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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보는 우리집안 20세기 생존기 썰
게시물ID : history_18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양이발가락
추천 : 14
조회수 : 130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4/11/11 17:48:54
 글재주가 음스므로 음슴체 ㅠㅠ  어느 게시판에 가야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우리나라 근현대사랑 가장 밀접하니 역게로 옴.


 글쓴이의 친가는 개성, 외가는 함흥에서 왔음. 두 가족 모두 실향민인데다가 1.4후퇴때 내려와서 스토리도 많음. 외가같은경우는 흥남에서 내려왔는데 외할머니는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마지막 배인 빅토리급보다 더 나중에 후퇴한 배를 타고 오신걸로 알고있음(미군 의료선이었던가? 친척중에 군부대 간호사가 있어서 얻어타셨다고 들음). 뭐 이건 넘어가고.




 글쓴이 친가는 일제강점기 때 개성에서 장사로 크게 흥한 집안임. 처음 이 말을 들었으때 흠칫함. 친일한게 아닌가 싶어서 매우 떨렸음. 다행히 그건 아님ㅋ 오히려 그 반대임ㅋ



 원래 글쓴이 친가 집안은 장사하는 집안은 아니었음. 양반+지주였던걸로 추정됨. 그러다가 3.1 운동이 일어났을 때 증조할아버지가 길거리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하심. 여기까지는 평범한데...그분이 만세를 좀 심하게 외치셨나봄. 당시 학생이셨는데 일본 순사에게 완전히 찍혀서 만주로 도망가심 ㅡㅡ 학생이 뭘 어떻게 했길래 순사한테 쫒겨서 만주까지 가게됐는지 당췌 모르겠음.

 여튼 집안에서 사람 하나 붙여서 만주로 피신을 시켰고, 증조할아버지는 중국을 돌아다니다가 장사를 시작하심.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음. 처음 하는 장사일텐데 집안사람들이 장사 수완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함. 할머니가 태어나실 즈음엔 온 집안이 장사를 하게 됐다고 하심. 종국에는 개성 남대문 대로변에 건물까지 소유하게 됨.




 30년대 개성의 모습은 대충 이랬다고 함. 일본인들이 모여 사는 촌이 하나 있었고, 부자들이 모여 사는 촌이 하나 있었음. 그런데 일본인 촌이 되게 독립적이었다고 함. 왜냐면 개성사람들이 자존심이 세서 일본인 가게에서는 콩 한쪽도 안샀고, 일본인에게는 물건을 잘 안팔았다고 함. 결국 일본인들은 자기네끼리 모여 살게 됨.

 개성 최고 부잣집 이야기도 있음. 집이 산 속에 있어서 밖에서 보면 집은 코째기도 안보이는 엄청난 부자였다고 함. 근데 친일을 하는 집안이라 그 집 아이가 학교에 오면 애들이 심각하게 왕따를 시킴...결국 그 집안은 개성에서 서울로 이사함. 서울에서 잘먹고 잘살았다는 소문이 나중에 들렸다고 함. 개성사람들 자존심 쩔었던듯.

 반면 외국인한테는 친절했던듯 함. 외국인 선교사 하나가 개성 근교에 학교랑 교회를 세웠다고 함. 지금도 유명한 학교인데 이름을 까먹음. 개성사람들도 그 학교는 많이들 갔다고 함. 특히 우리 친가는 여자애까지도 학교에 보냄. 왜냐면 증조할아버지가 3.1운동 덕분에 장사를 시작했지만 학교를 중퇴하게 된게 못내 아쉬우셨다고 하심. 덕분에 친척 할머니 중에는 1920 년대에 유치원을 다녔던 분도 계심. 앞에서 말한 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주일교회 수준이긴 하지만 당시로써는 꽤 신박한 일이었음.




 그러다가 8.15 에 해방이 됨. 해방이 되고 개성에는 북에서 내려온 일본인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심. 애초에 개성사람들은 일본인들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적대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았다고 함. 근데 이게 좀 상대적인게, 평안도에서 개성으로 내려온 일본인들이 '38선만 넘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함. 무슨 말이냐면, 평안도쪽에서는 일본인들을 말 그대로 때려잡았다고 함. 개성은 그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개성에 오면 일본인들이 다들 한숨 돌렸다고 하심.



 그리고 좀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게... 임시정부측에서 이런 저런 제의가 왔었다고 함. 개성 시의원으로 와달라고도 했었고, 지금으로 치면 조달청에 가까운 기관으로 와달라는 제의도 있었다고 함. 하지만 쿨하게 다 까버리심. 이유는 1.귀찮음 2.정치 싫음ㅋㅋ 심지어 나중에 딸자식들 결혼시킬 때 예비사위가 정치한다고 하면 혼담 깨버릴 기세였다고 하심. 정치인들은 다들 도둑놈새끼라고ㅋㅋㅋㅋ

 이게 다행인게 만약에 1.개성 시의원으로 갔으면 6.25 때 우리 집안은 다 죽었을지도 모름ㅋㅋㅋ 2.조달청도 좋은 꼴은 못봤을꺼임. 다행이 그냥 돈 좀 있는 그저 그런 장사치 집안정도로 끝난듯 함.

 이게 왜 문제냐면, 한번 빨갱이들(할머니 표현)이 와서 부자들 죽인다고 설친 적이 있다고 함. 다행히 화는 면했는데, 어떻게 피했냐면 병원에 숨었다고 함. 개성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하는 등 선행을 많이 베풀어서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은 병원이 있었다고 함. 그 병원장이랑 친했는지 어쨌는지, 환자처럼 위장해서 그 병원에 숨음. 그래도 집은 멀쩡한거 보면 우리 집안은 애초에 타겟이 아니었을지도 모름...

 서북청년단도 봤다고 하심. 근데ㅋㅋㅋ 그 때 서북청년단을 뭐라고 평가하셨냐면ㅋㅋㅋㅋ 저거 다 이북에서 내려온 놈팽이들이 할거 없으니까 하는 짓이라곸ㅋㅋㅋ




 쓰다보니 두서없이 길어짐. 6.25때 돈궤짝 지고 경기도를 횡단한 썰도 있고 폭격 썰, 북한군이 점령한 개성에서 가족 빼오는 썰, 인천 앞바다에서 다시 장사로 재기한 썰, 미군때매 쫄딱 망한 썰들 이야기는 많은데 혹시라도 반응 좋으면 더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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