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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숨어 사는 길냥이
게시물ID : animal_184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겸손한사탕
추천 : 17
조회수 : 78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7/09 15:56:33
아침 출근길, 흙먼지를 뒤집어써 눈처럼 희었던 고양이가 누렁이로 변해서 내게 다가온다. 한번 `갸르릉`거린 후 배를 내 보인 채 드러누웠다. 또 쓰다듬어 달라는 건가 싶어 배를 한번 쓰다듬고 등을 주물러 주니 아예 눈을 감고 소리 내서 울기 시작한다. 출근해야 하는데 자꾸만 시간을 빼앗긴다. 매일 같이 이러니 너무 귀찮다. 그러는 사이 금방 일어나 내 다리에 몸을 비비니 바지에 털이 묻어 바짓단이 양탄자처럼 되어 버렸다.

 이젠 정말 고양이가 싫다. 이대론 안 되겠다. 사료를 담아둔 반찬 통을 흔드니 그제야 자기 밥그릇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따라가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니 고양이의 관심은 사료로 넘어갔다. 밤새 배가 고팠는지 사료가 담긴 그릇에 코를 박고는 사료는 먹는다. 그 뒤로 누렁이가 된 고양이의 새끼들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 귀찮은 녀석들 언제까지 밥을 챙겨줘야 하는지, 매일 같이 바지에 털이나 묻히고 다니고, 여하튼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지에 털을 떼어낸 다음 한 번 더 쓰다듬고 출근을 서두른다. 

 한 달 전 일이다. 새벽 목이 말라 물을 먹기 위해 정수기로 가는데,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잽싸게 창고가 돼버린 빈방으로 쏜살같이 숨는 걸 봤다. 매섭게 추운 겨우내 기숙사 한켠에서 사람들 눈치 보며 셋방살이 하던 녀석이었는데, 거기에 살림살이를 차렸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 간 크고 뻔뻔한 고양이가 아닌가. 호기심에 물 한 잔 먹고, 왜 저리로 들어갔나 싶어 방문을 열고 불을 켰다. 

 세상에…. 누워있는 흰 고양이 아래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들이 젖을 빨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모두 세어보니 다섯 마리나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 앞에는 물과 마른 멸치, 식은 밥이 담긴 그릇들이 있었다. 시꺼먼 사내들이 즐비한 남자 기숙사인데 도대체 누가 가져다 논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현듯 냉장고에 있던 육포가 생각났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육폰데 먹기 찝찝하니 물에 씻어 고양이나 줘야겠다.` 육포를 잘게 찢어 물에 씻은 다음 그릇에 담아주니 흰 어미 고양이가 조금은 경계하더니 갸르릉 소리 내며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식은 밥보다는 고기가 좋은가 보다. 하긴 다섯 마리나 되는 새끼들 젖 먹이려면 고기를 많이 먹어야겠지. 그나저나 사람들이 즐비한 이곳에 터를 잡고 새끼를 낳은 것을 보니 비록 고양이라고 할지라도 바깥보다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새끼를 낳고 길러야 하는 모성본능이 사람을 피하며 살았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뀌게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어미 고양이에게 경외심마저 들었다. 새끼 고양이가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기숙사 안에 고양이가 사는 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며칠 후 이른 퇴근 후 기숙사 주차장에서 이상한 광경을 봤다. 흰 어미 고양이가 누렁이가 된 채로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물고는 이사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사를 가는 거지. 나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형님에게 물어보니 원래 고양이는 새끼를 키울 때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한 마리씩 물어 옮기다, 차에 치여 잘못되면 그거 치워야 하는 걸 생각하니 귀찮아진다. 에이!! 창고 방으로 가서 남은 고양이들을 한 번에 들어 이사 간 곳으로 옮겨 주었다. 얼라. 그러자 갑자기 흰 고양이가 `야옹~`하며 운다. `설마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가?` 그래도 고마움은 표시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사람 먹는 밥을 먹고 똥오줌을 아무 데나 갈겨 되면 냄새가 많이 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변 냄새는 너무 싫다. 사료를 먹이면 안 난다고 하니 사료를 사서 먹여야겠다. 그렇게 사료를 주니 다행히 냄새가 덜 나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냄새가 안 났던가……?

 여하튼 누렁이에게 한 두 번 밥을 주니 이젠 출퇴근 할 때마다 와서 몸으로 내 다리를 비빈다. 그러다 쓰다듬어 주면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른다. 아마도 사료를 주니, 뭔가 노예 계약을 맺으려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이런…. 홀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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