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 생애 최고로 당황스러웠던 순간 - 1편
게시물ID : bestofbest_1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꿀바나나
추천 : 171
조회수 : 6014회
댓글수 : 1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4/10/19 04:36:12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0/19 04:36:12
꼭 끝까지 읽어 주세요. 재미있습니다. 보장. 도장쿡. 복사 쓰윽. 
좋은 하루 되세요. ^^ 




1막  “대재앙의 서곡인가?”



쑥스러운 얘기지만 술을 처음 입에 댄 것은 

때늦은 고3 대입시험이 끝나고서 친구들과 함께다.

술버릇은 꼭 어른에게 배워라는 말이 있잔아. 

아무말 아닌거 같잔아.

근데 그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너무 중요한 부분이었던거야. 

어쩌면 나의 개같은 술버릇의 첫단추였던 듯.




절친했던 두놈과 나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술사러 가기를 대여섯번.

정말 뻥안치고 소주 15병, 맥주 6병, 

게다가 싸구려양주까지 (이름도 기억이 안남. 사실 양주라긴 뭐하고 양주맛나는 나폴레옹 비슷한 쓰레기 !!! 마지막에 얘땜에 깨끗하게 가버렸다는) 먹어 버렸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록을 깨고 있지 못한 걸 보면 첫경험치고는 뽀지게 한 듯. ;;;;;;;;;



소주를 글라스에 부어 마셨음. 

이 개색히들이 그렇게 많이 섭취하면 개가 된다는 걸 미리 말만 해 줬더라도 

나는 그런 끔찍한 양을 복용하지는 않았을 듯. 
 
계속 똑같이 건배를 했으므로 내가 마신 소주의 양은 5병....

소주 먹은 다음에 맥주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여러분~~~ 알죠???

멍 멍 멍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다.  그러나.....

야구에도 9회 마무리투수가 있듯 

마지막에 사온 쓰레기같은 짝퉁양주 한병에 

내몸도 따라 그만 쓰레기가 되고 만다. 




본격적인 나와의 외로운 싸움은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누워있는데 갑자기 붕 뜨는 느낌이 들더니만 입에서 면발이 맴돈다. 

어. 이건 저녁에 먹은 짜장면이잔아. 

라고 이성적인 판단을 채 내리기도 전에 

입을 통해 짜장 곱배끼가 아침까지 장장 다섯시간에 걸쳐 낫낫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서 

온 이불은 검정색으로 바뀌었다. 

내 옷도 검정색으로. 

친구의 머리카락도. 



물론 처음에는 식기에다 부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타이밍도 안맞고 양도 너무 많아 흘러 넘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버린 몸이란 자포자기의 심정도 많이 작용하면서

아무대나 닥치는 대로 작업(?)했다.  

한판 쫘악 깔아 놓으면 어김없이 두 친구가 몸부림을 치면서 

자기 얼굴이며 옷이며 머리에 다 묻혀 간다.  

아침 준비하러 나오신 주인아주머니의 수돗가에도 역시나 검은 색으로 뒤덮어 드렸다.  

나는 토하면서도 너무도 괴로워 아주머니에게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간절히 도움을 호소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욕을 하셨다.  

정말 끔찍한 하루였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그 뒤로 꼬박 이틀을 누워 있었다. 

그 때부터 구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체 내 술버릇은 조금씩 조금씩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2막: 술버릇. 드디어 실체가 드러나다. 


다시는 술을 안먹겠다고 다짐 다짐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도 회복되어 갔고 다행히 대학에도 붙었다.   

시골 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아들을 보며 눈물짓던 

그 때 어머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아마도 어머님께서 

술이 대학이고 대학이 술이었던 그 당시의 상황을 아셨더라면

내가 술이 되고 술이 내가 되어 가문의 명예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꺼라는 걸 미리 아셨더라면 

플랫포옴에서의 눈물대신 

 













등을 돌리셨을 지도 모른다.    





내 술버릇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학교 1학년 신입생 환영회였다. 

나는 선배들의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착각을 했고

그래서 그들이 권하는 술을 있는 힘껏 마셨다. 

그게 다 그들의 사랑이기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지... 

그들의 무조건적이고 집요한 사랑에 나는 또다시 커다란 시련에 놓이게 된다.   

이번엔 막걸리다. 

하얀 막걸리. 

바둑에서처럼 흑이 이미 한 수 날렸으니 이번에는 백돌이구나. 

그 때 환영회장에 군대 짬통같은 큰 드럼통이 두개 있었던 걸 보면 

선배 이색히들이 아예 사람 잡을라고 작정을 했던 듯. 

냉면 사발로 한사발씩 먹인 후에 좋은 말 해준다고 불러서 돌아가며 한잔씩.

정말 어마어마 먹은 듯.



막걸리병은 점점 줄어들고 짬통은 젖소 젖 짜내듯 쑥쑥 차 올라온다. 

신입생이란 인간들은 짬통에다 대고 토하고 난리다. 
앞에 동기 녀석이 너무 괴로워하며 통에 너무 머리를 깊이 박고 토하는 있어서 뒤에 서있던 나는.  












그의 머리에다 해버렸다. 

갑자기 울컥하는 바람에. 쿨럭.  

사실 나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다. 

그 놈 머리와 통사이의 조그만 틈만 안보였더라도 절대로 나는 그런 뻔뻔한 짓은 안했을 듯.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히 안전하게 뿜을 수 있었다.  




바닥이 미끄럽지만 않았었더라도. 

정확했을 텐데.   - - ;;;




어쨌든 끔찍한 밤이었고 이제는 끝이 난 듯 했다. 

부축하던 선배 둘은 한사코 나를 하숙집 방까지 바래다 주겠다며 

의식을 잃기 일보직전의 나를 자리를 깔아 드러눕히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저게 선배라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 순간 

갑자기 짜장면사건 그 때의 느낌. 

그 악몽. 

몸이 붕 뜨는 느낌. 

다시 악몽이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속에서 울컥 치민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

달려야 한다. 

확 트인 곳으로 가자. 




나는 몸도 가눌 수 없이 비틀거리면서도 밖으로 나왔다.  

대문 밖으로 나서면서 뛰었다. 

여유 있게 담배를 물고서 골목을 빠져나가는 두 선배.

갑자기 그 사이로 총알같이 달려 나가는 후배 하나.  

신발도 안신은 나는 정말 손살같이 달렸다고 한다.  

선배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사고를 의식한 선배들이 서둘러 나를 뒤따르지만 

술취한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괴력으로 캠퍼스 안으로 신속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이다.  

하숙집이 캠퍼스 출입문 근처. 






어두운 새벽 캠퍼스. 

선배들은 나를 찾느라 한참을 보냈다고 나중에 들었다. 

과연 그랬을까?     - - ;;;  

아무리 그래도 술 먹은 후배놈 하나를 선배 둘이 못 잡았겠냐고 말하고 싶지만 믿어준다. 

그러나 중요한건 결국 나를 찾지 못했다는 거다. 

그 때 나를 찾았어야 했는데.

꼭.

그러나 행운의 여신도 우리 선배들처럼 그냥 즐기고 있었던 듯.  






시원한 바람. 차가운 시멘트 바닥. 

밖에 누워있으니까 속도 편하고 잠도 참 잘왔다.

정말 막걸리는 안먹어야지 다짐을 하며 너무나 달콤한 단잠에 빠졌던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 - ;;;;







이상한 꿈을 꾼 것이다. 

어떤 꿈이냐면 

무슨 영상 같은 건 없는데

순전히 발자국 소리만 나는. 

특징은 점점 발자국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거다.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들리고. 

다소 기괴한 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걸리 샤워 뒤에 찾아온 이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좀 더 길게. 

좀 더 길게.

이 순간 너무 행복하고 편안하고 아늑하다.  





그러던 중 꿈에서 발자국 소리에다 사람들의 대화소리까지 들리기 시작.

점점 그 소리가 커졌다가 점점 멀어진다. 









그건 마치 누워있는 사람 옆으로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면서 지나다닐 때의 그런 느낌이다. 

발자국소리가 많은 걸 보면 이곳은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음......  그러니까 이를테면 대학 도서관 같은 곳???

그리고 문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는 출입문 쪽???

문의 위치가 잠결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멀어도 3미터는 넘지 않을 듯 싶은데. 

음.... 

음.... 

몽롱한 꿈속에서도 제법 논리적으로 생각을 끼워 맞춰 본다. 

재밌다.

재미???

그래 그래 현실은 아닐 거야. 맞지???





음.... 

음....

그러면 지금 누워있는 나의 차림은?



뛰어 나올 때 그대로니까

츄리닝 바지에 흰색 런닝.  

신발은 당근 없고. 

있는게 이상하지. 안신고 나왔는데. 맞아 맞아.   





음....

음....



살며시 눈을 떴다. 

정말 꿈이기를 바랬다. 

“꿈이 현실로”라는 말이 있다. 

그전까지는 참 좋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그 말은 내게 악몽을 의미한다. 


눈을 뜬 순간.

그 순간에도 도서관을 향하는 무수한 발걸음들이 누워있는 내 앞을 지나간다.

조.....   떼......   따......




태어나서 난생처음 죽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다.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서는 순간.

악몽 같은 그 순간.  





그들은 이미 잘 차려입은 상태로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고 

당연히 아무도 잠옷차림은 없었으며 신발도 다 신고 있었으며 ㅜㅜ.

애써 눈길을 피하고 지나가는 듯하지만 그들의 화제는 당연히 나인 듯 한 분위기 ㅜㅜ.

이렇게 눈을 감고 자는 척 하고 있다고 일이 해결 되는게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플리즈~~~~~~~~~~~~~!!!!!!!!!!!!!!!! 







세상에서 가장 신속하게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 준비됐나??? 긴장 풀고. 할 수 있다. 

자~~~ 

하나...

둘....

셋....

뛰어!!!!

LET'S GO !!!!!!!!!!!!!!!!!!!!!!!!!!!!!!!!!!!!!!!!!!

차가운 도서관 바닥을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분위기 정지됨. 온통 주위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오!!!!! 마!!!!!이!!!!!! 갓!!!!!!!

그러나 이게 왠 일인가!

내 오른쪽 다리가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E...  C...  8....

쥐 ! 다 !

재길쓴. 

당장 이 자리만은 신속하게 피해야 하는데. 

불행이 함께 온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나.  

그러나 그렇다고 도서관 앞에서 드러누워 

축구선수처럼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그들에게 호소할 수도 없지 않는가!

도서관 앞에서 런닝바람으로 신발도 없이 

누워서 쥐가 난다고 주물러 달라면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의 통증이 밀려 왔지만 절뚝거리며 신속하게 걸었다. 

하나둘 하나둘.

하나둘. 하나둘.

이 자리를 빨리 떠야 한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통증.  

이른 시간이지만 제법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돌아서 내려오더라도 차라리 숲을 타고 내려올 껄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는데

여학생들은 다 옆으로 피하는 분위기. 

반쯤 경계심으로 애써 웃음을 참는 그들.  - - ;;;;;;;;;;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도 나를 안깨웠는지를 알 듯.

뭔가 쉬이 접근하기 힘든  색다른 카. 리. 스. 마. ???  

음......










“술만 마시면 뛴다.”

“그리고 사라진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서 발견되는 나”



이런 나의 황당한 술버릇은 


2편 - 군대편 -  

3편 - 사회인편 -

에서는 한층 더 심각해지는데 .....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3편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꼭 추천 눌러 줘요. 

추천 많이 없으면 “그냥 찌그라시!”라는 메시지로 알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THE END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