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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여행기] 라고 쓰고 놀러다닌 한량의 경주 답사기 -2
게시물ID : history_18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량011
추천 : 6
조회수 : 201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0/17 01:20:45

안녕하세요~ 한량입니다~ 이번에는 경주 2일차 이자 마지막날이고 불국사와 석굴암, 안압지, 경주박물관 그리고 굴불사지에 다녀온 이야기 중에서 불국사에 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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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황남빵을 사서 밥대신 먹고 일어나 모텔을 나서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불국사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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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의 위치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꽤나 멀었습니다. 아예 종점 느낌이랄까요?

 

1.JPG
지도상으로 봐도 엄청 멉니다.. 사실 이 거리를 멋모르고 걸어가려고 했던... ㄷㄷ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불국사! 그리고 주차장에서 보이는 안내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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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차장에서 불국사를 가려면 조금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언덕길에는 많은 것이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벚꽃

두 번째, 노점상

IMG_0049.JPG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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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짱 많아요~ 짱짱 많아요

 

뭐가 되었든, 올라가는 길인데 마침 소풍철이었는지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초등학생들이 팝송을 단체로 부르고 있어서 놀란건 비밀 )

 

 

아무튼 이래저래 외국인과 관람객을 헤치고 올라와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찰의 3대문중 하나인 천왕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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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말하자면 광목천왕(), 다문천왕(), 지국천왕(), 증장천왕()입니다. 이들 4대 천왕은 사찰의 입구에서 악귀를 막고 악한자를 벌주며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일종의 행동보스쯤 되는 신들로 극락세계의 4방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밌는점은 이들 4대 천왕의 경우 각자 상징하는 바와 같이 들고 있는 보물이 각각 다른데요. 원칙 대로 하자면 광목천왕은 용과 여의주, 다문천왕은 보탑과 봉, 지국천왕은 비파(혹은 칼과 창), 증장천왕은 칼과 창을 들게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얼굴 색도 각자 달라서 광목은 백색, 다문은 흑색, 지국은 황색, 증장은 적색을 띄게 되어 있지요. 그 뿐인가요? 얼굴의 표정도 각자 달라서 다문의 경우에는 부릅뜬 눈, 증장은 화가난 듯 벌린 입 등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찰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는 경우는 없다는게 특징이죠.

 

이렇게 나름의 원칙이 있지만 환경과 형편에 따라 수정되는 것이 사찰에 또 있다면 역시 누가 뭐래도 사찰의 구성입니다.

2.JPG

 

이 그림은 본래라면 갖춰야할 사찰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사실 사찰은 부처님이 살고 있는 극락을 표현한 곳으로 속세로 이야기 되는 사찰의 밖과 구분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각 건물에는 모든 신들(부처를 비롯해 습합된 무속신들까지)을 모시고 입구에는 속세에서 오는 이들이 그 죄와 번뇌를 털고 오도록 3대문을 설치하지요. 3대문은 각각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의미하고 그 보다 앞서 도솔천을 상징하는 하천과 그를 지나는 해탈교를 설치하게 됩니다.

 

3대문에는 각각 의미가 부여되는데요, 일주문은 번뇌한 마음을 하나로 모으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천왕문은 앞서서 말한 바처럼 악귀와 악한자를 내치는 의미, 불이문은 진리는 다르지 않다(해탈)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일주문은 그 의미답게 일반적으로 톨게이트처럼 생겼고 천왕문에는 4대 천왕 그리고 불이문에는 2명의 나한(옴나한, 아나한)을 배치합니다. (이 두 나한들은 입모양에 따라서 임의로 제가 붙인 이름인데, 각자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형편에 따라서 이 3대문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그 형식을 따르지 않은 문도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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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을 지나 조금 걸으니 오른편에 석조그릇(?)이 보입니다.

 

그리고 정면에는 그 유명한 불국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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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석가탄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지라 연등이 화려하네요.

 

그 유명한 자하문과 청운, 백운교입니다. 왼편으로는 칠보교와 연화교가 있는데 공사중이라 아예 막아놔서 볼수도 없더군요..

 

아무튼! 이 불국사가 특이한 것이 자하문을 비롯해 청운 백운교는 도솔천을 건너는 해탈교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원칙대로라면 해탈교는 일주문보다 밖에 있어야 하지만 그 틀을 깬 것이지요. (애시당초 신라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다보니 불교의 완벽한 격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또 한가지 이 자하문에 대해 재밌는점은 높은 기단부가 바로 극락 즉, 부처님의 땅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불국(佛國)사라는 이름에 걸맞지요?

 

조금더 다가가서 이 기단부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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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된 불국사의 기단부에 차이가 보이시나요?

우선 1층의 경우 자연석으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탑신과 같은 석조면과 기둥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본래 자연석을 그대로 쌓는 방식의 석축법은 산성에서나 보이는 말 그대로 별로 외형에 신경을 안 쓰는 곳에서 주로 쓰는 방법인데, 경덕왕 시기에 왕명으로 건축을 시작해 사실상 귀족층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불국사에 이와 같은 석축법이 쓰였다는 점은 가히 주목할 만합니다. 더구나 제가 대학시절에 배운 바로는 큰 돌들 사이에 작은 돌들을 박아 넣는 식의 공법도 쓰였다 하더군요(하지만 이런 공법은 웬만한 자연석축에는 쓰이는 방법이죠..)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그 위인 2층부와 왼족에 살짝 보이는 근대에 와서 증축된 모습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불국사 증축사업이 낳은 결과 인데... 그 괴리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본래 자연석인데 뭔 놈의 인공석을 쓴건지..

 

이번에는 청운교 아치 부분을 봤습니다.

IMG_0061.JPG

 

아치의 돌이 잘 보이시나요? 조금더 자세히 볼까요?

IMG_0062.JPG

 

어떠신가요? 위아래로 색이 다른데 저 아랫돌은 분명 신라시대부터 혹은 전근대 시대에 있었던 돌 같지 않나요? 여기서 새삼 역사의 흐름을 느낌니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건 바로 10원짜리 되시겠습니다.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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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의 2탑 중 하나인 다보탑은 법화경에서 말하는 부처가 영취산에서 이 경을 설파할 때 다보여래의 진신사리를 모셔둔 탑이 땅 밑에서 솟아나오고, 그 탑 속에서 소리를 내어 부처의 설법을 찬탄하고 증명하였다라는 문구를 반영한 탑이라고 합니다.

 

이 다보탑의 가치는 사실 신라탑의 전형이라는 찬사를 받는 석가탑과 비교했을 때 잘 들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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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제가 갔을 때 석가탑은 한참 보수공사중 이었기 때문에 인터넷 사진으로 비교를 하자면.. 왼쪽의 석가탑이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로 구성된 신라탑 아니 한국형 석탑의 전형을 보인다면 오른쪽의 다보탑은 탑신부가 매우 화려하고 그 형태도 기존의 탑의 형태가 아닙니다.

 

사실 이 탑에 관하여 이야기 하자면 한참 길어지지만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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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형태의 탑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누대 즉,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탑류의 형태를 기본으로 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이를 보여주는 것이 법주사의 팔상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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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팔상전의 경우는 학자들에 따라서 이견이 갈리긴 하나 기본적으로 불교의 탑이 처음 들어 왔을 때 본래 누각의 형태였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탑이란 중국을 거치면서 점차 누각화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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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에 있는 육화탑인데 실제로 사람이 들어가 올라갈 수 있는 누각형식의 탑입니다. 저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사진이 하나도 남아 있지가 않네요....ㅜㅜ

 

아무튼 이런 흔적은 석가탑 외에도 분황사 모전 석탑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8.jpg

본래 6층 이상이었다는 이 분황사 모전 석탑의 탑신부에는 문이 있습니다. 법주사 팔상전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형태의 누각이 원형이 되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석가탑은 이런 누각 형태의 탑들이 탑의 모습으로 어느정도 정착한 뒤의 모습이라면 다보탑은 이런 누각의 형태를 아직은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탑들은 일반적으로 라마교의 영향을 받는 고려 후기의 탑들에서 잘 나타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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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마곡사 5층석탑이 있겠습니다. 잘 보시면 풍경이 달려 있는데다 상륜부 부분이 석가탑과 다르다는게 보이시죠? 참고로 원래 상륜부는 찰주라는 금속성의 꼬챙이에 돌로된 륜()들을 끼워 넣는 것이랍니다. 대부분의 우리 석탑들은 일제시기에 공출되어 이 찰주가 소실되어서 상륜부가 거의 남아 있는게 없지요.. 그런데 이 마곡사의 석탑은 아예 통째로 상륜부가 되어있는데다 그 숫자도 적습니다. 파격적이지요.

 

다보탑을 좀 자세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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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문들어 졌습니다만.. 사자입니다. 본래 사자는 불법을 수호하는 동물이고 이 다보탑 외에도 빈신사지의 4사자석탑이나 화엄사의 4사자3층석탑 그리고 석등에도 쓰여서 법주사 쌍사자 석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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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상륜부 인데.. 누각을 따라한거 같지요? 아무튼 석가탑과는 확연히 다른 상륜부입니다.

 

다보탑을 다봤으니 이제 석가탑을 보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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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양반 이게 무슨소리요! 보수중이라니! 보수중이라니!

 

석가탑 공사중이었습니다. ㅜㅜ

 

그래서 사진 찍었습니다. (나란남자 패기넘치는 남자.)

 

하지만 이 21금당 형식의 사찰의 구성에는 아주 흥미가 넘치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 금당(부처를 모시는 전각, 일반적으로 대웅전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요)과 석탑의 구성에는 몇가지의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11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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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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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금당

13.jpg

33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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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4가지 이지요. 불국사의 형태는 1개의 대웅전과 2개의 탑(다보, 석가)이 있는 21금당식으로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형태였습니다. 유명한 감은사지도 이와 같은 형태이지요. 사실상 지금처럼 부처상이 기복의 대상이 된 것은 조선시대 이후로 그 이전에는 불상이 아닌 석탑이 주로 기복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만.. 말이죠) 본래 탑이란 인도의 탑파 즉, 부처의 무덤에서 시작된 것으로 부처의 무덤에 기복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부처의 무덤을 2개 내지는 3개까지 지어 올렸다는 것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신적인 존재(기복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석가모니뿐만 아니라 여러명 일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즉 유일신교가 아닌 것으로 애시당초 불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자기 수행을 강조하는 수행법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견 타당한 특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다보탑도 애초에 석가가 아닌 다보여래를 모시기 위한 탑이지요. 석가모니는 그 옆의 석가탑에서 모시는거고요)

 

기실 이런 불교의 특징은 비단 석탑이 아니라 본존불을 모시는 금당의 숫자와 종류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15.jpg
아니 엔하위키 양반 이게 뭐요! 픽셀이 깨지다니 픽셀이 깨지다니!

위는 마곡사의 금당인 대적광전()과 대웅보전()입니다. 재밌는 것은 아래의 대적광전은 본존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신다는 것입니다. 석가불과 다른 부처로 창조신이자 과거불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밌는 사실! 주변에 사찰을 가보시면 금당안에 3명의 불상이 있는게 보이실겁니다. 좌측부터 과거불 현재불 그리고 미래불입니다. 각자 비로자나불, 석가불, 그리고 미륵이지요.) 석탑의 경우처럼 유일신적인 신앙보다는 유연한 종교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 글이 길어졌네요.. 아쉽지만 불국사의 나머지 부분은 다음에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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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마곡사 사진이 많이 들어갔는데.. 이번달 말에 그렇잖아도 공주에 문화재답사(라고 쓰고 놀러간다고 읽는다)를 갈 생각입니다. 가서 마곡사 구경 실컷 하고 올 계획입니다. 사실 마곡사는 주변 경치가 죽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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