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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시집가던 날
게시물ID : humorbest_187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늑대별
추천 : 69
조회수 : 258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1/13 13:43:09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1/11 01:55:20
누나 결혼식때 사진을 홈피를 뒤져서 보는데 그때 제가 이런 글귀를 썼더라구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집에서 매형과 하루 머물고 어제 아침 떠났다. 이젠 정말 출가외인이다. 결혼식의 눈물과 어제 아침 차에 타며 글썽이던 눈망울을 기억하며 4월의 봄비는 정녕 눈물이었냐고 자문하지만 소년의 사진기는 미소짓는 천사의 모습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자신이 웃는줄도 모르고 웃을때 정말 이쁜 우리누나. 그걸 알까? 모르기에 더 아름다울 것이다.

제가 평소에 감정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고, 그때 당시에도 실감이 안났던 누나의 결혼식이었지만, 천천히 그때의 그 느낌, 누나의 결혼 후 제가 남은 허전함, 눈에서 멀어져버려 더욱더 그리워지는 기분, 이런걸 곱씹어볼수록 한평생의 삶에서 가족이 갖는 의미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는 배다른 남매사이이지만, 때로는 제게 부모님보다도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느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러한 기분, 느낌,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더군다나 작년에는 이쁜 아들도 낳았더군요. 나와 티격태격하며 지내던 때가 어제같은데, 얼마전 아기를 데리고 집에와서 침대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진정으로 아름답다.' '저게 바로 아이의 엄마의 모습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누나의 허리가 안좋아서 어머니와 함께 침맞으러 한의원에 가기 위해 자주 집에 들르는데 그때마다 요녀석은 온가족의 관심을 독차지한답니다. 어찌나 안기는걸 좋아하고, 울음소리는 얼마나 또 큰지, 아버지, 어머니, 매형, 누나, 저 이렇게 모인 식구가 요녀석 울음소리에 들썩이고, 달래고 번갈아가면서 안아주고(사람을 잘 가리지 않는건 그나마 다행이에요 ㅎㅎ) 거기다 얘는 태어날때부터 우량아라서 지금 모든 수치에서 기록을 세우고 있어요. 이제 100일된 녀석이 생후 1년 아기용 유모차가 맞지 않으니...

제겐 신비롭고 놀라움의 연속인 우리 조카입니다. 철없이 굴다가도 조카생각하면서 바르게 살아야지. 떳떳하게 살아야지.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벌써 결혼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거고, 결혼한 형제 자매를 두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 저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 분들도 계시겠죠. 사실 장 폴 사르트르가 '구토'에서도 말했듯이, '경험'이란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죠. 제가 이렇게 늘어놓은 단어들이 사실 제가 느꼈던 기분들을 곧장 표현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경험을 꾸미고 꾸며서 이야기로 만들어내려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의식하여 가슴에 새기지 않는 경험은 '제 경험상' 소리없이 바스러져 산화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분명히 소중한 기억이고 추억인데 제 삶, 언행에는 전혀 녹아있지 않은듯한 기분...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워낙 감수성이 적은 사람이라서 그럴수도 있고, 경험 하나, 기억 하나가 제 삶을 크게 바꿔주길 바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그저 하고싶은 말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자극이 될 수 있는 경험은 가슴 속에 꼭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 가서 어떤식으로 표현하든지간에,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한 경험을 가슴에 새겨두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되새기며, 그 의미가 자신에, 그리고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한덩이의 소중한 양분이 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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