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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호의 일기 8월 12일 -침입자-
게시물ID : panic_18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非人)
추천 : 3
조회수 : 16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8/22 22:02:03
일을 마친 뒤, 억지로 피곤에 찌든 나의 몸을 이끌고,,,,,,, 그나마 평화로운 나의 보금자리로 몸을 옮긴다.그런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가는 내내 느낌이 찜찜하다. 드디어 집에 도착하고,,,,,,, 왠지 모를 찜찜함에 먼저 문에 귀를 기대어 본다. 

부스럭 부스럭

신명나는 낯선자의 발소리. 나 홀로 살고 나 홀로 지내온 곳에서의 낯선자의 발소리. 

총 두명의 발소리가 뚜벅 뚜벅 뚜벅.

왠지 모를 흥분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뒤 이어질 카타르시스를 예감한다. 공짜로 얻어 먹는 저녁 만찬이랄까.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는 아이의 마음이랄까. 그냥 순수한 기쁨 말이다. 나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 하는 낯선자 두명을 놀래켜 주기위해 잠겨있는 문을 따지도 않고 거세게 열어 본다. 

철컹 철컹 철컹

둔탁한 쇠문의 소리. 그리고 조용히 다시 기대어 본다.

다다다 다다다 다다다.

어디론가 숨는 낯선자들의 발소리. 조금의 연기를 곁들여준다.

"아! 열쇠가 어디 간거고!? 진짜! 좆같이 꼬이네 진짜!"

그리고 다시 문에 기대어본다.

쿵 ! 쾅 ! 스르륵 스윽

옷장에 한명.
침대밑에 한명.

어찌 이리도 정확히 아냐고? 원룸인 내 방에 숨을 곳이라고는 그 두 곳밖에 없기 떄문이지....... 그리고 내가 유경험자이기 때문,,,,,,,

열쇠를 따고 들어가자마자 궁시렁대며 칼을 집어든다. 조심스럽게 스르륵 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그리고 쇠파이프로 장롱의 고리를 잠근다. 이것 또한 스르륵 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침대 앞에 선다. 일어선채로 침대 밑을 쳐다본다. 분명 낯선자는 나의 발만 보일 것이다. 긴장한채로.

역시 조금의 연기를 곁들인다.

"아~ 피곤해서 이거 썅 바로 넉다운이네 ~"

함과 동시에 침대밑으로 칼을 마구잡이로 던진다. 총 3자루의 주방용 칼.......

그 칼에 맞던 말던 상관없다. 그저 침대 밑 낯선자의 리액션이 중요할 뿐,,,,,,, 누구나 침대 밑에 숨어있는데 무언가가 날아온다면,,,,,,, 특히 그것이 날카롭고 뾰족한 것들이라면,,,,,, 하는 행동패턴은 비슷비슷하다.

꺄 악!!!!!!!!

겁에질린 아주머님의 목소리.

 침대밑에서 나온 아주머님은 운좋게도 세자루의 칼중 두자루나 명중한 듯 하다. 물론 아주머님껜 운이 안좋은 것이지만. 그런데 하필 그것들이 급소를 찔럿나 보다. 재미없게 말이다. 뛰쳐나와 죽음을 내뱉으며, 장롱을 향해.

"여,,,보,,,,,! 살,,,려,,줘,,,,,!"

순간 들려오는 짜증나는 소음

쿵쾅쿵쾅쿵쾅 으아아아 !!!

장롱에 숨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갇혀있는 남편되시는 분의 분노의 발길질. 그리고 분노의 극에 달한 사자후.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있다. 아주머님은 나를 째려본다. 다죽어 가는 인간이 왜 나를 보는걸까......? 어라,,,,,,,? 아,,,,,, 얼라리 ....... 히히히,,, 아,,, 그래 맞다. 이 아줌마 나 안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죽여버릴 거야!!!!!! 내 아들을 살려내 개새끼야!!!!!!"

"아주머님,,, 움직이지 마세요,,,,, 죽어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렇게 심한 상처를 받아놓고도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시끄럽다. 그치만 불쌍하다. 그래서 그냥 베란다에 밀어넣어 드렸다. 아 물론 우리집은 베란다가 없다. 창문인데 그냥 편의상 베란다라고 생각하자. 
아줌마 안녕 ~

쿵쾅 쿵쾅

아,,, 깜빡할 뻔 했네!!!

"야이 미친 새끼야 !!!!!!!
 여보 !!! 대답해 !!!!! 괜찮어 !!!!?"

조심히,,,,,,, 아주 조심히,,,,,, 특히나 조용히,,,,,, 조용히 장롱에 다가간다. 물론 장롱문 앞쪽이 아닌, 장롱 옆면으로 다가간다. 파이프가 아저씨의 다리힘에 부러져서 문이 나를 때릴 수도 있으니,,,,,,,

또 나는 조금의 연기를 곁들인다.

"으어억! 아,,,아주머님 !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나빴어요!!!"

"미친새끼가!!!! 지랄하지마!!!! 여보!!! 뭐해!!! 무슨일이야!? 대답해 얼른!!!!!!! 으아아아아!!!"

역시 안통하나 보다. 나의 가치가 희미한 연기 같으니라고,,,,,,, 요즘은 연기못해도 주연배우하고 막 그러더만, 나는 그 축에도 못끼나 보다.

어쨋든, 놀만큼 놀았다. 그리고 재밌었다. 이 사람.
연기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아파트 밖에서 아주머니 시체를 보고 신고를 할 착한 사람들이 있으니,,,,,,,

장롱옆면을 칼로 쑤신다. 무자비하게 쑤신다. 장롱은 뚫렸지만,,,,,, 사람찢기는 맛이 안든다.

"으어억,,,,,, 제발,,, 사,,, 살려,,,,,줘,,,,,,, 꺼,,,,,꺼내줘,,,,,,,"

씨발.

"지랄 한다 미친새끼! 안찔렸잖아!"

다시 수없이 찔러 버렸다. 더이상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찔리는 맛이 안났는데,,,? 이새끼가...

"이 새끼가 재미없게 아직도 개수작이야!?"

장롱문을 연 순간 아차 했다. 그는 이미 죽어있었다. 여기저기 숭숭 칼구멍이 나서는 쿨럭 쿨럭 대고있다. 하지만 이미 눈의 초점이 흐리다. 쩝,,,,,,, 잘 생각해보니 요즘은 눈 앞에서 찔러도 찌르는 맛이 안나서 만족도의 한계치가 높아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제기랄,,,,,,,,,,,,,

10초간 무릎을 꿇고 애도 해드렸다. 진심이 없는 애도의 자세. 모순의 자세. 어긋남의 가장 아름다운 형태. 보통 몇 일 정도는 방안에 방치해두고 애도를 표하겠지만, 지금은 아주머님이 밖에 쓰러져 있기에, 빨리 안주으면 무서운 교도소에 가야 한다. 빨리 가서 치워야지.......

이 부부는 그래도 나를 죽이려 했다는 점을 감안해, 아들 곁에 묻어줘야 겠다.

그런데,,,,,,,

아들을 어디 묻어 둿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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