업 도중에 누워서 잔 것조차 기억을 못 할 정도로 비몽사몽이었으니 자다 말고 잠결에 친구한테 전화 걸어 헛소리 했을 확률이 더 큰 거 같아요.
가끔 자다 말고 헛짓도 한 역사가 몇 번 있었거든요.

중요한 손님 온다고 문 열 준비 하라고 전화가 왔는데 전화로는 알겠다고 칼같이 대답했지만 실상 저는 전화 받은 기억도 없다던가 뭐 그런 적이 몇 번 있었기에 그냥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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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7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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