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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가게에서 1년4개월동안 일한 썰.txt
게시물ID : cook_186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Tuner
추천 : 10
조회수 : 1534회
댓글수 : 55개
등록시간 : 2016/08/17 16:58:56
평양냉면.JPG

안녕하세요. 27살 남자오징어에요. 요새 날씨가 덥다보니 평양냉면이 핫하고 추천도 많이 받더라구요.

저는 15일날까지 평양냉면가게 주방에서 일하다가 관뒀어요. 곧 대학교 복학을 할 생각이라서요.(4년휴학함 ㄷㄷ)

제가 다녔던 가게는 호불호가 좀 갈리지만 전국적으로 꽤 유명한 가게에요. 자음으로만 말해도 눈치채실분들이 많아서 짤로 올려보겠습니다.
작년 4월 중순에 시작했었는데요. 실은 공무원시험치자마자 바로 일할생각이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오래있게 됬네요.(정말 눈칫밥먹으면서 공부하는거 힘듭니다..)

제가 주로 맡았던 보직은 다른것도 다했는데 주로 면반죽 다뤄서 면뽑아내는거랑 고기다루는 거였어요. 워낙에 무거운거 나르는 일이다보니 남자직원을 써야하는데 그나마 오래일한 사람이 저였거든요.

여름철엔 냉면가게가 얼마나 바쁘냐면 정말 쉴틈이 없습니다. 정말로. 제가 먹는걸 워낙에 좋아하는데요. 근데 먹을거 다먹어도 살이 빠져요. 작년에 90키로 넘었을때 일 시작했는데 여름끝나고 몸무게 재보니껀 77kg였어요. 올해도 잠깐 살이 붙어서 83~4키로 유지하다가 요새 재보니깐 또 77kg이더라구요.

주말같은경우에는 11시 오픈인 가게가 11시 15분쯤에 꽉차서 대기열이 생기는데요. 이 대기열이 밤 9시10분까지 끊어지지가 않을때도있어요.(9시30분에 마감인데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어찌 버텼나 싶기도 하구요.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은 정말 냉면 실컷먹었습니다. 사람이 밥심으로 버틴다는데 전 면심으로 버텼어요.

그덕에 냉면 맛있게 먹는 노하우도 생겼는데 전 개인적으로 냉면에 고명아무것도 안올리고 식초 겨자도 전혀 안넣고 그냥 먹습니다. 이게 제일 맛있는거 같아요. 우리가게는 살얼음조금 띄워주는데 전 살얼음 절반정도만해서 먹어요. 아예 거냉으로 먹어버리면 맛이없다기보다는 먹다가 육수가 미지근해져서 차가운육수 유지하면서 먹기위해선 살얼음 좀 필요해요.

냉면 맛있게 먹는 팁을 좀 드리자면 솔직히 냉면은 여름철보단 가을 겨울에 먹는게 더 맛있어요. 날더울때 먹기에는 제일일테지만 정말 맛으로만 보자면 가을겨울이 더 나은데 왜그러냐면.

일단 가게에서 가장많이 쓰는 식재료가 무, 배추, 배에요. 이 3가지 식재료 제철이 늦가을이나 초겨울철이거든요. 제철에 맛이 올라서 확실히 가을겨울에 먹는게 맛이 더 괜찮아요. 그리고 배추김치는 겨울에 아예 김장을 해서 쓰는데 그때그때 배추김치만드는것보다 김장김치쓰는데 전 더맛있더라구요.

그리고 면을 말때는 물기를 꼭 짜줘야해요. 근데 너무바쁘다보면 이게 좀 잘안될때가있어요. 고객생각해서는 물기꼭짜서 육수 조금이라도 안 싱거워지게 해야하는데 여름철에는 워낙에 바쁘도 힘이들다보니 그럴때가 좀 힘들어요. 그런 사소한것에서부터 차이가 좀 납니다.

또하나 더있는게 오픈할때나 늦은저녁에 먹을때 오시는걸 추천해요. 저희가 전날 남은 면반죽이 좀 있을때에는 가루를 풀어서 손으로 치대서 다시 만드는데 이걸 먼저 씁니다. 그리거 늦은저녁에 반죽은 거의다 떨어져가는데 영업시간도 얼마안남았고 한가해서 손님별로안올것같다 싶을때 손으로 반죽하는데 이 두가지 경우가 많이 좋아요. 엄청맛있어지는건 아닌데 그래도 식감이 조금 더 낫습니다.

일하는 동안 생각한건 정말 장사잘되는 가게는 거저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가게를 만든다는건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야한다는걸 알게됬어요. 열심히 일하면서 추억에 남는가게가 됬기도하고 평양냉면이 제 소울푸드가 되기도 했죠.

궁금한거있으면 답변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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