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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게시물ID : animal_184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나
추천 : 17
조회수 : 16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03 12:02:14

2010년 2월, 입사한지 3개월이 막 되었을때 회사 식당 이모로부터 햄스터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키워보겠다고 받은 아이였어요. 햄스터는 친구네 집에서나 보았지, 한번도 키워본적이 없는데다가 근무시간 내내 혼자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 놓였거든요. 그러면서도 친구도 또래도 없는 타지 생활이 싫어서 끝내 받아서 키우게 됐네요.

삼각김밥 사와서 먹다가 밥풀데기 한개 떼어주고, 라면 끓여먹다가 면발 뚝 잘라서 씻어주고, 치킨 시켜먹다가 가슴살만 잘라내서 줄때마다 어쩜 가리는거 하나 없이 잘 먹는지ㅎㅎ 햄스터에 대해 뭣도 모르고 시작해서는 제가 먹을때마다 너 하나, 나 하나 이렇게 먹곤 했네요. 흔히들 동물에게 사람 먹는걸 주면 안된다는데 그땐 그런거일랑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저 혼자 밥먹기 싫은거, 햄스터랑 먹으면서 외롭지않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하얀 골든이었어요. 그래서 이름도 소금이라고 지어줬어요. 빛과 소금같은 존재가 되라고, 그리고 하얀색이라 소금이었어요. 밥도 잘먹고 똥도 잘싸고 크기도 잘 컸어요. 사람들이 실험용 쥐가 아니냐고 물을만큼 덩치도 좋고 몸도 튼튼했구요. 애초에 암수 각 한마리씩 받기로 했는데, 수컷 녀석은 받기도 전에 도망가고 암컷 한마리 받았는데 수컷도 마저 받았더라면 아이도 무지 많이 낳았을거예요. 그렇게 튼튼한 녀석이었는데, 그러면서 옷 한번 뜯거나 사람 한번 물어뜯은적 없는 순둥이기도 했는데.

이가 너무 길어서 병원에 갔었어요. 지난 토요일에 가서 절치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손 위에 올려놓고 있으니 피곤했는지 곤히 자더라구요. 집에 와서도 밥 조금 먹더니 금새 자구요. 저녁이 되서야 일어나서 밥을 마구마구 포풍흡입하고 제 손에 올라타고 주변에 알짱알짱 거리더니 밤에 잘때도 계속 알짱거려서 잠을 좀 설쳤네요. 일요일도 밥 잘먹고 새로 사준집에서 잘자고 월요일 아침에만해도 밤새 놀다가 저 출근할때, 아침에 잠시 부시시 일어난게 마지막이네요. 어제 퇴근하고 남자친구랑 저녁 먹고 들어와서 보니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질 않네요. 일으켜 깨우려고 했더니 애가 차가워요. 평소 자는거처럼 얌전히 누워서 갔어요. 아침에 출근 전에 챙겨준 밥은 다 챙겨먹고 갔어요. 먼길 가야하니까 속이 든든해야했을테니까 다 먹었나봐요. 그 작은손에 파란색 물이 들기 시작했어요. 털은 아직도 보송보송한데 안고 있으면 다시 일어날것만 같은데.

2년 4개월이면 많이 산거라고 하네요. 안 그래도 일전에 햄스터 이빨때문에 글 썼을때 마음의 준비를 하란 댓글도 있었어요. 네,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마음의 준비는 항상 했어요. 햄스터는 오래 못산다는 이야기, 새끼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 다 듣고 감수하고 받은아이였어요. 하지만 소금이가 너무 튼튼하고 잘먹고 이뻐서 처음에 했던 마음의 준비는 다 잊고 오래오래 살아줄줄 알았어요.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하고 바랬어요. 우리 소금이 오래 살아줬어요. 엄마 눈물 많은거 알아서 엄마 안볼때 빨리 갔나봐요. 그 조그만게 말도 못 알아듣는게 뭐라고 사람 마음 참 허전하고 서럽게 하네요. 앞으로 당분간은 못 키울거같아요, 아무것도 못 키우고 마음도 못 내줄거같아요. 지난 2년 4개월동안 나는 좋은 엄마였을까요. 소금이는 내게 전부였는데, 좋은딸이었는데, 이쁘고 착한딸이었는데, 나도 과연 그랬을까요.

오늘따라 날씨는 너무 좋네요, 소금이랑 처음 만난 날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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