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여긴 어딘가?
난 분명 일을 마치고 버스에 내려 집으로 걸어 가고 있었는데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지않는다.
난 낯선 이 방에서 1인 쇼파에 앉아서 기절한 채로 있었던 것 같다.
옷은 어제 입은 그대로다. 주머니속엔 지갑과 핸드폰이 사라졌다.
쇼파에서 바로 보이는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밀어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안함이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하고 호흡이 가빠졌다.
빨리 여길 나가서 집에 가고 싶다.
다시 소파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듯이 당겨 고통으로 정신을 환기시켰다.
그렇게 몇 분을 가만히 있었더니 진정이 좀 됐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방은 3평 정도 되는 크기였다.
어두운 방엔 쇼파하나와 작은 테이블 하나가 있었고 사방은 창문 하나 없이 모두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벽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전구 하나가 방을 비추고 있었다.
갈색의 출입문엔 전자 도어락이 있는데 번호를 알아야 열릴 것 같다.
작은 테이블 위엔 유선전화기가 한대 있어서 수화기를 들어보니 다행히 신호가 간다.
난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려했지만 버튼이 1과 6밖에 없었다.
생각난건 111 간첩신고 번호였다.
어쨌든 납치당했다고 하면 와줄 것이다.
111을 누르니 연결음이 두번 울리고 여보세요 하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난 다급히
"제가 지..지금.."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다시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난 절망감을 느꼈다.
전화기 마이크가 안 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고 뚜뚜뚜 소리가 났다.
'제기랄..'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문쪽으로 갔다.
상황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에 귀를 대고 조용히 소리에 집중했다. 한참을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문밖에서 감시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은 방음성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서 어떤 소리가 난다면 분명 들렸을 것이다.
난 손잡이 위에 붙은 도어락을 자세히 관찰했다. 자주 누르는 버튼은 닳아서 표시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어락은 거의 새것처럼 깨끗했다.
한 숨을 내쉬고 아무생각없이 숫자 0000을 눌러보았다.
삐삑 소리가 나며 잘못 눌렀을때 나오는 익숙한 경고음이 들렸다.
그런데 도어락 전면에 있던 LCD에 알파벳4글자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T I M E
'타임? 시간? 시계? 무슨 의미지'
왠지 문뜩 지금 상황이 방탈출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날 납치한 사람은 날 테스트 할려는 것인가..'
어쩌면 미친생각이긴 해도 그럴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날 아는 사람이라는 거겠지.
난 다시 방을 샅샅이 뒤지며 조사했다.
지금까지 나온 단서는 마이크가 고장나 있고 숫자버튼이 두개밖에 없는 전화기, 도어락,TIME 이것뿐이다.
단서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방을 꼼꼼히 뒤져봐도 추가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문쪽으로 와서 팔짱을 낀 채 도어락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TIME이 뜻하는게 뭘까'
난 도어락에 혹시 다른 기능이 있나 싶어 도어락의 측면을 만졌는데 뭔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느껴졌다.
도어락의 옆에 음각으로 글자가 파져 있었다.
N O W
'나우? 지금? 타임 그리고 나우. 현재시간!'
도어락의 비번이 현재시간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현재 시간을 어떻게 알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평소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시 잠겼는데 뭔가 갑자기 생각났다.
'아하! 알았어!'
난 비번을 풀고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입을 벌리고 굳어버렸다.
to be continued..
Q. 비번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 삘 받아서 허접하지만 모델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