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드에 저장한 일기를 고대로 복사해서 갖다 붙인 거니까
반말이라도 양해해주시길.
근데 왜 오유는 다들 존대말을 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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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날씨도 덥고 해서 갑자기 냉면을 먹고 시펐다
그래서 냉면 먹으러 갔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딱 한 테이블이 비어있었다
그래서 거기 앉아서 냉면을 시켰다
주인 아줌마는 반갑잖은듯이 주문을 받아서 휙 가버렸다
내 옆테이블에는 8명이 단체로 와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나도 냉면이 와서 냉면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더 바글바글해지기 시작했다
주인아줌마는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깐만녀"
하면서 손님들 달래느라 바빴다
난 혼자서 4인용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서 좀 미안해졌다
근데 아줌마가 나한테 와서 합석 좀 부탁한다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다
기다리던 커플 한 쌍이 내가 있던 테이블로 왔다
근데 이것들이 내 맞은 편에 쌍으로 앉는 것이었다
냉면을 먹는 것이 관찰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난 원래 식사를 늦게 하는 편이라서 군대에서도 고생 좀 했다
초조한 기분으로 냉면을 먹고 있는데
앞에 앉은 커플이 TV로 야구중계를 보다가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빠 왜 야구에서는 아웃이라고 하는거야?"
"응 차례 끝났으면 빨리 나가라는 소리야. 아웃이 나가라는 뜻이잖아"
"아하 그러쿠나"
이것들은 나를 겨냥해서 하는 말 같았다
그리고는 나를 노골적으로 힐끔거렸다
기분이 안 좋아져서 옆을 보니
8명은 냉면을 다 쳐먹고도 자릴 안 뜨고 앉아서
육수를 마시며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엇다
그 8명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들 많으니까 이만 일어나는게.."
그러자 나이 많아 보이는 한 아저씨가 언짢다는듯이 말했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뭔 소리야?"
그러자 나머지 6명이 모두
일어나자고 말한 그 사람을 나무랐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날 째려보았다
아줌마도 바쁘게 오고가며 날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앞의 커플도 날 자꾸 쳐다보았다
나보다 일찍 온 놈들은 다 쳐먹고도 안 가는데
왜 나만 보고 질알이냐고
난 기분이 X 같아졌다
그래서 젓가락을 탁 하고 탁자에 놓으면서
"아놔 진짜 짜증나서 못 먹겠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남자가 날 한심하다는 듯이 꼴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나는 욱 해서 소리쳤다
"뭐 병시나 다툴래?"
그러자 그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날 내려다보고 소리쳣다
"그럼 나가서 한 번 우리 자웅을 겨루어 보지 않으련?"
옆에서 여친이 팔을 붙잡고 막 녀석을 말렸다
"오빠 이런데서 저런 사람이랑 싸우지마~"
갑자기 냉면집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주인 아줌마가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손님 맞을래요? 네? 맞을래요?"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나를 꼴아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우와아아아앙 하고 울면서 젓가락을 던지고 도망쳤다
제대 이후 처음으로 흘린 사나이의 눈물이었다
근데 돈을 안 내서 기분은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