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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과 노안의 차이
게시물ID : humorstory_184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대바구
추천 : 15
조회수 : 96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4/17 23:37:56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문득 거울을 보다 내가 참 삭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고, 당연히 그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사춘기무렵의 나이였기에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 왔었고,

당시 내 나이가 17살임을 감안 한다면, 어찌보면 내겐 비극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버스 성인 요금을 계산하려했던 시내버스 기사 아저씨들.

심지어 교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거기 아저씨' 라고 말하던 시외버스 기사 아저씨들.

웃긴 이야기지만 한두번이 아니었다.

불행중 다행인건, 얼굴의 생김새가 아저씨 같다거나 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 나이를 들고, 그리고 그 얼굴이 어린 내게 주어졌다는 것.

이쯤 되면 울수도 웃을수도 없는, 소위 말 하는 정말 '좆같은'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금씩 친구들과 어울리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생기면서

그 친구들 중 더러는 삭아보인다고 놀리기도 했고, 더러는 네 같은 얼굴이 20대 후반부터 어려보이기

시작한다고 위로를 하기도 했다.

당연히 믿었다. 친구들 말고도 어떤 과목의 어떤 선생님들도 곧잘 그런 위로를 건냈고,

당시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장난스레 글을 올리면 꼭 그런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대 중반이 넘어버린 지금....

이제의 난 이미 40대 아저씨가 되어 있다. 

하하하.... 너무나 재미있는 상황인데 웃을수가 없다. 

끔찍한 사실은,

이런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의 내 성격이 너무나 귀여운 성격이라는 거다.

이젠 애교떨고 장난치기엔 좀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어서 '마음만 먹으면' 귀여운 척을 하지 않을수 있지만,

내가 30대로 보이던 시절, 그러니까 10대 말에서 20대 초엔 당연히 절제 따위가 될리가 없었다.

덕분에 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예를 들면 술집이나 밥집의 아주머니들 -에게는

아마 절라 철없이 나이값 못하는 아저씨 또는, 보고만 있어도 밥맛떨어지는 미친 손님쯤 되었을거다. 

아아.... 그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기억 저편에서 느껴지는 듯 하다.



가장 충격적으로 끔찍한 사실은,

노안 + 귀여운 성격 에, 게다가 눈웃음을 친다는 거다.

강동원의 눈 웃음은 모두를 행복케 하고, 인종 차별과 전쟁 없는 지구를 만들었지만

나의 눈웃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명적 혐오와,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한계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게 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웃을 때, 저마다 쓴웃음을 지으며

'우, 웃는 모습이 예..예쁘시네요..^^;;; 눈이 안보이시네.'

라며 연신 소주잔을 기울이며 당신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에 바빴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왜 재수없게 눈웃음을 치냐' 며 술이 좀 취할때마다,

'웃는 모습이 너무 가식적이다', '인간적으로 너무 재수가 없다'

며 손가락질을 했다. 물론 다음날엔 기억이 안난단다. 

불행히도, 이제 그 눈웃음은 '눈주름' 되어 내 눈에 자리 잡았았다. 

30대에서 40대의 얼굴로. 

이제 내 나이 26살. 무슨 말인지 알겠는지. 26살에 얼굴에 주름이 잡힌 40대의 얼굴을 가진사람이

바로 나라는 말이다.

분명히 내 얼굴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지는 얼굴이라 했는데.

왜 나는 나이처럼 계속 늙어 가는 것일까.



그리고......

서른살의 나는 대체 어떤 얼굴을 가지게 될까.

두렵다.








ㅠ_ㅠ



베오베 가면 인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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