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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후보에 대한 사퇴 종용, 과연 적절한가?
게시물ID : sisa_1854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라쿠스
추천 : 0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06 22:51:03
사람이 어떤 잘못을 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책임의 무게는 사안에 따라 각각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였으면 법에 심판에 따라 무기징역 등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걸리면 범칙금 몇 만원을 물게 된다. 지나가다 실수로 남의 발을 밟으면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사과하면 되고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무기징역의 처벌을 내리자는 이상한 주장 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는 권력이 갖는 특성과 그것이 갖는 파급력을 볼 때 엄벌에 처해야할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게다가 그 관련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행위는 더욱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만약 그 일을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탄핵을 당하거나 스스로 하야해야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오자까지도 그대로 베껴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그것을 근간으로 교수에 임용되었다면 학위와 교수직 박탈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이는 문서를 위조해서 자신의 권위와 직위를 쟁취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회의원도 안 될 말이다.

그러면 언어와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어떠할까? 표현의 내용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그 일이 있을 당시 신분, 그 표현을 한 공간 또는 매체, 그 표현을 듣거나 보는 대상, 그 표현이 나오게 된 계기 등에 따라 판단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우선 신분에 따라 다른 경우이다. 가벼운 성적 농담이라도 친구들끼리 한 경우라면 그냥 야한 우스갯소리일 뿐이지만 상사라는 직위에 있는 자가 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공간도 문제가 된다. 공적인 강연 자리에서 하는 말과 술자리에서 하는 말은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매체는 어떠한가? 지상파 방송에서라면 술을 마시면서 방송을 했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만 인터넷방송이라면 새로운 형식일 뿐,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누구를 대상으로 했냐는 것은 더욱 큰 차이를 낳는다. 예로 들면 전라의 남녀가 침대에서 정사하는 장면이라도 19금의 영화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이들이 보는 교육방송 채널에서 나왔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계기나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욕을 했더라도 본인이 먼저 욕을 했는가 아니면 상대의 욕을 듣고 맞받아쳤는가 등에 따라 그 평가를 달리 한다. 말과 표현의 판단은 그런 것이다. 신분, 때와 장소와 상황 등에 따라 그렇게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김 용민 후보의 경우를 살펴보자.

8년 전 한 19금을 표방한 성인인터넷방송에서 게스트로 나온 김용민씨가 이라크포로에 대해 잔인하고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인간이하의 대우를 한 부분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면서 미군과 그 당국자들도 그 정도로 동일한 수준으로 당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신분, 매체, 대상, 상황 등을 모든 생략한 채 단지 그 표현만 갖고 본다면 그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장 어떤 공적 활동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거칠고 성적 표현을 하겠다고 표방한 19금 인터넷방송에서 그것도 잔혹한 범죄 행위를 한 대상에 대해 표현했다는 것을 전제로 둔다면 그의 발언의 부적절성은 그 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발언의 내용에 대한 문제는 분명 남는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가 필요하고 이미 그는 그렇게 했다.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매체와 새누리당은 민간인 사찰건을 덮을 호재로 잡고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들이야 그 아닌 일이라도 그렇게 해왔기에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 매체와 일부 민주당과 진보 정치 진영 그리고 사회단체까지 나서서 진보의 순수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며 사퇴를 종영하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의 행태로 보아올 때 이 또한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들의 마녀사냥에 함께 어울려 손가락질하기보다는 그 일의 정확한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비판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족하다. 혹시나 전략적 차원에서 이 문제가 수구 진영에 빌미가 되어 진보 진영에 불리하지 않을까하여 '꼬리 자르기'식으로 사퇴를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매우 비겁하고 치사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운 여성이 일명 지하철 '담배녀'라 불리며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동영상에는 많은 네티즌들이 맞아도 싸다, 고사하다라며 조롱과 환호의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운 행위는 잘못된 행위이긴 하나 매우 가벼운 경범죄에 해당한다. 지적해서 듣지 않으면 가벼운 처벌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폭력은 다르다. 이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힘을 통해 제압하는 매우 질 나쁜 범죄다.

나는 이번 사안에서 우리 언론이 바로 그 '담배녀'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남성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남성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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