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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겠으면(꼬우면) 북으로 가라'는 말의 기원은?
게시물ID : humordata_1864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6
조회수 : 17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5/20 1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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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안 쓰는 말이지만, 그래도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노인들이 가끔씩 쓰는 말이 있죠.


"못살겠으면 북으로 가라."


그리고 보수 성향의 일베들이 이 말을 약간 바꿔서 "꼬우면 북으로 가라, 이기야"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유래되었던 것일까요?



이선근.jpg

(이선근)


이 "못살겠으면 북으로 가라."는 말은 1956년 4월 26일 전라북도 이리여고 강당에서 문교부장관인 이선근이 학교 교직원들을 모아놓고서 한 연설 중에서 "대체 뭐가 못살겠다고 갈아 보자는 거야? 빨갱이들이나 그따위 말을 하는 거야,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고? 그러면 삼팔선 북쪽으로 가 버리면 돼! 어떤 놈들이 나라의 아버지이신 이승만 대통령 각하한테 건방지게 대드는 거야?"라고 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선근이 한 말 중에서 "못살겠다고 갈아 보자"는 1956년 3월 2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에서 탑골공원 근처 5층 건물인 민주당 중앙당사의 스피커를 통해서 "못 살겠다, 갈아 보자!"라고 방송한 선거 구호였습니다. 


그리고 이 "못 살겠다, 갈아 보자!"는 당시 이승만 정부의 잇따른 경제 실정(전체 국민의 절반이 빈곤층, 공식 집계된 실업률만 30%, 최악의 부정부패 등)에 분노하고 있던 수많은 서민들로부터 열렬한 공감대를 얻어 순식간에 장안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신익희.jpg
조병옥.jpg

(신익희와 조병옥. 특히 조병옥은 제주 4.3 사건 때 수많은 민간인 학살과 관련되었던 극우 반공 인사였습니다.)


이선군은 "못 살겠다, 갈아 보자!"라는 구호를 내건 민주당을 빨갱이로 몰아붙였지만, 정작 민주당의 당수였던 신익희나 조병옥은 강력한 반공 극우 인사였습니다. 특히 조병옥은 제주 4.3 사건 당시, 무자비한 토벌 작전을 주도할 만큼 반공 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저 연설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못살겠으면 북으로 가라."는 말은 정말로 북한으로 가라는 뜻이 아니라, 다분히 비꼬는 뜻이었습니다. 해외 여행과 이민이 자유화된 21세기의 한국인들은 이해가 안 가겠지만, 불과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에 해외여행을 자유화하기 전까지 한국인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특히 저 말이 나왔던 이승만 정부 시절(1948~1960년)의 한국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습니다. 우선 해외 여행 자유화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가까운 일본이나 최고 우방인 미국에 가려고 해도 미리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고서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중국이나 소련은 1992년과 1991년에 각각 국교 정상화를 하기 전까지는 적성국가여서 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아울러 웬만큼 잘사는 사람이 아니면 해외여행을 갈 경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해외 진출이 어렵다 보니, 1990년대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은 "한국이 뭐야?"라거나 "아직도 한국은 한국전쟁 때문에 거지들이 많지? 그리고 계속 군사독재 정권이 지배하나?"라는 식으로 듣보잡 내지는 전쟁으로 인한 빈곤 독재 후진국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니 사실상 이승만 정부 시절의 한국은 세계와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었고, 일반인들이 외국을 마음대로 나갔다 오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붙어 있는 북한뿐인데 거기는 적국이었습니다. 따라서 못 살겠으면 북으로 가라는 말은 "한국이 아니면 아무 데도 살 곳이 없으니, (사는게 힘들어도) 불평하지 말라."는 협박에 가까웠습니다.

출처 어메이징 한국사/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272~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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