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다니는 라붕이인데
회식 중간에 대표라는 사람이 왔다
그 사람이 나한테 나중에 뭐하고 싶냐고 묻더라
나중에라도 돈 좀 모이고 시간 있으면 3D 모델링 공부하고 싶다고 대답했지.
그 대표라는 사람이 그러더라
24살은 너무 늦었다.
포기해라. 접어라.
네가 천재가 아니면 이미 늦었다.
너는 '하' 잖아 하'.
너 내년부터 공부해도 서른 될 때까지 취업 못 한다.
충격 받아서 이거 밖에는 기억 안 나는데 어쨌든 뭔가 심한 말 거의 20분을 듣고 있었다.
나도 안다. 늦은 거.
근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 듣는데, 나는 '네' '네' 밖에 못 말하니까 진짜 좆 같더라.
나도 늦은 거 알고 나중에 후회 안 하려고 공부 하고 싶다고 대답한 건데.
늦은 거 알아서 이제라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이러고 있는 건데.
그 사람은 내 사정 모르겠지만. 시발 모르겠다.
회식 중간 중간에 그 말들 생각나서 눈물 나와서 화장실로 자주 도망쳤고
그냥 버스 타고 집 오는 길에도 계속 눈물만 났다.
술 좀 많이 마셔서 그런가.
소고기 얻어먹었는데 기분이 별로다.
진짜 오랜만에 스스로가 한심하고 발할라로 떠나고 싶어진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아니 그냥 공장 나가기 싫어졌다.
나도 시발 돈있었으면 공부했지 공장 안 갔지 시발.
나도 스무살 때 공장이 아니라 캠퍼스 다니고 싶었다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으면 인하공전 붙었을 때 갔을 거라고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