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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1화 (김형사)수정
게시물ID : panic_18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간적
추천 : 1
조회수 : 8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8/03 20:21:49

7월23일 더럽게도 더운 여름 어느 거리에서 누더기를 입고 있는 노숙자 한 명이
더위를 잊기 위해서인지 소주 한 병을 마시며 비틀거리며 거리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제기랄 더럽게도 덥네."

거칠게 욕설을 내뱉은 노숙자 김씨는 술병을 들어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소주까지
자신의 비어 있는 위장 속으로 털어 넣었다. 

"크, 씨발 소주병만 존나 커졌어"

하며 빈 소주병을 자신이 매고 있는 커다랗고 다 낡아 빠진 등산용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동안 모은 빈 소주병들을 보며 이것들을 판다면 소주 한 병 더 먹을 기대로 초록빛으로 
가득 차있는 자신의 등산용 가방의 문을 닫는다

"시팔, 술만 처먹으니 속이 쓰리네! 뭐 먹을거리라도 않 떨어져 있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김씨는 길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하얀 스티로폼 상자를 보았고,
그 상자를 보고 옛날에 주웠던 건어물이 가득 담겨 있었던 상자를 기억해내었다.
헐레벌떡 달려가 그 상자를 낚아채어 길 한구석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아 상자를 열려고 하였다.

"크흐흐, 며칠은 먹을 수 있겠네, 하나님 감사합니다. 흐흐흐 "

하고, 거칠게 상자를 열어 상자 속을 보았지만, 거리의 구석을 밝히는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은 유난히 어두운 상자 속을 비추기에는 역 부족이었고, 결국 김씨는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 상자 속을 확인 하였다.
기대감에 가득 찬 김씨는 간만에 올린 수확에 기뻐하며 상자 속에 가로등 빛을 댔다.

"음? 씨발! 먹을 게 아니잖아 뭐야. 이 털 뭉치는..."

하고 상자 속의 내용물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씨.씨발! 뭐야 이건, 머.머리 아냐!"

상자 속에는 눈꺼풀이 너덜거리고 양쪽의 안구가 뽑혀, 양쪽 눈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만 남아 있는 여
자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니미럴, 재수 옴 붙었나. 이거 경찰 불러야 하나. 어떤 미친놈이 경찰서 앞에 사람 머리를..."

노숙자 김씨는 눈앞에 보이는 경찰서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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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오래된 브라운 TV는 찬란하게 빛과 아침 뉴스의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7월 23일 노숙자 김씨의 신고로 7월 23일 서북화동 경찰서 앞 거리에서 살해된 여성
의 머리가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몸통은 경찰에서 수색 중이며 피해자의 눈꺼풀을 잘라내어 안구를 적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의 머리가 담겨 있던 상자에는

자신을 아르고스라 칭하는 피의자의 편지가 담겨 있었....."

"삑!"

오래된 브라운관 TV 특유의 파장 음과 어두운 방안은 이제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쌍, 서북화동 거리면 우리 경찰서네, 이재 좀 쉬려나 했더니 오늘부터 또 철야 하겠네."

하고, 어둠에 잠긴 방안의 구석에 놓여 있는 낡은 가죽 소파에서 피곤에 찌든 목소리가 중얼거리기 시작했
다.

그러다 문뜩 뭔가 떠오른 듯 자신의 주위를 더듬기 시작하였다.

"빨리 폰을 꺼야 해. 이제 들어왔는데 잠은 조금 더 자도 되잖아?"

하고 자신의 주위를 더듬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지더니 마침내 베개 아래에 놓여 있던 빨간색의 휴대전화기
를 발견하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휴대폰 뒤쪽 부위를 뜯어 배터리를 분리해서 소파 너머로 배터리를 집어던졌
다.

"크크크, 이 팀장 저 오늘 지각할 거 같습니다. 크크크" 

다시 베개로 얼굴을 파묻고 마저 꿈의 세계로 빠지려는 찰나.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재길! 전화코드부터 뽑았어야 했어."
거친 말을 내뱉은 남자는 수화기를 낚아채어 여보세요 라며 전화를 받았고, 남자는 반대쪽의 말을 기다렸다.

"야 이 김 형사 개새끼야! 씨발, 니 또 휴대폰 꺼놨지?! 내가 휴대폰 꺼놓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형사 뱃
지 마음에 안 들어? 교통과로 보내줘?!"

기대하던 대로 노기로 가득 찬 서북화동 경찰 강력부 이 팀장 일명 미친개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넘어 김 형
사의 고막을 두들겨댔다.

"아니 배터리가 나갈 수도 있죠 뭐, 뭘 그런 거로 화를 내십니까, 사람 간 떨어지게"

김 형사는 귓구멍을 후벼 파내며 수화기에 대고 말을 하였고, 반대편에서도 다시 노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
다.

"어어? 이 새끼, 또 정신 못 차리네, 시간 없어서 산 줄 알아! 일단 나와 살인사건이다"

"네 방금 뉴스 들었습니다. 우리 경찰서 앞에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고요?"

"그래 어떤 미친놈이 경찰서 앞 에 눈꺼풀 짤라서 양쪽 눈깔 뽑아서 대가리만 상자에 넣고 안에 편지까지 넣
고 소포 보냈다. 한동안 집에 들어갈 생각일랑 말아.!"

"뚜-뚜-뚜-"

하고 수화기에서 연락 끊긴 소리만 적막하게 들려왔고 김 형사는 수화기를 전화기에 놓았다.

"애이씨, 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쉬지도 못하게..."

김 형사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찬물을 묻히며 자신의 트래이드마크 인 싸구려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고 잠을 떨쳐내었다.

"대한민국 평화를 지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가 부다. 흐흐"

그는 실없는 말과 같이 까만 구두를 신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말보로 한 까치를 꼬나물고

녹슨 아파트 철문을 열고 지린내 진동하는 거리로 나왔다.

"애이씨 날씨 더럽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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