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주변 곳곳에서 쇳가루가 자석에 묻어나온다. 사진 사월마을환경비상대책위원회 제공2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마을 중심지까지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사월마을. 35t 트럭 기준으로 하루 1000~1200대가량의 쓰레기 반입 차량이 이용하는 매립지 수송도로(왕복 4차로)와 맞닿은 곳이다. 도로 가장자리 가로수는 잿빛으로 변했고,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회색 먼지가 풀풀 날렸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은 흙먼지로 뒤덮였고, 일부 차량은 날림먼지 방지용 비닐이 씌워 있었다. 주민 이아무개(68·여)씨는 “봄철이면, 분진에 미세먼지, 황사까지 더해져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수도권매립지에서 마을중심지까지 1㎞ 남짓 떨어진 사월마을은 매립지수송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중 날림먼지에 시달리고 있다.150여가구가 사는 이 곳은 각종 폐기물 처리업체 30여곳을 포함해 공장 100여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공장과 공장 사이엔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주택에서도 기계 소리와 망치질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주택가 곳곳에는 고운 입자의 가루가 뿌옇게 내려앉아 있었다. 주변에서 날아와 쌓인 쇳가루였다. 지난해 마을 주민들이 한두 달 동안 자석으로 모은 쇳가루만 쓰레기봉투 3ℓ가 훌쩍 넘는다.
주민 심아무개(76·여)씨는 “최근 주민들이 암 등 각종 질환에 시달렸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나도 재작년부터 온몸에 극심한 가려움으로 피부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심씨와 같은 피부 가려움증은 이 마을주민 대다수가 겪고 있는 증상이다.
사월마을 주변 현황도. 사진 환경부 제공사월마을환경 비상대책위원회가 자체 파악한 결과, 주민 32명은 심장병, 뇌졸중 등 순환기계 각종 질환에, 16명은 내분비계 질환에 시달렸다. 또 주민 34명을 대상으로 한 모발 내 중금속 함량 분석 결과, 34명 중 26명에서 알루미늄이 기준치 10(㎍/g)을 초과(평균 13.12)했고, 비소도 기준치 1(㎍/g)을 초과한 평균 0.16을 나타냈다. 비대위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초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5월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혈액과 소변을 검사한 결과, 소변 중 카드뮴 수치가 일반 국민 평균 0.76(㎍/ℓ)보다 2배가량 높은 1.30~1.84로 나왔다. 청원서를 제출한 주민 49명의 의무 기록에서 5명은 암, 32명은 순환기계 질환, 16명은 내분비계 질환을 진단받았다.
사월마을 주택 양 옆에 폐기물처리공장과 제조공장이 들어서 있다.마을 인근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납(21.8~130.6㎎/㎏), 니켈(10.9~54.7㎎/㎏)이 전국 평균(각각 29.7㎎/㎏, 13.8㎎/㎏)보다 높았고,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PM10 69㎍/㎥, PM2.5 33㎍/㎥)도 연평균 환경기준(PM10 50㎍/㎥, PM2.5 25㎍/㎥)보다 높았다. 환경부는 이런 결과에 따라 이달부터 8월까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사월마을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시행한다. 이교윤 비대위 총무는 “쾌적했던 마을이 이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치료와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