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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이야기1
게시물ID : star_185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edPlanet
추천 : 0
조회수 : 6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10 23:59:14

" 아 네가 그놈이냐?"


내 소개를 했을때 

그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시중에 구해볼만한 음악 잡지는

락 위주의 '핫뮤직' 밖에 없던 시절

힙합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PC통신에 가입했고

찾아 들어간 흑인음악 동호회.




대화방이란 곳에 들어가면

최대 10명까지 모여 채팅을 할 수 있었는데

난 그 남자에게

"들을만한 외국 힙합 좀 추천 해주세요" 했었고

그는 나에게

"너티 바이 네이쳐를 추천합니다" 했었다.



너티바이네이쳐. 너티바이네이쳐.

내가 핫뮤직에서 봤는데 이재현(메타) 라는 사람이 

분명 너티바이네이쳐는 퍼블릭 에네미의 아류라고 했었는데!




"너티바이네이쳐는 퍼블릭 에네미 아류 아닌가요?" 라며 난

되도 않는 아는척을 했었고

그는

"너티바이네이쳐가 PE의 아류라고?????" 하며 흥분 했었다.


이게 그와 나의 온라인 첫 대화였다.





시간이 흘러 동호회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고

난 그남자에게 내 소개를 했었다


"안녕하세요 저 대화방에서 너티바이네이처가 퍼블릭에네미 아류아니냐고 했었던.."

"아 네가 그놈이냐?"


썩소를 가득담은 얼굴로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여느 음악모임이 그렇듯 

모이면 음악 얘기는 많이 안하고

술마시고 노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고

그남자는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같은 곡들을

굉장히 '찰'지게 불러 제꼇다.



보컬 지망생인가? 

아니 어쩌면 개그맨 지망생일지도..

착각이었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알게 됐지만 

그는 랩을 하는 사람이었고

너티바이네이쳐의 '힙합후레이' 를 부를때가

김현식의 곡을 부를때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잡지 등을 통해 알게된 얄팍한 지식으로 상대하기엔

음악을 직접 듣고 접하며 지내온 시간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에 막연한 동경을 갖던 나에게

그는 언더씬에 폐해와 오점등을

하나하나 알려주며

음악에 대한 좀더 폭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특히나 그는 "이리 나와 나와 함께 손을 들고 놀자" 같은

별 내용없는 프리스타일 랩을 혐오 했었고

나는 그런 그가 프리스타일 랩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두번째 착각이었다.




어느 날인가 동호회에선 다시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고

마스터플랜 클럽에 모여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가던

스컬이라는 형은 무대에 올라

그남자를 가리키며

"목짧고 얼굴 큰 MC" 라고 놀렸고

내가 아는 그남자라면 분명

프리스타일 무대에 오르지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그는 스컬에 이어 마이크를 잡고 프리스타일 랩을 했었다.


내가 본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프리스타일.



알면서 안하는건지. 못해서 안하는건지.

10년이 흘러도 그를 이야기 할때

나오는 이 주제는 그때부터 생겨난것일까..






하루는 일산에 아는누나 집에 갔었다

지하복층으로 이뤄진 그집에

지하실엔 조그마한 Bar 가 있었고

나와 친구 몇과 그남자는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남자와 피타입이 처음 만났던 이야기에서 부터

평소 궁금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까지.



그러면서 그는

"한 10년후에 이런 bar가 있는 작업실 하나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말했었다.




지금 그는 마포에 한 오피스텔에서 먹고 자고 음악 작업을 한다는데

10년전에 꿈꾸던 그런 Bar 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나와 그남자는 연락이 뜸해졌고

아는 형동생 사이에서

뮤지션과 팬의 사이가 되어 있었고

그남자는

이전에 온라인에 발표했던 곡들과 신곡을 묶어

1집 발매를 하였다.



한동안 그의 1집 음반을 듣다가

몇년간 그의 소식은 친구를 통해

간간히 들었다



군대를 갔다더라

영어 선생을 한다더라

음악은 때려쳣다더라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더라...





몇년이 흘러 그는 2집을 발매 했고

나는 그의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전에 그는 

빽업 MC를 봐주던 나와 초중고 친구 사이인 '프리스타' 와 함께

놀이터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형 저.." 했었고


"우와 경화다 이게 얼마만이야" 하며 그는 나를 반겨 주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내 이름과 얼굴을 까먹지 않고

기억해주는게 왠지 고마웠고

그날 나는 실로 오랜만에 힙합 공연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를 한다는건 알았지만

왠지 뻘쭘한 기분이 들어

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그남자는 프리스타를 통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경화야 같이 놀면 좋을텐데 다음에 같이 술한잔 먹자"









내가 알던 그는 그렇다

뭔가 시니컬 하면서도

따듯한 구석이 있고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사람.







그와 음악 이야기를 할때

나는 힙합외의 음악에 대해

많이 물어 봤었다




"형. 형은 커트코베인이 천재라고 생각해요?"

"커트는 천재라기 보단... 그 시대의 영웅이었던거 같은데.."




커트코베인을 시대적 영웅으로 표현하는 사람.



그 또한 좀더 시간이 흐르면

이 씬에 영웅정도로 기억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s UMC ,프리스타=D.Theo



출처-힙합플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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