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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인의사랑 -2
게시물ID : humorstory_1871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이나믹
추천 : 6
조회수 : 6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5/24 23:44:04
4. 
추석연휴전날 이었던 그날 부산에는 비가 왔었나?

나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적어도 맑지는 않은 날씨였다.
왜냐하면 나는 그날 밤 편의점 문을 밀고나오다가 한 술취한 여자의 핸드백에 맞아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도 하늘이 누래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술취한 여자가 왜 그날 술을 마셔가지고, 하필 왜 내가 자주가던 편의점에 그 시간에 내앞에 나타나 왜 나에게 핸드백을 휘둘렀는지. 그 핸드백은 왜 그리 묵직한 충격을 내게 주었는지..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머리가 정말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취한 여자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핸드백에 맞아 잃을뻔한 정신을 부여잡고 그 여자를 쫓아갔다.

[이봐요, 당신 뭐하는 사람입니까?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죠.]

“뭐야? 당신 나 알아?”

술취한 여자는 얼굴은 붉어지고 몸은 비틀거려도 말은 똑바로했다.(내가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쪽이 그 핸드백으로 내 머리를 치고 갔잖아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겁니까? 
아. 머리아퍼..]

나는 살짝 헐리웃 액션을 취해가며 아픈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자 여자쪽에서 반응이 왔다.

“아, 이거? 너 가져, 너 주면 될거 아냐? 에이! 퉤퉤! 너 가지란 말이야! 에잇! 잘먹고 잘살아라!”
여자는 다시 핸드백을 내쪽으로 힘껏 휘두르며 말했다.

나는 두 번은 안당한다는 심정으로 한손으로는 핸드백을 다른 한손으로는 머리를 감싸며 허리를 숙였다. 
- 휴. 이번에는 안맞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핸드백은 내손에 있었고, 여자는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술취한 여자의 걸음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빠른 속도였다.

[뭐야 저 여자, 왜 저렇게 빨라?]

나는 충분히 쫓아갈 수 있었지만 쫓지 않았다.
억울한 심정에 그랬는지, 아니면 복수심에 불타올랐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한손에는 핸드백을 들고서...


집에 돌아온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을 하였다.
(주로 오유를 합니다만.. !)

그리고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그 여자의 핸드백이 생각났다.

-도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그렇게 묵직한 것이 내 머리를 강타했을까?

남의 물건을 함부로 뒤지면 안되지만, 그래도 내 머리에 충격을 준 핸드백속이 궁금했다.

핸드백은 완전 쥐 잡아 먹은듯한 립스틱색깔의 짙은 빨간색이었는데, 동화속에 나오는 빨간구두를 연상시켰다. 크기는 보통 우리가 쓰는 마우스패드정도의 크기이고, 재질은 생각보다 단단한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그 가죽자체만으로도 맞으면 충격이 상당할 것 같았다.

핸드백의 앞쪽에는 은색의 똑딱이 단추가 있었는데 자석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당이 깔끔했다. 핸드백의 뚜껑(표현이 마땅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을 열면 안에 칸막이가 핸드백 속을 2곳으로 나눠놓고 있었다. 한쪽에는 휴지부터, 쳅스틱, 립스틱, 마스카라, 핸드크림 등 여러 가지 미용용품이 들어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다이어리가 들어있었다.

쭉 꺼내놓고 보니, 이 작은 핸드백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갈 수 있나 싶었다. 이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있으니, 나에게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묵직하게 느껴질 수 밖에..

그렇게 핸드백에서 나온 물건들을 살피던중 물건들중 하나인 검은색 슬라이드 핸드폰의 모서리가 깨져있는것을 발견했다.

- 내 충격의 주 원인은 이 핸드폰인가보다..

난 당장이라도 이 핸드폰을 마저 부숴 내 복수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무슨 죄이겠나 싶어, 잠을 청했다.

다음날이 연휴인지라 마음 놓고 푹 잤다. 머리는 조금 아팠지만..
그리고 다음날 늦잠을 실컷 잔 나는 오후 늦게야 일어났다.

추석연휴때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으스스해 이불을 둘둘 말아 몸에 걸치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데, 마침 여자의 핸드폰이 진동을 하다 멈춘다.

= 부재중 전화 8통, 문자 메시지 13통

- 엄청나게 급하셨구만..
나는 한껏 여유를 즐기며 지기개를 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의 핸드폰에서 지속적인 진동이 아닌 단발의 진동이 울렸다. 문자메세지인가 보다.

= 새로운 메시지 : 엄마♡님 에게 온 메시지 입니다.
  『야 이 XX야 내 핸드폰 안내놔? 너 누구야? 내 지갑에 있는거 하나라도 없어지기만해봐, 내 핸드폰 위치추적 된다. 넌 끝이야 끝! 이 XX야』

아무래도 엄마핸드폰으로 자신의 폰에 문자를 보낸 것 같았다.
내가 약간 순화시켜서 그렇지,
엄마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어제 핸드백으로 맞은 것 보다 정신이 더 아찔해질 것 만 같다.


5.

우울함의 연속이다.

아침에 정신을 차린 나는 어제 그 핸드백녀의 엄마로 추정되는 번호로 간단히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그 여자 폰으로..

 『 중앙사거리 KS25 편의점에 핸드백 맡겨둘테니 찾아가세요.』
- 캬.. 난 진짜 양반인거 같아.
 라고 충청도인이 생각합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편의점에 들어가 알바생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핸드백을 두고 왔다. 다음부터는 술먹고 실수하지 말라는 쪽지도 함께 넣어두었다. 나는 그여자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내 연락처는 남겨두지 않았다. 그 여자와 내가 지나가다가 마주친다면 나는 모른척할것이고 핸드백녀는 나를 못알아 볼 것이다.

이건 분명 좋은 기억이 아니다. 그것도 추석에, 난 송편도 못먹었는데..(떡을 안좋아하긴 하지만)

연휴라 그런지 식당도 문을 다 닫았다. 유일하게 문을 여는곳이 편의점이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 먹지 않았고, 점심은 다행히 커플지옥 김밥천국에서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니 해는 떠 있는데 어느덧 날씨는 쌀쌀해져, 반팔입기에는 닭살이 돋을 것 같고, 긴팔을 입기에는 땀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추석에 감기에 항상 걸렸기 때문에 긴팔을 챙겨입는 버릇이 있었다.(정말 특이하게도 추석전날까지도 덥던 날씨가 추석아침날에는 정말 쌀쌀한 것이 감기에 걸린다.)

그렇게 하염없이 거리를 헤매다가 고시원에서 조금만 있는 공원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공원은 중원로터리에 있었는데, 중원로터리란 말그대로 가운데 있는 로터리였다. 중원을 중심으로 북쪽에 있는 북원로터리와 남쪽에 있는 남원로터리가 있었고, 각각 로터리는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리 멀지도 않고, 산책코스로도 제격이었다.

터벅터벅 거리를 걷는 것은 정말 힘이 빠지는 행동이었다. 마치 내가 잉여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는 만나줄 친구도 없고,(사실 친구도 몇 명없다) 이곳 타향에서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명절을 맞는 것은 마치 소변을 누는데 손에 조금 묻어 찜찜한 기분을 안고 수도꼭지 앞에 섰는데 물을 틀자마자 너무 많이 물이 쏟아져 나와 하얀 티셔츠에 물이 튀고 손을 대자 더 많이 튀어 손을 씻은건지 옷을 빤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밖에 나가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 젖은 티셔츠가 내 맨살에 닿아 추위를 느끼는 그런 기분이었다.

더욱이 어제 그 핸드백녀 생각을 하면 아직도 머리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 제길.. 지갑안에 있는 돈은 빼고 줄걸 그랬나. 사례금이라 생각하고..아흠.. 할일이 없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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