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몽골 7일째(6월 30일), 새로운 기회..
울란바트로에 들어 온지 3일째. 호텔을 나와 아침을 먹기위해 먼저 갔던 식당을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근처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메뉴가 사진은 없고 모두 몽골 글씨로만 써 있어서 옆 테이블에서 먹고있는 걸로 똑같이 달라고 했다.
3,500투그릭(3,000원 정도). 양이 적지 않을까 했는데 먹어보니 고기도 크고 맛나고 배도 불렀다. 다들 콜라도 하나씩 먹길래 나도 하나 주문했다.
미니콜라 400투그릭(300원 정도).
밥을 맛있게 먹고 만족도가 높아 가기전 식당 사진을 찍었다. 빅마마... 큰엄마?
언제까지 울란바트로 시내에 머물수는 없고 빨리 어떤 결정을 내리고 몽골을 여행해야 하는데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걱정이 되었다. 가장 쉽게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고비사막에서의 개고생이었다.
오늘은 또 개고생을 하든 어떻든 어떤 결정을 꼭 내리기로 하고 아예 인터넷 할 수 있는 곳도 찾아 보기로 하고 노트북도 챙겨 나왔다.
우선 울란바트로 시내에서 돌아 다닐때 쉽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갔다.
날씨가 좋아서 전날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사진도 찍고 광장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옆에 있던 젊은이 한테 부탁해서 사진 찍었다. 전날은 비가 올때 찍어서 날씨 좋을때 다시 찍고 싶었다.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UB게스트하우스를 찾아 갔다. 스마트폰에 저장해온 약도를 보고 근처까지 가서 한참을 헤멨는데
위 사진처럼 간판만 있고 아래 작게 써 붙인 것처럼 입구는 빙 돌아서 건물 뒷쪽으로 가서 2층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내가 생각했던 좀 널찍한 곳이 아니라 아파트를 개조해서 만든, 좀 복닥대는 곳이었다.
머물수 있는지 물어보니 대답은 먼저와 같았다. 아직 빈 베드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사장님은 없다고..
시내를 더 대책없이 돌아 다니다가 보이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들어가 보았는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게스트하우스가 이렇게 방잡기가 어려운가?하는 생각을 했다.
PC방도 좀 헤메다가 찾아 들어갔는데 우선 노트북을 보여주며 사정 이야기를 하니 따로 카운터 옆에 인터넷 선을 빼 주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오유 형제자매들이 내가 중국 여행중에 실종된거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헐..
그리고 먼저 몽골 넘어 오기전 중국 국경지역에서 만났던 한국분 메일이 와 있었다.(이하 '강형'이라고 지칭할께요)
내용을 보니 곧 흡수골 출발하려고 하는데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자고, 울란바트로 들어 왔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 이었다.
바로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해서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외국에서 오가다 만난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신기하고 몽골 어디를 어떻게 여행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흡스골이라는 그래도 내가 들어본 곳을 같이 여행하게 되는 큰 기회를 얻어 너무 좋았다.
ㅁ 몽골 8일째(7월 1일), 흡수골 출발 준비.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내 타이어를 두꺼운 타이어로 교체하기 위해 강형이 알고 있는 자전거 숍을 찾아 갔다.
계속 찾아왔던 슈발베는 없었지만 아주 두껍고 장거리에 적당한 로드용 타이어가 있어 교체했다. 67,000투그릭(55,000원 정도)
타이어를 바꾸고 나니 운동화에서 등산화로 바꾸어 신은 것처럼 어디를 가도 별 걱정없을 것처럼 든든했다.
이 자전거 샵은 찾기 어렵게 좀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취급하는 자전거와 일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모습이었다.
먹거리도 사기위해 들른 국영백화점. 울란바트로 가장 중심에 있고 이 주변으로 각종 식당과 상점들,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어서 여행자 들에게
수흐바타르 광장과 더불어 가장 뽀인트가 되는 곳이다.
1층에 대형 마트가 있어 몽골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물건 사고 있으면 한국말도 많이 들린다.
강형은 몽골 친구의 도움으로 2달동안 20평 정도되는 아파트를 임대했는데 몽골이라고 싸지는 않았다. 한국 소도시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 월세정도..
저녁에는 강형이 맛있는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해 줘서 간만에 칼칼한 음식을 먹고 한국말 할줄 아는 강형의 몽골인 친구와 그의 후배랑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ㅁ 몽골 9일째(7월 2일), 흡수골을 향해 출발..
드디어 몽골인들이 엄마의 바다라고 부르는 흡수골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 흡수골 여행에 필요없을 것 같은 노트북, 영어 회화책 같은 물건들은 아파트에 두고 대신 라면, 햄, 쌀, 야채스프 같은 먹거리로
가방을 채우고 출발했다.
시내에서 가다가 신호등 대기하고 있는데 자전거 타는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강형에게 이것 저것 물었다.
출발하고 1시간 반정도 달리니 울란바트로 시내를 벗어났다.
나 혼자 다닐때는 스적스적 꾸준히 달리는 편이었는데 강형은 내가 쫓아가기에 좀 버거운 속도로 달렸다. 1시간 정도 달리고 10분정도 쉬고..
따라가는 입장이라 나는 쉬엄쉬엄 다니니 천천히 가자고 말하기도 뭐해서 열심히 페달을 밟으니 그럭저럭 따라갈만 했다.
울란바트로를 벗어나고 몇시간 달리니 이제는 완전히 초원이 펼쳐졌다.
한참을 달리다가 화장실과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렀던 가게. 출발도 좀 늦게하고 해서 빵과 음료수로 대충 때웠다.
몽골 시골의 많은 가게들이 저런 모습이다. 음식이나 음료수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걸려있고 그림이 아예 없는 곳도 가끔 있고..
저녁 7시정도 달리던 도로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고 간단히 저녁을 먹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강형은 배가 아프다고 휴지를 챙겨서 한 200미터 떨어진 곳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서 일을 봤다. 가릴 수 있는 나무하나 바위하나 없는
사방이 뻥 뚫린 곳이니 어쩔 수 없다. 그냥 그쪽을 안 쳐다볼 수 밖에.. 한 2킬로 가서 앉아 있어도 보일듯한 넓은 초원이다.
근데 워낙 넓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니 거리에 대한 감이 잘 안온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산까지 얼마나 될까? 5킬로? 10킬로?
한참을 보고 있어도 모르겠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탈이 났는지 강형은 계속 속이 안좋다며 저녁도 먹지 않고 일찍 텐트로 들어가고 나 혼자 라면을 먹으려니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잠자기에는 아직 날이 밝아 혼자서 텐트 주변을 서성였다.
소똥을 유목민들이 난로 연료로도 많이 쓰고 불을 붙여 놓으면 그 연기때문에 모기가 도망간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적이 있어서
잘 마른 소똥을 주워 라이타로 불을 붙여 보니 활활타지는 않는데 담배 타듯이 꺼지지 않고 계속 연기가 난다. 근데 여기는
모기가 살만한 물이 없는 곳이라 그런지 모기는 없었다.
굴러다니는 말 해골도 있고..
땀은 많이 흘렸지만 씻을 물은 없으니 물티슈 몇장으로 대충 닦고 잘려고 텐트에 누웠다.
많이 기대하던 몽골의 초원에 텐트를 치고 누웠는데 내일은 강형이 괜찮아질까 하는 걱정과 다시 돌아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들었다.
이날 이동거리 10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