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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18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이~!★
추천 : 243
조회수 : 4284회
댓글수 : 1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4/10/15 22:36:25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0/15 22:36:25
오래전에 읽었던건데 오늘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더라구요~
물론 뒷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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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 둔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는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세일이 내일까진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가며 애를 쓰는 내 생각을 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저렇게 해도 되는건지 점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되겠지?"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입을 때야?"
계속되는 옷타령에 나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흠짓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가지고 겨우 옷 한 벌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창피스러워졌
다.
그러고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자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 상을 차리고 있었다.
자분자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지 뭐.'
그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빨리 들어와봐~ 빨리...."
"왜, 왜 이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 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 백에서 옷을 꺼내 내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닌가.
"어머, 딱 맞네! 색깔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자켓 벌써 몇 년째잖아."
아내는 마치 자신이 맘에 꼭 드는 옷을 사 입은것처럼 웃으며 좋아한다.......
'아.....나는 언제쯤 철이 들까!'
천사같은 내 아내. 사랑스런 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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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주책맞게 눈물이 나네요^^;
가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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