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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양이가 없는 하루
게시물ID : animal_1846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몽믜
추천 : 1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7 08:27:02
날짜를 세지 않기로 했지만 3주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못볼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본다 라는 생각을 가져야지, 건강하지 못한 생각을 하면 내 자신을 포함 주변사람들 조차 갉아먹는 것 같았다.

포스터를 동네방네 전신주에 걸쳐놓은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이 마지막날이어야 했지만 나는 포스터를 치우지 않고 한군데 더 걸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깥을 좋아하지만 거진 4년동안 집안에서 배부르게 먹고 살던 녀석이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않았을리가 없다. 분명 누군가에게 갈것이다. 포스터를 더 많이 놓을수록 분명 누군가는 연락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나 믿을만한 정보인지는 모르지만 보호소에서 찾는 경우는 적다고 하던데 어떤 사람은 주인이 일찍 포기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보호소 사이트 찾아보는 것만은 게을리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도 적어도 두 통 이상 전화 및 문자가 꾸준히 오고 있다. 몇 개는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봤다는 것이고, 다른 경우 반드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물이 나고 괴로웠지만 오늘은 조금 괜찮았다. 사실 눈물연기를 하라 그러면 10초내에 눈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지 않으면 누가 나만큼 힘써서 우리 고양이를 찾아줄까 생각하니 눈물이 그냥 들어갔다. 강하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무엇보다 어제부터 엄마가 너무 아파서 고양이의 고 자도 제대로 꺼내기가 그랬다.



몇일 전에 핸드폰에 불이 나도록 연락이 왔다. 아주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가 자꾸 자기집으로 온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나더러 그 글을 보라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여자이고 발톱이 없다는 말에 그냥 지나쳤지만 그 사람이 다시 연락해와서 그 고양이를 보러갔다. 내가 본 결과 발톱은 있었고, 암컷인지 수컷인지 조금 애매했다. 

우리 고양이와 비슷한 점: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우렁차다. 수다쟁이이다. 까만 수염이 군데 군데 나 있다. 사람과 먹을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 무늬도 똑같다. 쌍둥이같다. 헷갈렸다.
우리 고양이와 다른 점: 발바닥 모양이 다르다.. 사고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고양이는 발바닥이 곰인형 발바닥인데 이 고양이는 발바닥이 둥그런 모양이다. 배 밑에 문신도 초록색이었다. 또 우리 고양이는 발에 각질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깎아주곤 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온몸이 그렇게 더러운데도 불구하고 발에 각질하나 없이 매끈했다. 그게 조금 우스웠다. 무엇보다 몸집이 너무 작았다. 2주동안 안먹었다고 해도 전체적인 사이즈가 작아질리는 없지 않는가.. 암튼 참으로 헷갈렸다. 아, 그리고 눈색깔이 약간 초록이었다. 우리 고양이는 호박색이다.

수의사에게 데려가 나이만 물어보면 딱 좋을텐데..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아이는 자기가 데리고 있고 싶지만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했다. 나는 이제까지 얻은 정보로 이렇게 저렇게 해서 고양이를 좋은 보호소에 보내라고 했다. (우리 동네 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 내가 돈이 있다면 고양이 치료해주고 이 아이가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돈만 더 많이 있다면..돈이 문제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 아이가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게, 꼭 내 고양이랑 비슷해서인가 싶었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그 고양이를 들여도 된다고 했다. 나는 더이상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기가 두려워 괜찮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은 여기까지 선을 긋는 게 좋을 듯 싶었다. 더이상 정 들면 힘드니까.

오늘 두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얘기를 했다. '오늘 보지 않아도 언젠가는 본다'라는 마음 덕에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다.

마트에 들어갔는데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전단지를 보았다. 별게 다 눈에 들어온다 싶었다. 나는 고양이였지만 저사람들은 애지중지 키운 아들, 딸이었겠지.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울까. 눈앞에서 죽는 것보다 생사를 알수없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한 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익혔다.

우리 고양이도 보호소에서 왔는데 최근에 내가 알아낸 것은 보호소 출신 냥이들은 다 칩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동생이 처음 데려온 그 친구와 다시 연락해보도록 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 이름도 모르고 전화도 모르고. 그때 당시 전화번호 기록을 찾아봤어도 문자로만 했는지 기록이 없었다. 젠장..
만약에, 정말 만약에 우리 고양이가 칩이 있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믿거나 말거나지만 동생은 그 친구가 자신에게 고양이를 그냥 줄 때 보호소에서 안락사 하기 전에 애를 데려왔다고 했다. 어디서 데려 온건지만 알아도 칩 정보 정도는 알 수 있을텐데... 안락사 시키는 보호소는 이동네에 없는데, 안락사시킬 정도라면 당연히 칩은 안해주겠지? 해주기도 하려나. 또 다른 불안이 시작되었다.

고양이가 보고싶다.
애교 부리던 고양이. 나만 좋아해주고 내 옆에만 있어주던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
이제는 집구석이 싫어 나간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밖에 나가서 놀다 돌아오는 외출냥이도 많이 봤는데, 우리 냥이는 외출이 좀 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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