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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역사
게시물ID : panic_18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의바지
추천 : 0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8/08 23:38:34
게시판 전환용으로 올려요~
빨리 피의피눈물님(응?)이 오셔서 글 퐉퐉 올리셨으면...

◆2000년의 사랑

인간은 갖가지 이유로 때로는 공공연히, 때로는 은밀히 시신을 방부 처리했다. 이집트인은 부활에 대비해, 잉카인은 조상을 추모하려고, 근대 이탈리아 팔레르모 상류층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

반면 중세 유럽 수도원에서는 남몰래 미라를 만들었다. 교황청은 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것을 성인의 증표로 쳤다. 1980년대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팀이 유럽 성당과 수도원에 보존된 성자들의 유해를 조사해보니 최소한 70명이 인공 미라였다.

자연 미라는 대개 빙하와 사막에서 나온다. 가장 오래된 자연 미라는 5000년 전 알프스산에서 얼어 죽은 남자 '외찌'(Otzi), 가장 크게 역사가들을 좌절시킨 자연 미라는 1985년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굴된 붉은 머리에 스코틀랜드풍 체크 무늬 치마를 입은 미라 여러 구였다. DNA 검사 결과 4000년 전 유럽인으로 판명됐으나 이 지역에 유럽인이 정착했다는 기록은 없다.

토탄 늪에 빠져 죽은 시신도 종종 자연 미라가 된다. 1904년 네덜란드에서 2000년 전 애인 한 쌍의 시신이 발굴됐다. 1990년 시신은 둘 다 남자로 판명됐다.(<-????????)

◆가장 오래된 공포는 생매장

가령 알렉산더 대왕은 원정 도중 무더운 바빌론에서 오한·고열·복통으로 숨졌지만 며칠이 지나도 썩지 않았다. 부하들이 서둘러 왕의 시신을 진흙 꿀단지에 담가 수도로 옮겼다. 미국 병리학자들은 알렉산더가 장티푸스로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꿀단지 방부 처리 때문에 절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18~19세기 유럽에선 인구는 느는데 의학과 미디어의 발달은 어설퍼 생매장 공포가 극에 달했다. 해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고인이 관 속에서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종·거울·공기튜브 등을 설치한 특수 관을 제작한다. 둘째, 확실히 사망하게 조치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남긴 에드워드 리튼은 "매장 전에 심장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유언했다.

셋째, 오차 없는 사망 진단 방법을 개발한다. 얼핏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시신의 직장(直腸)에 풀무로 뜨거운 담배 연기를 불어넣는 등 '다 죽어가는 사람도 이 정도면 아파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1초에 1.8명씩 죽는다

저자 멜라니 킹(King)은 영국 서식스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미국의 유서 깊은 좌파 주간지 네이션에서 일하다 태국·유럽의 국제기구로 옮겼고, 영국 왕립국제관계연구소를 거쳐 논픽션 작가가 됐다.

많이 배우고 널리 돌아다닌 사람답게 킹은 킬킬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부터 심각한 안락사 논쟁까지 동서고금의 문헌을 만화경처럼 펼쳐보인다. 경쾌하지만 경망스럽지 않은 시각이 장점. 역사의 굵은 줄기에 감춰진 사소한 팩트를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가령 시신의 심장에 바늘을 찔러넣는 무지막지한 19세기 사망 진단법이 현대의학 발달의 물꼬를 텄다. 19세기 말 프랑스 의사 세버린 아이카드(Icard)는 혼절한 환자의 심장에 바늘을 찔러 정말로 절명시키는 바람에 유족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 그는 이후 대오각성해서 시신의 정맥에 녹색 용액을 투입해 얼굴색 변화를 살피는 방법을 개발했다. 뇌간(腦幹)에 방사성 염료를 주사하는 현대의 뇌사 판별법이 여기서 기원했다. 참고로 인간은 1초에 1.8명씩 죽는다(미국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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