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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너무 얼탱이 없는 이야기.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715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8
조회수 : 3369회
댓글수 : 50개
등록시간 : 2020/07/23 08:50:49
 
 
 
 
어제 을지로 3가에서 내려서, 건덕후들의 성지 마하공구에 가서 건담런너 스탠드와 디오리진 건담
메탈버니어를 산 뒤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앞까지 걸어가는길에 세븐일레븐에 들러 하늘보리 하나
사먹고 도착하자마자 그 앞 흡연부스에서 담배피우고 들어가서 세노비스 트리플러스맨 영양제
하나 사... 야 이 매국노 쪽바리새끼야!!!!
 
 
아무튼 그러고나서,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동네 나쁜형과 명동골목 삼겹살집에서 소주 두병에 삼겹살 2인분 먹고,
대충 을지로입구에서부터 광장시장까지 걸어갔다가 '야 걸어간김에 충무로까지 가볼까?' 해서
충무로까지 가서 맥주한캔씩 마시며
 
 
 
"형 여기까지 왔는데 마 느그서장 남천동살제?"
 
"대부님 뜬금없이 그대사 치면 아 명분이 없다아임미까 명분이"
 
 
 
이따위 이야기나 하면서 낄낄대다가, 야 재미없다 가자 해가지고 영화거린가 뭐 보다가
돌아오는 길에 또 광장시장까지 걸어와서 tv에 많이 나온것 같은데 어쩐지 눈탱이는 아니고
그냥저냥 괜찮은 녹두전집 가서 난 뜬금없이 꼬마김밥 먹고 집에 가려다가 계동치킨 가서
맥주 500 세잔씩 마시고 노는데 옆자리 스무명 넘게 온 회식팀이 너무 시끄러워서,
 
온몸으로 시끄러우니 조용히좀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해줬는데 한 250데시벨에서 249.3데시벨정도로
줄여주더라. 아무튼 거기서 한참 마시고 나오는 길에 담배하나 피워야지 싶어서 밖에서 담배
하나 피우다가 지나가던 노숙자한테 두까치 삥뜯기고 종로 5가 보령약국 앞에서 인사돌은 보령약국
같은거 외치면서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당연히 전철엔 자리가 없었고 한참 서서 오면서 썬더볼트 건담
디셈버스카이 보면서 야 이 매국노새끼야!!!
 
아무튼 그거 보면서 오는데 자리가 나서 앉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고 깨는순간 도착지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하느님 제가 30초쯤 일찍 눈을 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 취한 와중에도 랄라 오비라거를 흥얼거리며 대충 집에 왔는데
 
 
자 이제부터 사건이 생겼음.
 
 
 
 
 
 
 
 
 
우리집엔, 내가 자는 방엔 아주 오래된 서랍이 하나 있다.
그 서랍에 뭐가 들었는지는 평소에 알고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었다.
우리 가족 구성원들은 암묵적으로 그 서랍을 열지 않았다. 딱히 그 서랍을 연다고
그 안에 봉인되어있던 마물이 나오거나 그러는건 아니지만, 그냥 안열어보는 그런 서랍이였다.
 
그런데 술도 취했고, 요새 좀 안좋은일도 많아서 마음이 헛했는지 금새 판도라에 빙의되어
 
 
 
 
"제우스님께서 이 상자는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하면서 상자를 슥 열었는데 어? 오이비누네?
 
 
다른 뭐 폴더폰 아니면 오래된 가전제품 설명서 이런것도 많았는데
 
유독 그 뚜껑도 안딴 오이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오이비누라. 군대말고는 딱히 기억이
없긴 한데 잠깐만, 그러고보니 옛날 목욕탕에도 오이비누는 많았지. 다들 오이비누의 그 냄새를
싫어했는데 난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다들 싫어하니까 누가 나한테 '야 너도 오이비누 싫어하지?'
하면 난 사회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어? 응 어... 그렇지...' 하면서 얼무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들도.
 
 
ㅅㅂ 나 오이비누 좋아한다고...
 
 
그 특유의 오이향과 화학비누향이 섞인 오묘한 냄새가 참 좋았는데.
 
어느샌가 찾아볼 수 없어져 좀 아쉬웠다. 아 물론 좋아만 하는거지 실제로는 안쓴다.
고명없는 맹물수제비가 추억이고 그 맛이 떠올라 한번씩 먹을 수는 있어도 매일먹으라 그러면
수제비하고 싸우지 내가.
 
 
아무튼 음 오이비누... 하면서 상자를 닫으려는데,
 
 
 
'그러고보니 오이비누에서는 진짜 오이맛이 나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난 오이도 좋아하니까.
 
 
아 진짜 좋아함;
 
아무튼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있는데 나의 내면이 말을 걸어왔다.
 
 
'물론 오이비누라는게 오이향이 나는거지 오이맛이 나는건 아니지. 야 그렇게따지면 살구비누에서는
살구맛 나야되냐?'
 
 
내면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길래, 내가 즉각 중얼거리며 나의 내면에게 반박했다.
 
 
"살구비누 먹어본적 있냐?"
 
 
'어? 어라 시발?'
 
 
이겼다. 나의 내면에게 이겼어. 난 나 자신을 이겼다.
 
그리고 오이비누를 깠다. 음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이 추억의 냄새. 당연히 내가 단전쯤에서 오이비누
포장을 깠으니 거기서부터 올라오는거지. 아무튼 음. 좋은냄새다.
 
안쪽 비닐봉지를 까자 그 향이 더욱 더 짙게 퍼져나갔다. 이거 방향제 대신에 써도 괜찮겠는데?
대신 좀 오래되서 그런가 오이향이 엄청 강하고, 비누향이 좀 적은것 같았다. 아니면 원래 이런 향인가?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 소림축구에 나오는 주성치처럼 한입을 베어무는 순간
 
 
"야 이거 오이 맞네 엀어오옰"
 
하며 화장실로 뛰어가 오이와 함께 그날 먹은 술과 음식을 모두 토했고 난 왠지 모를 서러움에 숨죽여
엉엉울며 방으로 돌아와 눈물콧물 다짜며 "인생시발 엉엉" 하며 울고있는데 아차, 저거 정리해야지 하며
끅 끅 울음삼키면서 상자를 닫고 잠깐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한입 베어물은 이 오이비누 어떻게 처리해야되나 싶어서 그냥 욕실에 갖다놓으면 누구라도
쓰지 않을까? 했지만 '야 이거 비누 누가 한입 먹은거같이 파여져있냐' 라고 누군가 물었을때
'아 그거 쥐가 그런거 같아요' 해봤자 우리집 아파트인데 단번에 내가 범인될거같고,
뭐하다가 그렇게 됐냐고 물었을때 '제가 궁금해서 먹어봤어요' 하면 믿지도 않을거고 믿는다해도
또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고.
 
 
난 방에서 모형용 칼을 가지고 와 정성스럽게 오이비누를 원래 모양처럼 깎기 위해 방바닥에 앉아
 
 
"아 생쌀이 그냥 밥이 되나!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하면서 방망이깎는노인 놀이 하다가
"이보시오 이제 그만 다 된 것 같은데 그만 주시오" 하면서 손님과 방망이노인 번갈아가면서
비누를 깎아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중얼거렸다.
 
 
 
 
"옘병 씨버럴 그냥 버리면 되는데."
 
 
 
 
그러고서는 그냥 휴지통에 비누를 버리고 대충 뒷정리한다음에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일어나자마자 비누향이 입에 맴돌고 숙취도 남아있는것같고 해서 2차 토한뒤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음?)
 
 
그러니까 오늘의 교훈은 이거다.
 
 
 
오이건 살구건 뭐건 비누는 먹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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