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유에서 외노자를 죽이자고 주장하는 분 들의 근거를 보면 1. 외노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들이다. 2. 외노자들은 모두 미개한 나라에서 온 미개한 인종들이다. 그러므로 미개한 인종들과 우리 민족을 한 사회 내에서 섞는건 안된다. 3. 한국의 경찰, 수사기관들은 모두 못믿을 족속들이다. 잡아서 넘겨봤자 5성급호텔같은 천안외국인수용소에 고이 모실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스스로 일어나 자경단을 조직해서 외노자들을 때려잡아야 한다.
어감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세가지가 일단 당장 떠오른 순혈주의자분들의 주장인데요, 딱 봐도 정말 기가 차는 근거들을 들고 오십니다.
첫째로, 외노자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들이라고 하시는데 인간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입니다. 법이라는 선이 있는 이상 넘어가는 사람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순혈주의자 분들 말대로 외노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모두 천사들만 골라서 우리나라에 오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범죄란 것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걸 수사해서 처벌을 하는 주체는 경찰입니다. 근데 그러한 범죄가 일어났다고 무조건 외노자를 싸잡아서 모든 범죄의 근원인것마냥 욕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본 넷 우익에서 우리나라를 간국(奸國)이라고 부르는데 간국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강간을 스포츠처럼 가볍게, 그리고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간국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입니까? 뭐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정의를 내리는 것 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순혈주의자 분들은 이런 기초적인 논리의 부재를 겪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진짜 인간이란 종은 변하질 않는다고 처절하게 납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선민사상, 나치, 흑인노예, 이스라엘, 유대교 등등... 자신이 속한 사회를 신성시하고 남을 배척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치긴 한다만 문명이 발달한다면 이성 또한 발달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진짜 이 주장은 더이상 입에 담기도 싫어서 이만 줄입니다.
3. 아무리 개같고 병신같고 호구같아도 대한민국 경찰은 세계에서 손에 꼽는 높은 검거율을 가진 엘리트 집단입니다. 세계에서 밤에 여자가 편하게 편의점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발달된 국가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경찰을 믿지 못해서 개인이나 단체가 따로 자경단을 조직해서 외노자들을 때려잡는다고요? 그거야말로 본격적인 치안의 파괴이며 가벼이 말을 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회반동입니다.(빨갱이론을 신봉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반동 말고 진짜 반동 말입니다) 독재정치하가 아닌 이상 경찰과 군대는 국가에서 내려온 신성하고 공인된 폭력을 쓸 수 있는 유이한 단체입니다. 그 외의 일반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뭐든지 그 무엇이든 이유가 어찌되었든 비공인된 폭력이며, 문명화된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폭력입니다. 우리는 그런 폭력을 쉽게 설명해서 조직폭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독재정치가 아닌 사회에 반하는 거대한 조직폭력을 우리는 반군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자경단을 조직해서 활동한다고 해도, 대체 일반 외노자와 범죄자들을 어떻게 구분하지요? 수사력을 끌어올 수도 없는 폭력은 결국 외노자에 대한 무차별한 린치로 이어집니다. 몇년밖에 안사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은 저한테 잘못 질문하신 겁니다. 그런 문제는 형법을 욕해야지요. 외노자를 욕하고 자경단을 조직하자는 건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집안에 있는 개가 잘 안 짖는다고 야생 늑대를 불러오는 꼴입니다.
지금 사회가 많이 혼란하지만 절대로 이러한 주장에 휩쓸리면 안됩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처음 외국인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첫단추를 잘못 꿸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우리는 노예제를 실시했던 미국,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같은 전철을 밟으면 안됩니다. 범죄자는 범죄자이고 외국인은 외국인입니다. 범죄자도 아닌 이웃들에게 날카로운 눈길이나 집단 린치를 가한다면, 세계인이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말 그대로 '미개한' 족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꼴이 되어 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