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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18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필두자루
추천 : 3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3/08 00:57:26
수고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머니랑 같이 다닐적에 어머니께서 수고하세요 라고 인사하는걸 본뒤 "수고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습관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뭘 살때도 수고하세요, 치킨을 들고올라온 배달원에게도 수고하세요,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선생님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에게 "수고하셨습니다" 는 자주 안녕인사로 사용되는 말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당연하지만 좋아하는것과 잘하는것은 달랐다. 
소설과 공상을 좋아하던 어린애는 소설가의 꿈을 가졌었고. 
혼자 품고서 누가 볼까 숨겨둔 꿈은 가려도 새어나올만큼 빛나는 재능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오래전 공상으로 남았다.

물론 그렇다고 글쓰는걸 아예 포기한건 아니다.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글을 쓰고나면 우울하던 기분도 사색아래로 가라앉곤 하고, 
아주 가끔, 내글을 공감해주고, 멋지다는 말을 들을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서 글을 쓰더라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지금도 아깝지 않다.

어휘력도 부족하고, 아는 단어도 그리 많지 않아 휘황찬란한 필력을 자랑할 수 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부족한 실력이란걸 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쓴것 같다 싶기도 할때가 있고
누군가는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걸 자랑이라도 해보고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유에 그렇게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건 아마 중학생 때 부터였던것 같다.
리그오브 레전드, 통칭 롤이라 불리는 게임에 빠져 살았을때는 롤과 접목시킨 소설이 베스트, 베오베를 몇번 가보기도 했었고
고민게시판에서 가끔 푸념섞인 위로의 글들을 올리다가 그런 글들이 베스트를 가기도 하고.
아쉽게도 그때 썼던 글들은 찾아 볼 수 가 없는게 예전에 오유를 접겠답시고 탈퇴해 버렸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닉네임을 검색해보면 몇개 나오긴 하더라.

또, 오유 책게에서 열렸던 글쓰기 대회에서도 글을 몇번 썼었다.
대회 개최 날짜가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주제에 대해 뭘쓸까 고민 하고 어떤글을 쓸까 생각하다가 
소재가 딱 떠오를때면 막 메모해두고 그런적도 있었다.
아니, 사실 대회가 열리면서 책게가 뜨기 전부터 글은 꽤 썼던것 같다. 대충 스무개 정도는 썼던것 같은데, 덧글도 두어개 정도 달리면 되게 좋아하고 그랬다.

이래저래 서론으로 길었는데
결국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나는 고3이 되었다.

철없을적에는 킬킬거리며 고3을 놀리기도 하고, 철이 좀 들었다고 생각했을 즈음에는 연민의 눈빛으로 고3 형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수능 잘쳤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아구몬을 보고 입안이 씁쓸해지는 때가 온것이다.
대부분의 고3이 그렇듯, 다짐을 하고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공부에 집중하려 하는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려고 한다.
몇년전 놓았던 소설가의 꿈이 아닌 다른 목표가 생겼고, 또 다른 꿈이 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

책게에게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뭔가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목적으로 탐구하며 문학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글들을 수놓으며 음미하는 그런 감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오글거린다는 말을 듣지 않고서 그런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면서, 멋져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책게에게 기대고,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그런척 하는 사람이지, 책게 사람들처럼 지적이고, 멋진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동경하는 사람에게 기대면서 내 우울함을 달래고, 자기위안할 대상으로 삼으면서 버텨왔던게 아닐까 싶다.

언제나 오유는 심심할때 내가 있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고, 웃겨주는 친구가 되어주었으며, 철없고 어린 내 장난을 받아주던 곳이었다.
지금은 많이 변해서 좀 차가워졌다는 느낌도 들고 하지만, 
여전히 나는 오유가 좋다.

책게는, 변하고 변해서 나를 기억 못할 지라도, 내게는 정말 추억이 깃든 곳이다. 
또 나중에 정말 어른이 되면 그런사람이 되길 바라는 동경심이 담긴 곳 이기도 하고
그래서 밖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를 나의 숨겨진, 그런 혼자만의 추억을 가진 곳인 오유 책게에 내 다짐을 남겨놓고 싶다.

그러니까 하고싶은말은
책게에게 

" 어린애가 철든척 하면서 쓴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라고 말하고 싶다.

딱 1년동안만. 
오유와 작별인사를 하고싶다.

그동안 내 수고로움을 책게에게 넘기면서 수고 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그 수고를 해보고싶다.

더이상 우울하고, 또 피곤하다, 인간 관계때문에 힘들다는 이유로 오유에게 기대고 있을 수 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하루 10~12시간 씩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말그대로 나는 지금 뭐하는건가 싶기도 했다.
지금까지 핑계를 대면서 회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빈둥대고, 적당히 적당히 대충대충 해왔지만
이제는 정말 내가 죽도록 해서 무언가 한번 이뤄보고 싶다.

만약 목표를 이루고 20살이 되어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동경하던 책게와 같이 멋진 사람이되어서
동등한 그런 모습으로 떳떳하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싶다.

그러니 수고좀 하고 오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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