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을 구독해보는 사람입니다.
이번주 시사인에서 부록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의 인터뷰집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샘플북을 보내줬습니다.
샘플북 마지막 장에는 시 한편이 적혀있는데요. 이 시를 소개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시를 쓴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신호성 군입니다.
신호성 군의 어머니는 인터뷰를 마친 뒤 따로 작가들에게 연락을 하셔서 한가지 부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호성이가 쓴 시가 있는데 실어주시면 안 돼요?"
책을 좋아하고 국어선생님을 꿈꾸던 아들에게 어머니는 선물을 주고 싶으셨던 겁니다.
아들의 물건을 다 태우려 했지만 끝내 태우지 못하고 남겨둔 게 호성군이 좋아하던 책과 호성군이 직접 쓴 시였습니다.
다음은 호성군이 쓴 시입니다.
나무 -신호성-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호성군이 어떤 의미로 이 시를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가 저에게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람들을 뜻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무는 새들과 식물들이 모여사는 하나의 집이자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가족.
참사를 일으킨 나무꾼들과 그걸 그저 지켜보는 무수한 방관자들.
밑동만 남은 나무처럼 살아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은 끝까지 참사를 직시하고 기억하는 것.
금요일 밤. 수학여행에서 돌아와 가족들의 품속에서 이야기 보따리와 선물을 풀어놓고
소소한 행복을 나누었을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