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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심하고 막막한 인생의 물줄기는 이제 어디로 흘러갈까...
게시물ID : humorbest_1864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CV
추천 : 123
조회수 : 3666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1/01 07:10:59
원본글 작성시간 : 2007/12/29 20:30:09
안녕하세요.

글을 올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끝에 몇자 적어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현재 휴학중인 26세 남자대학생입니다.

그동안 오유에 눈팅만 하며 지내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한번 올려보는 군요.

허나, 그 첫글이 고민게시판에 올려지는 것이 몹시 유감이기도 합니다.

먼저 앞뒤 다 자르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내자면

근래 몇개월동안 심한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아니...근원을 처음부터 곰곰히 생각해보자면 몇개월도 아니고

26년 살아온 나날 내내 절 괴롭혀왔다고 생각이 드네요.

최초로 제 인생 물줄기의 틀어짐은 아마도 제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인

코흘리개 어린시절, 부모님께서 이혼하신뒤 부터 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함을 지르고, 구타를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저는

점차 말이 없어지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갔습니다. 중학교 진학때까지 

학교생활에서도 적응을 못해 몇몇 급우들에게 따돌림도 받았었고 집단구타도 

여러번 당했었습니다. 집에다가는 그런 사실을 이야기 해봐야 오히려 사내새끼가 

맞고 다니냐며 도리어 구박받기 일쑤였고, 학교 선생님도 매일 얼굴에 그늘이 져있고

공부도 못하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습니다. 

돈많고, 잘사는 친가,외가 다른 집안에서는 모두 똑같이 못사는 우리 집안을 

무시하고 홀대하기를 밥먹듯 했습니다.

인생에 아무런 낙도 없었고, 괴로운 나날들

뿐이었지만 그런 저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분...바로 자상하신 아버지 한분뿐이셨습니다.

일주일에 아버지를 만나는 단 하루...전 매일같이 그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곤 했었습니다.

허나, 그런 아버지마저 제가 중학교 1학년때 합병증으로 돌아가시고

전 더욱더 끝을 알수없는 침체에 빠져들었습니다. 

다행히 술,담배를 한다는 등의 본격적인 탈선으로 빠진 적은 없었지만

전 마치 말을 잃어버린듯,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말을 일절 한마디도 하질 않았고

공부는 뒷전으로 내팽겨친채 매일같이 전자오락에만 빠져살며 현실을 완전히 도피했고

스트레스탓이었는지 이상하리만치 폭식증에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체형이 비만체형으로 변해가자 아이들은 저를 더욱더 따돌리고 괴롭혔었지요. 

그래서 학교도 마음대로 며칠씩 무단결석을 했고, 그 사실을 담임선생을 통해 알게 된

어머니는 저를 그날 온몸이 성한데가 없을 정도로 죽어라 팼고, 죽어라 두들겨 맞았습니다. 

정말 그 이후로는 하루에 열두번도 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지만...차마 죽지는 못했습니다.

막상 용기도 없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자면 절대 그럴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흐르고....어느새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게 된 저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서도 제가 맘을 두고, 정을 붙일 곳은 없었습니다. 캠퍼스 안에는 무한한 자유와 

싱싱한 젊음들이 흘러 넘쳤지만 저는 그 와중에서 언제나 항상 풀이 죽어있었고 

어릴때부터 형성되왔던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탓에 그 누구하고도 쉽게 친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매일 학교,집,학교,집만을 반복해가는 의미없고 무미건조한 나날들만

지속됐고 그런 상황에서 같이 술이라도 마실 친구하나 없어 혼자 술에 빠져살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가 아마 제가 지금까지 알콜중독으로 고생하게 만든 시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친구를 많이 사귄 것도 아니고....

비싼 학비내고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한채 술만 마셔대며 허송세월을 보내다

조용히 군에 입대했습니다. 허나 사회에 있을 적에도 정상적으로 적응을 하며 살지 못했는데

군대에서도 별수 있었을까요, 모든 선임들에게 관심병사 혹은 고문관으로 낙인찍혀 살았고

심지어는 한번 부대 근처로 탈영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얼마못가 제가 순순히 자수했었고

군법무부에서도 선처를 해줘서 구속후 기소가 유예되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어

비교적 조용한 군생활을 할수 있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절 꿈에서까지 계속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러다 군만기제대를 하고, 다시 사회에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마 이 시기가 바로 제 인생을

통틀어 그나마 가장 의욕이 있었고, 활기있던 때로 기억합니다. 제가 남은 인생을 살면서

두번다시 이때만큼의 패기있던 시절은 돌아오기 어려울거라고 생각될정도로 말이죠. 

나오자마자 바로 알바를 시작해 돈을 모았고, 저같은 찐따에게도 최소한의 복은 있었는지 

여자친구도 생기게 됐었고...가족과의 관계도 어느정도 완만해졌었고

운동도 시작하여 망가진 몸도 탄탄하게 바꾸며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되었었고..

아무튼 그땐 하루하루가 장및빛으로 보였고 살면서 난생 처음으로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사소한 여러가지 일들로 가족과 시시때때로 다투고 틀어지는 일들이 빈번해지기 시작했고

그토록 애정을 바쳤고, 매달렸지만 여자친구도 얼마가지 않아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전 군시절부터 그때까지 잠시 잊고 살았던 술을 다시 입에 대기 시작했고...운동도 그만두어

몸도 예전보다 더욱 심하게 망가졌습니다.

또다시 매일같이 의욕상실과 패배감에 절어서 침체되어 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이젠 한번 잘해보리라 생각했던 학교생활이었지만, 허무감과 우울에 빠진

정신상태로는 무리였습니다. 복학을 했어도 군입대전과 나아진 것은 전혀 없었고

여전히 아싸에, 존재감 제로인 녀석 그대로였습니다. 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른채

매일 애꿎은 세상을, 타인들을 저주하고 욕하며 살았고

아마 그 이후 언제부턴가 아예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엔 어느순간 알콜중독에 걸려 매일을 

술에 절어 살고, 저 자신은 더욱 끝을 알수가 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술을 사마시기 위해 빚까지 지게 됐고, 올해 여름엔 결국 엄청나게 불어난 빚을 감당못해 일이

터졌습니다. 집을 나가 2달동안 아무데도 발 디딜 곳 하나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었고

그런 인생막장같은 생활을 하다 10월경에 다시 집에 들어왔고,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며

일을 시작하고 빚문제는 어느정도 일단락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알콜중독은 완전히 고치질 못했습니다.

가끔 지독한 외로움과 우울에 그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때가 있어도, 그때마다 그 누군가는

항상 제 곁에 없습니다. 그나마 절 이해해줬던 몇안되는 친구놈들도 저를 외면해가고

같이 사는 가족들도 저를 인간이하 버러지 취급을 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비록 그때뿐일지라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내 속에 숨어있는

우울과 무기력증도 잠시동안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저를 그나마 바라봐주며

같이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감당못할 빚까지 지게 되었지만....

.......그러나, 물론 그 순간만 이겠지요. 술이 깨면, 알수없는 공포감이 밀려오고

물밀듯 몰려오는 우울함과 허무함에 하루에도 몇번씩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의 물줄기는 점점 원하지 않는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고, 나이는 한살한살 계속 먹어가고 있고

무의미한 허송세월만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해결의 칼은 제가 쥐고 있을테고 그 해결하는 몫도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제 몫이지만

전 앞으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보이는 앞날들이 암담하고 우울하게만 보이고

답답함, 허무함 그 자체입니다...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물론 있지만

과연 다시 시작할수 있을지...의문 뿐입니다.


마지막으로...저와는 비교를 할수없이 힘들게 사시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께.....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횡설수설하고 긴 글이었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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