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패게 댓글에는 부정적인 말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요?
모니터 뒤에 사람 있으니까, 기껏 착샷 올렸는데, 그냥 "예쁘신데, 이렇게 하시는 게 더 좋을 듯 해요." 정도의, 뷰게라면 단순한 뷰티팁이 될만한 이야기도 조심스러워지죠.
저 아까 일부러 뷰게 하듯이 패션 팁을 함 써봤는데요. 굉장히 잘 입으신 분이고, 그저 의견을 나눠볼까 정도의 가벼운 팁이나 의견 정도였습니다만, 그럼에도 남의 옷에 그러는 게 뭔가 뷰게랑은 달리 껄적지근한 기분이더라고요. 자칫 상대방의 스타일에 대한 고나리처럼 보일 수도 있고, 패션이란 게 워낙 자유로운 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잘 입든 못 입든 이래서 이쁘다, 저래서 이쁘다, 이렇게 하면 더 이쁘겠다. 이런 팁도 있다. 이런 말은 보이지 않고, 전신 코디를 보면서 (마네킹 보듯) 품평과 팁이 오가기를 바랐을 이용자들 - 아마도 패션 게시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이런 게 떠오르지 않을까요? - 은 업로더든 눈팅러든 별반 재미를 못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만 해도 패게에 뷰게 같은 에디터 신들이 바글바글해서 저에게 은혜로운 패션팁을 주시길 기대했다가, 처음 몇 번 본 베스트 게시글이 인스타그램 스타일이어서 음, 아직 시작하는 분위기인가 하고 관심이 줄어들었거든요. 사실 패션 게시판이 진짜 재미있어지려면 안나 윈투어같은 패잘알 + 말빨 몇 명 있어야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옷이 고가라는 이유도 있겠죠. 뷰게처럼 텅장텅장 했다가는 옷과 가방, 신발에 사채 끌어다 쓸 수도 있으니까 ;;; 데프콘쯤 벌어야 할지도요 ;;; 고가의 브랜드도 내밀기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뷰게 스타일의 에디터들 보다는 조심스러워지고, 그만큼 아마추어적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저는 아마추어적인 사람들, 그냥 조명속에서 360도 돌아가며 하이패션 포즈로 핏을 보여줄 정도는 안 돼서, 자기가 자신 있는 포즈로 민망해하며, 그래도 용기내어 가며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쪽이 문제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매가 부각된다는 것도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 우리가 셀피 찍고 sns 에 올리는 게 익숙해진 탓도 있을 거예요. 얼굴이 예쁜 사람은 얼굴 클로즈업 찍을 거고, 가슴에 자신 있는 사람은 가슴 클로즈업 찍는 거죠. 그게 의식적으로 몸매에 대한 칭찬을 들어야겠어! 보다는, 늘 하던 대로 내 장점 부각하고 단점 가려가며 찍은 게 그렇게 된 게 아닐까요?
지금의 패게는 거의 인스타그램의 집합소에 가까운 분위기인 건 사실이고, 아마 불편하다고 하셨던 분들은 그런 부분을 지적하신게 아닐까 해요. 근데 오유다보니, 고나리가 되거나 괜히 사람 기분 상하게 할까봐 속으로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패션팁을 나누거나 하는 대신 그냥 무조건 예쁘다! 하고 넘어가거나 뒤로 가기 해버리는 면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원래는 초보와 고수가 섞여 바글바글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초보처럼 보일 인스타 스타일의 사진들이 어느새 대세가 되어버리고, 팁을 말할 필요 없이 몸매가 예쁜 (원빈이 깔깔이를 입은 들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사람들은 불편할 필요가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추천받기도 쉽지 않을까요?
가끔 합법적으로 깔 수 있는 글들 (내일 소개팅인데 옷 좀 골라주세요) 오면 몸매고 뭐고 베오베도 가잖아요 ㅋㅋ.
그래서 제가 본 패게의 논란은 몸매나 기타 패션이 아닌 다른 것이 부각되는 사진이 베스트 가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진짜 막 전신 착샷에 코디 예시를 들고 잘 찍은 사진들에 대해 손 대기가 무섭다는 점 같아요. 진짜 잡지 같이 하실 수 있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그렇게 열심히 해서 올려도 댓글 없이 추천만 늘면 기운 빠지잖아요. 그렇게 게시판 분위기를 리드하는 쪽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스타 스타일의, 올리는 사람도 편하고 팁도 별 필요 없는 사진들이 주가 되어가다 보니 그런 분들만 추천을 받는 것 처럼 보... 이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음...결론은 .... 소개팅 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