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다른 유명한 해외작가들에 비해 다소 인지도가 낮은 작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수 년 안에 노벨상을 수상할 거로 생각하는 작가이다.
<친구 사이>는 작가의 가장 최근 작품으로
1950년대 키부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 집단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8개 짤막한 이야기를 묶은 단편 모음집이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공유하며,
착취와 폭력은 존재하지 않는 평등한 공간 키부츠.
얼핏 인간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체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찰리 채플린이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나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하였듯,
멀리서 보면 낙원처럼 보이던 키부츠 역시도
가까이 다가가 내면을 살펴보면 균열의 조짐과 모순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완벽해 보이던 키부츠의 불안정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인과의 깊은 관계가 부담스러운 즈비 프로비조르,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오스낫,
친구의 딸과 동거하는 다비드 다간,
언제나 키부츠 외부에 있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모시....등등.
이와 같은 8개의 작은 이야기들은
개개인의 고독, 그리움, 연정, 결핍, 욕망과 같은 인간 본연의 감정을 파헤치며,
공동체의 이상과 대립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원대하고 높은 이상이라 한들
그것의 주체인 인간이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노파의 죽음과 그녀를 애도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듯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친구 사이>가 뜻하는 바는
'개개인의 어둠은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밝게 비출 수 있다'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