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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샀다.
게시물ID : fashion_184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향치
추천 : 13
조회수 : 96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3/10 22:59:02
어릴때 신었던 신발은 항상 시장에서 만원내외하던 신발들이었다.

브랜드라는게 별 의미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싸구려신발보다 창피한건 친구들의 시선이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친구들이 자주 신던 브랜드 신발들이 참 부러웠고

그 부러움만큼 내 신발은 초라해졌다.

초라함이 커질만큼 커진 그 때. 나는 결국 그냥 실내화를 신고 다니고있었다.

한없이 부족했던 어린시절, 부모님,선생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생 처음으로 산 브랜드신발이 컨버스였다.

친구들이 자주 신던 브랜드의 신발이었고, 그 당시 가격도 2~3만원정도로 며칠 전단지들고 돌아다니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렇게 자란 내가 이번에 10만원짜리 신발을 샀다.

어린시절 그렇게 신어보고싶어했던 브랜드였다.

브랜드라는게 별 의미없다는걸 다시한번 확신하게 됬지만, 그래도 아깝지않다.

여전히 나는 물려받을것 하나 없는 흙수저지만

10만원짜리 신발 하나정도는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물론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을 포기했기에 생긴 여유긴 하지만...)

옷을 살 돈이 없었기때문에, 어쩌다 사게되면 무조건 검은색만 사서 코디하던 나는 이제

빨간색, 노란색 옷도 가지고있다.

학업대신 돈벌이를 택한 대가로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모자도 사봤고, 이제는 싸구려긴 해도 썬글라스도 가지고있다.

옷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안입는옷도 없던 내가 이제는 옷이 많아 안입는옷도 생겼다.(사실 취향문제로 입는것만 입는거지만..)

매일 아침마다 회사가기 싫다고 징징거리긴 해도,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다녀도

이런 사소한 행복들이 아직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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