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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갈라짐 10
게시물ID : pony_186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3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9 20:06:05

9.

http://todayhumor.com/?pony_18346

 

 

 

 

 

 

 

 

 

 

 

 

 

 

10.
  옮겨 심어진 지 오래지 않은 공원의 잔디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림을 그리듯 뿌려진 흰 백반가루가 그들의 숨을 막았으나 그들은 입이 없어 토로하지 못했다. “휴, 드디어 끝이네.” 조금 반짝이는 보랏빛 털을 가진 포니는 가루를 담은 주머니를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녀는 군데군데 허연 잔디밭을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흰 가루들은 가장 겉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커다란 별을 그리고, 별의 각각의 모서리에 몇 개의 크고 작은 원을 그리고 몸통에는 육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해를 그리고 해의 안에 달을 그리고 그 안이 별로 가득하도록 그리고 있다. 그녀는 참새만한 주머니를 내려놓고 그보다 조금 큰 수첩을 들었다. 펼쳐진 수첩에 그녀가 그린 것과 꽤나 비슷한 그림이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들여온 조각상들이 눈도 감지 않고 마법진을 노려보았다.
  “마법진은 이 정도면 되었고. 음, 스승님이 알려주신 대로는…….”
  유니콘은 수첩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예리한 뿔에 무른 빛들이 몰려 낮이 더욱 환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잔디들도 끄떡이 없을 만큼 약하게 불다가, 점점 세어지더니 곧 키 작은 나무들을 휘어잡았고 개중의 유달리 사나운 몇은 공원에서 벗어나 신도(新都) 캔틀롯의 전 거리로 퍼졌다.
  “어, 이런.” 바람이 너무 센 것 같다, 유니콘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이곳저곳으로 뛰어 건물에 부딪치거나 행인을 밟거나 하는 와중에도 백반가루 뿌려 그린 마법진만이 멀쩡하다. 진 안의 풀들 역시 바람 없어 조용하다. 진 밖의 포니를 바람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거센 바람 속에서 그녀는 겨우 균형을 잡고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가 마법을 멈춰야 하나, 하는 자존심에 거슬리는 고민을 가졌을 때, 하늘 아래의 태양 같던 빛이 꺼졌다. 바람도 멎었다.
  포니는 그것이 황당해서 정신을 잡지 못하고 기우뚱거리다가 결국 넘어졌다. “아우우.” 그녀는 눈을 굴렸다. 하늘은 늘 그렇듯 평온하고 구름도 느릿하다. 그녀는 괜히 계면쩍어 머리를 긁었다. “결국 실패했나?” 다시 네 발로 일어선 그녀는 수첩을 찾았다. 심한 바람은 수첩을 저 멀리까지 던져버렸다. 수첩을 주우니 이번엔 펜이 없다. 펜은 가늘어 잘 보이지도 않아 포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결국 수첩도 펜도 주울 수 있었다. 모든 풀이 누워서 펜이 어디 있는지 표가 났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하지 뭐.” 그녀는 ‘나중에 있을 일을 나중의 나에게 물어보기’ 항목을 체크하지 않고 수첩을 닫았다.
  “영리한, 아니 이 영악한 클로버!”
  약 삼 분 동안 캔틀롯 시내를 광풍의 무도회장으로 만든 클로버는 뜨끔하여 숨을 곳을 찾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스승이 험악한 얼굴을 하고 성큼성큼 걸어온다. “이번엔 또오 무슨 짓을 했느냐!” 둘의 거리는 가깝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금씩 뒤로 걸었다. “어, 그러니까. 이 마법진은 혼나야 해요!” 늙은 수말의 모습이 사라진다. 이내 클로버의 코앞에서 나타난다. “혼나는 건 네 녀석이야!” 눈치 빠른 클로버는 벌써 도망가고 없다. 존경받는 대마법사 스타 스월은 짐짓 지은 엄한 표정을 풀었다. “허, 녀석도. 지하 실험실이 그렇게 답답했나? 내가 너무 규제한 것인고?” 그는 바닥의 마법진을 보고는, 다시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짐짓이 아니었다.
  “크을로오버어어! 내가 시간 관련 마법은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아!” 호기심 많은 암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스타 스월은 치솟은 분기(憤氣)가 어깨에 내려 어깨를 떨어 털었다. 열려 있으면 거친 말만 나올 것 같아, 그는 입을 닫았다. 위험한 마법이니 손을 대지 말라고 그리 일렀건만. 침이 썼다.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기심을 억누르는 수는 없을 노릇이다.
  “녀석, 제법 잘 그리긴 했네.” 조금 삐뚤빼뚤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자가 그린 마법진은 스승의 것과 얼추 비슷했다. “그래도 가만히 둘 수야 없지.” 사용한 마법 자체도 좋지 않았고 또 짧은 시간 동안 캔틀롯이 혼란에 휩싸였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윈디고가 다시 나타났다는 말, 대통합에 합류하지 않은 유니콘들이 공격해온다는 말 등 무수한 불길한 말들이 말들의 입에서 나왔다. 이번 일과 같은 일은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더욱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 했다.
  갑자기 사방이 밝다. 빛이 폭발해 캔틀롯을 감싼다. 스타 스월은 등 뒤의 빛까지도 눈부셨다. ‘뭐지?’ 그는 뿔에 힘을 모으고 뒤돌았다. 늙은 수말의 뿔은 뭉툭했지만 빛을 가르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는 빛을 치웠다.
  “뭐지?” 빛 너머에서 무언가가 말했다.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스타 스월이 그것을 들어올렸다. “놈, 정체를 밝히거라!” 빛이 완전히 수그러들고 남은 것은 대마법사와 보라색 포니였다. 스타스월은 안심하고 들었던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다시 화를 내었다.
  “클로버! 이번엔 또 무슨 짓을…….” 외치던 포니는 말을 삼켰다. 그의 사랑하는 제자와 매우 닮은 포니는 마법진의 중앙에 있었다. 좀 전에 어디로 도주한 그의 제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클로버는 화가 난 스승의 주위에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영리했다. “누구시죠?” 포니는 눈을 감고 주변을 더듬었다. 눈을 감은 것을 그녀 스스로도 알았는지 그녀는 곧 눈을 떴다. 눈마저 클로버와 같다.
  스타 스월은 소름이 돋았다. “당장 돌아가라, 미래의 클로버.” 그의 뿔에 다시 희미한 것이 맺힌다. “네? 아뇨, 전 클로버가 아니에요. 제 이름은 캔틀롯의 왕성 서고지기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랍니다.” 트와일라잇은 경황이 없는 중에도 최대한 격식을 갖춰 말했으나 격식이고 나발이고, 그것은 근엄한 포니에게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말투가 조금 달라지기는 하였다. “아무래도 상관없소. 미래의 포니여, 돌아가시오.” “잠깐, 미래요?” 미래마는 눈을 크게 떴다. “제가 미래에서 왔다구요?” 스타 스월 역시 확신하지는 못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를 보시오.” 트와일라잇은 그녀의 발밑에 그려진 마법진을 보고 감탄하는 소리를 내었다. “와아. 대단하네요.” 홀린 듯 그것을 쳐다보던 암말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몇 번 하여 목도 가다듬고 금방보다 더욱 정중하게 말했다.
  “제 소개는 조금 전에 한 것으로 압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성함을 알려주시겠어요?” “스타 스월.” “예, 스타 스월 씨. 저는 아시는 바처럼…… 네?” 트와일라잇의 눈이 진 안의 원처럼 동그랗다. “다, 당신이 그, 턱수염 스타 스월?” 과거의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제자가 시간의 조화를 어기고 당신을 데려온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겠소. 사과하겠소. 그러니 다시 돌아가시오.” 트와일라잇은 두 발굽을 다급하게 휘저었다. 무언가를 그리려는 듯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손동작이 열심이었다. “자, 잠깐만요, 스타 스월 님. 어, 스타 스월이 아는 당신이, 아니 당신이 아는 제가 스타 스월, 아니! 흠흠.” 미래의 마법사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머리는 쿵쾅거렸고 심장은 빠르게 돌았다. “당신이 제가 아는 그 스타 스월이 맞는다면, 저는 약 천 년 정도 뒤의 이퀘스트리아에서 왔어요 스타 스월.” 스타 스월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천 년 후에도 이퀘스트리아가 존속한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당신의 제자, 그러니까 현명한 클로버, 그분이 저를 데려오신 것도 있겠지만, 제가 과거로 넘어오려고 한 것도 있어요. 아마 두 개의 비슷한 마법이 서로 만나…… 이 이야기는 언제 시간이 있으면 그때야 하죠. 아니 지금 아니면 없을 텐데?” 그녀의 말이 자꾸만 엉켰다. 그녀는 아주 조바심이 났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래에 디스코드의 봉인이 깨어져요. 첫 번째는 막을 수 있었지만, 두 번째는 아니에요. 이퀘스트리아가 통째로 돌이 될 위기에 처해서 제가 왔답니다.” 경황없는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스타 스월이 말을 막았다. “디스코드가 깨어난다고? 두 번이나? 끄응.” “네. 누구도 막지 못해요. 이쯤에 디스코드를 봉인하셨던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루나 공주님도 말이에요!” “셀레스티아, 루나? 공주님? 그 포니들은 누구요?” 스타 스월은 의아함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렇게 물으니 트와일라잇이 도리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예?” 트와일라잇은 머리에 생긴 혼돈을 정돈하느라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천 년 전에 나타난 디스코드를 두 공주가 봉인했다고 했는데, 이건 무슨 말인가. 스타 스월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그는 거짓을 말할 까닭이 없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모르세요? 이퀘스트리아의 군주가 되시기 이전인가? 아니, 그럼 디스코드가 있을 리가 없는데.” 마법사들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 년 후가 걱정되는군. 나중이야 몰라도 지금은 세 집정관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소. 그리고 디스코드는 내가 봉인시켜주었고.” “예?” 트와일라잇은 그녀가 알던 것과는 다른 진실들에 계속 멍청한 대답만 하며 멍청한 얼굴을 하고 멍청하게 서 있었다. “혼돈의 정령 디스코드가…… 이퀘스트리아를 어지럽혀서…… 뿔과 날개를 모두 가진 자매가…… 조화의 원소로 그를 돌로 만든 게…….”
  스타 스월은 얼굴을 굳혔다. “그 공주들은 몹쓸 자들이군. 뿔과 날개가 모두 있는 포니가 어디에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또 조화의 원소는 그렇게 써선 안 되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발굽을 들어 가리키면 가리키는 쪽에 조각상이 무수했다. 그 무수한 사이에서도 비참한 디스코드의 상은 쉽게 보였다. “세상은 저 불화의 정령을 가만 두지 않는군 그래.” 트와일라잇은 멍하니 디스코드만 봤다. 구멍이 뚫릴 지경이라 스타 스월이 그녀를 깨웠다. “당신이 아는 것은 진실에서 많이 벗어났군. 이걸로 충분히 귀중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소. 그러니, 이만 가시오.” 과거의 마법사는 미래의 마법사를 마법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가 가만히 눈을 감고 중얼거리니 마법진이 빛을 내었다. “잠깐만요!” “아직 할 말이 남았소?” 트와일라잇은 급히 마법진에서 벗어나 디스코드에게로 갔다. “진실이 불편한지 어쩐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만큼 중요한 것이 드무오.” “그렇긴 하지만, 어, 어쨌든 디스코드가 이퀘스트리아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녀의 마법이 디스코드를 겨냥한다. 그녀의 의중을 꿰뚫어본 스타 스월이 급한 듯 빨리 말했다. “멈춰! 그를 죽여선 안 돼!” 마법은 벌써 완성되었다.
  “안 돼!” 새로운 목소리였다. 두 마법사는 새 마법사를 동시에 돌아봤다. “스파클, 트릭시는 너에게 멈출 것을 권고한다!” 스타 스월은 머리가 아팠다. 디스코드가 석상이 되고 나서부터 이상한 일이 끊이지를 않는다. 조화의 원소가 먹통이 된 것이나, 늙은 용들이 단체로 잠에 든 것이나, 미래에서 포니들이 대거 넘어온 것이나. 머리는 나중에 아파도 된다. 스타 스월은 주문도 외지 않고 두통거리에게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그것을 어렵게 피한 트와일라잇도 지지 않고 디스코드에게 빛줄기를 쏘았다. 아뿔싸, 큰일이다. 미래의 멋모르는 마법사도 문제지만 디스코드가 더욱 문제이다. 스타 스월은 재빨리 디스코드 주변에 보호막을 두르려 했으나 시간이 없었다. 너무 밝은 빛다발이 조금이면 디스코드의 굳은 육신을 찢어발겨 돌과 모래로 만들 것이다.
  빛들이 멈췄다. 빛들만이 멈추었나, 땀이 들어가 한쪽 눈을 찡그린 스타 스월은 찡그린 채로 멈췄고 트릭시는 위대하고 강력한 채로 멈췄으며 트와일라잇은 빛을 쏘아내는 채로 멈췄다. 아니, 자색의 마법사의 눈알만이 데구르르 굴러 움직인다. 디스코드의 석상에서 안개처럼 흐릿한 것이 걸어 나온다. 안개는 트와일라잇의 눈앞에서 모여 또렷해졌다. 디스코드는 유쾌하게 인사했다. “안녕, 미래의 포니! 난 너를 처음 뵙습니다. 오호, 그런데 넌 내가 처음이 아니지?” 트와일라잇은 눈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이 실룩거린다. 조금만 있으면 말을 할 듯하다. “죽 지켜봤단다. 우선 좀 앉으렴.” 디스코드가 그러한 것처럼 멈춘 트와일라잇에게서 허여멀건 것이 나오더니 옆에서 상이 맺힌다. “나는 삼 초 후에 있을 디스코드야. 짧지만 그래도 나도 미래의 존재란다. 반가우니까 악수부터 할까?” 트와일라잇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눈도 입도 돌아가고 고개와 어깨도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있고 나서야 그녀는 말을 할 기력을 찾았다. “디스코드, 넌…….” “어, 내가 늦었나?” 디스코드가 하나 더 생긴다. 그리고 또 하나. 디스코드 셋이 그녀를 에워쌌다. “이건, 어, 어.” 암말은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족.

육천이 조금 넘는 자수. 요즘 장면 하나를 이리 길게 쓰는데 잘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뭔가 더 있을 듯한 전개지만 시리즈로 나뉘는 연작이니 이 편은 곧 완결이 납니다.

 

무능. 별로 중요한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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