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아침저녁으로 7호선을 탔습니다. 온수까지 간뒤 7호선으로 갈아탔죠

그때 갑자기 든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온수역 7호선은 특이하게 승강장의 양쪽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운행합니다. 왼쪽이 도봉산행이면 몇분뒤엔 오른쪽에서도 도봉산행이 오져

그러면 승강장에 들어갈때마다 왼쪽에서 차가 올지 오른쪽에서 차가 올지 알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칼같이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말이에여

하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이미 사람들은 다음 열차가 올 방향으로 줄을 서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줄을 서는걸까 생각하다가, 처음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어떤 칼출근을 하는 선지자가 있어서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탄다. 따라서 그 사람은 어느쪽에서 차가 올지 알고 다른 사람들은 따라서 선다.

그러나 매번 다른 시간에 열차를 타는 선지자가 있을리 없고 여전히 어떻게 알고 줄을 서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며칠만에 (보통 출퇴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경우는 없는지라, 깨닫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이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온수역에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연속하여 계속 들어옵니다. 열차가 출발하면 아슬아슬하게 타지 못하는 경우가 항상 생깁니다.

못탄 사람들이 반대편 승강장에 줄을 서는 것입니다.

부천시청까지 지하철이 뚫린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온수역이 종착역일 당시엔 매우 높은 확률로 승강장에 번갈아가며 열차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못탄 사람들은, 곧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생각은 경험적인 것일수도 있고, 논리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어려운 고찰'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사람들이 차를 못 탄 덕분에, 뒤의 몇백 명의 사람들은 어디서 차가 올지 찾아가게 되죠.

곧 누구도 똑똑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갑자기 똑똑하게 행동하게 됨을 보았습니다.

유용한 게시글에 모바일로 리플달기는 저는 처음에 스마트폰으로 프로젝터 만들기에서 보았습니다.

이 역시 어떤 첫 타자 (정말 한 사람일수도 있지만, 제생각에 최소 두세 사람 정도일거 같습니다) 가, 별 생각없이 (아마도 버릇대로)

리플을 달아놓고 나중에 확인해야지 하고 리플을 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몇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것을 배운 것이죠

리플달기는 스크랩과 즐겨찾기보다 나은 방법입니다.

모바일에서 즐겨찾기를 하면 (크롬이 아닌 이상) PC에서 그 게시글을 읽기 위해서는 다시 PC에서 찾아보는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리플을 달면 그대로 PC에서 확인가능하니, 더 편한 방법임엔 틀리없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스크랩보다도 나은 방법입니다. 오유를 9년을 하고있지만 아직 스크랩은 별로 써본 적이 없습니다. 잘못 누른 경우를 빼곤..

실제로 PC나 모바일이나 즐겨찾기가 있기 때문에, 오유를 제외한 다른 사이트에서도 통용되는 즐겨찾기를 사용하고 말지 스크랩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즐겨찾기보다 리플달기가 나은 방법이니, 스크랩도 마찬가지이지만.. 스크랩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 리플에서 '나중에 확인하려고 리플 달아요~ ' 를 보고, '아 나도 이거 나중에 또 봐야징~ 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는

스크랩하기 버튼은 저 위에위에 올라가 버렸고, 리플달기는 바로 아래 있기 때문이죠

유용한 게시글에 저장용 리플달기도 결국엔 지하철 줄서기와 같은 meme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점은, 지하철 줄서기는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지만, 리플달기는 리플을 읽는 사람이나 저사양 모바일사용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다르죠

결론 : 모바일에서 스크랩 버튼을 리플달기 아래다 달면,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추가 : 가능하면 스크랩이라는 말이 리플에 들어갈 때, '스크랩하시겠습니까?' 라는 확인 메세지를 띄우고, 선택지를 '스크랩' '그냥 리플달기' 로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웹태그는 문외한이므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네영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