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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설 선생님께 배운 시...
게시물ID : readers_18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점돌파
추천 : 3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11 20:39:13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외모도 굉장히 예쁘시고 굉장히 열정적인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담당이 국어선생님이시고 항상 반 친구들을 챙겨주는 선생님이셨는데

저희 반에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계신 앞에서 비속어를 사용 했을 경우 시를 외우게 했습니다.

작은 상자 안에 시를 적은 버스카드만한 코팅된 종이들이 있었고, 우리가 뽑기식으로 한장 선택하는거였습니다.
물론 굉장히 긴 시들도 있엇고, 짧은 시들도 잇었습니다.
그리고 당일에 꼭 시를 외워서 선생님 앞에 읽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가 적힌 종이를 다시 선생님께 반납하는 형식이였습니다.

제가 어느날 한번 걸려서 결국 시를 외우게 되었죠.

제가 뽑았던 시는

전봉건 시인의 피아노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었다.



굉장히 짧은 시였습니다.
아싸 운좋다! 하며 바로 다음 수업시간동안 수업에 집중은 안하고
바로 달달달 외워 쉬는시간에 선생님께 갔고
선생님 앞에서 시를 읽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웃으시며 제게 질문을 하나 던지셨습니다.
"벌써 외우다니 XX이는 머리가 좋은가보네. 혹시 알고 있던 시 아냐?"
"아뇨 전혀 몰랐던 시였어요. 짧아서 금방 외운것 같아요"
"오~, 그럼 외운 시가 어떤 내용인지 이해했나보구나?"

순간 선생님께서 왜 이러시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시를 외워 갔을 때도 선생님께선 다음부터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만 주고 끝났기 때문이죠.
그냥 영어단어시험을 보기 10분전에 후다닥 외운것처럼 아무생각없이 외웠기때문에 시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뇨.. 그냥 외우기만 했어요.."

선생님께선 미소한번 지으시고 제가 뽑았던 시를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시를 천천히 생각하며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때 선생님게서 왜 그런말을 하셨는지도 몰랐고, 그때 빨리 끝나고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신 종이는 제 책상서랍어딘가에 던져두고 잊었습니다.


그리고 약 5년이 흘렀고 우리집은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책상정리를 하던도중 서랍 구석에 코팅된 작은 종이가 보였습니다.
대학생이였던 전 혼자 실실 웃으며 시를 천천히 읽어봣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의 이미지가 머리속에서 그려졌습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본 피아노 콘서트가 생각나며
피아니스트가 빠르게 건반을 치면 그에 맞춰 생기있게 튀어오르는 그랜드피아노의 해머부분..
이 모든것이 시와함께 머리속에서 그려지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선생님께서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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