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대해서 아는게 없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맷이란것을 ( 로우포맷도 아닌 그냥 윈도우 덮기 ) 일주일 전쯤 성공 했습니다.
그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네요. 하지만 부족한 저에겐 너무나도 큰 진일보 였던건지.. 신은 그것을 허락치 않고 시스템 덤퍼링 메모리
라는 블루스크린을 함께 보내 주셨습니다. 관련 자료들의 탐독 후, 이것은 그래픽카드 드라이버의 문제일 것이다라는 판단 하에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제거 / 재설치를 감행! 얼마간 아무 문제 없이 버텼습니다. 평온한 나날들이 이어졌지만 바로 어제. 이녀석은 제게 이제 그만 놓아달라며
푸른 얼굴로 다시 찾아 왔습니다.. 윌슨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 윌슨.. 윌슨.. 저는 마지막 극약처방으로 본체를 뜯어서 모든 먼지를 털어내는
동양의학과 로우포맷을 집도하는 서양의학을 함께 시술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옆뚜껑을 열었습니다.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활인의 술인가..
라사를 하나 하나 푸르기 시작 했습니다.. 엄청난 먼지.. 환우의 상태가 심각했으나 침착히 집도해 나갔습니다. 그래픽카드를 열어 많이 굳어있던
서멀 구리스를 보며 환자분 가족들에겐 어떻게 말해야할지... 무튼 집에 서멀 구리스가 없는 관계로 방치.. 어디서 본건 있어서 기판끼리 연결되는
연결부를 지우개로 슥슥 닦아내며 입가엔 나도 모를 웃음이.. 또다시 전율이.. 어디선가 ( 라고 쓰고 내 입에서라고 읽는다 ) 맥가이버 브금이
( 빰빰빰 빰빰빰 빰빰빠라바라 밤! 밤! 밤! 빠라바라바람! 빠라바라바람! 빠라바라밤! 빰!!! 빰 ~~ !!! )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 자신감 + 20 ).
메모리도 분리해서 쓱쓱, 쿨러도 분리해서 쓱쓱, 하드도 분리해서 쓱쓱, 시디도 분리해서 쓱쓱.. 이때쯤이었습니다.. 진리의 문을 열었습니다.
메인보드에 써있는 상형문자들이 이해되기 시작하였고,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들의 구분이 명확해져 한걸음만 더 가면 연성진 없이 컴퓨터를 한대
연성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메인보드도 분리해서 쓱쓱.. ( 분리할땐 니맘대로일지 모르지만, 조립할땐 아니란다 ).
진리의 문을 연 것에 대한 등가교환 이었을까요.. 컴퓨터의 혼을 모니터에 정착 시키는 것 까지는 제 잠을 바쳐 이뤄 냈지만.. 컴퓨터는 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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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어 알, 내가 반드시 데러리 갈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