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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책에 대한 지독한 편견
게시물ID : readers_1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간서치
추천 : 16
조회수 : 335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0/11/17 08:22:27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예전에 올렸던 독서목록 때문입니다. 그냥 이제까지 읽은 책 목록을 올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허세니 어쩌니 하더라구요. 그게 허세라 여겨지는 건 그만큼 책을 뭔가 대단한 것으로여기고 신성시한다는 증거겠죠. 만약에 제가 본 영화목록, 드라마 목록을 올렸으면 허세라는 얘기가 나왔을까요? 그냥 많이 봤구나 하고 말 겁니다. 

그 글 댓글에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 반드시 성숙하는 건 아니다'라고 글을 썼는데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반박하는 사람들... 물론 책을 많이 읽으면 인격이 성장하고 사람이 괜찮아질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개연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외 하나 없이 모두 다 그렇고, 또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인격이 성숙해야만 한다는 건 잘못된 편견입니다.

말을 바꿔보죠. '영화를 많이 봤으면 사람이 성숙해야 한다' 'TV드라마를 많이 봤으면 인생에 대해 뭘 좀 알아야 한다' 썩 자연스럽지 않죠? 책도 영화나 TV드라마 시청과 똑같은 취미생활의 일종일 뿐입니다. 책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성숙해지진 않습니다. 그냥 많이 읽었다, 그것뿐이죠. 

근데 사람들은 저 글에서 제가 다소의 성격적 결함을 드러내니까 바로 달려들어서는 '넌 책을 제대로 읽은 게 아니다'라고 하더라구요. 웃기지 않습니까? 책을 읽으면 인품이 훌륭해져야 한다는 자기네들 고정관념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니까 '제대로' 읽은 게 아니라는 억지를 부리죠... 그럼 '제대로' 읽은 건 뭐고 그렇지 않은 건 뭘까요? 전 모두 정독했는데.. 책 많이 읽으면 무슨 도사라도 돼야 하나 봅니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책 많이 읽은 사람의 이미지에 제가 부합하지 않으니까 괜한 헛소리를 하는 꼴이죠. 현실은 못 보고 자기 편견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꼴입니다. 

 책 많이 읽은 일.. 그 권수는 놀라울 수 있어도 그게 곧 그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1년에 영화 100편을 봤다고 그 사람을 우리가 대단하게 여기나요? 그냥 영화광이구나 할 뿐이죠. 1년에 책 100권도 별 거 없습니다. 전 1년에 300권 가까이 읽습니다만.. 주로 자기계발서나 소설이 아닌 인문사회과학서적 중심으로 읽기 때문에 별로 인격적으로 더 나아질 것도 없습니다. 논문 많이 읽는다고 사람 인격이 성숙하지 않듯이 말이죠. 아마 책 하면 자기계발서나 소설 같은 듣기 좋고 아름다운 말만 써놓은 책을 연상하기 때문에 저런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이 사회가 책을 둘러싼 신성한 아우라를 좀 벗겨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책은 그냥 종이뭉치일 뿐이죠. 오히려 그런 쓸데없는 아우라가 책에 더 접근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글 보면 누군가는 또 뭐라 하겠네요. '소설이나 인생의 깨달음을 주는 책을 안 읽어보셨다니 제대로 독서를 한 게 아니고 그냥 권수만 채웠네요' 라고 말이죠. 참 이상한 강박관념입니다. 취미생활에서 꼭 뭔가를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다니.. 그냥 재밌으니까 읽는 거고, 아님 마는 거죠.. 인격의 성장 같은 건 부수적인 효과일 뿐인데 그걸 목표와 기준으로 삼고 거기 부합하지 않는 독서행태는 배제시켜버리는 지독한 편견.. 참 문제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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