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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주의) 국정교과서 우리 엄마 사이다
게시물ID : soda_1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책덕후
추천 : 23
조회수 : 2800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5/10/25 0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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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엄마가 평소 나에게 싸가지 음는 년이라고 구박했으므로 음슴체.



울 엄마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엄씀. 
뉴스도 안 봄.
보시는 티비라고는 맨날 막장드라마 (요즘은 왜 임성한 안 나오냐고 자주 물어보심)랑 종편임.
박정희 엄청 좋아함. 박근혜도 엄청 좋아함. 그러나 제일 좋아하는 건 육영수임.
엄마 뿐만이 아니라 집안 어르신들도 박정희 엄청 좋아함. 박근혜도 엄청 좋아함. 그러나 역시 육영수를 제일 좋아함.
엄마 집안에 육영수랑 친척이 있다고 했었나. 암튼 박근혜 일가를 당신의 일가 친척쯤으로 생각하심.
이와 관련해서 대선 때 썰이 있음.
엄마는 대선 후보로 박근혜가 나오자 들뜨고 신났음. 원래 뭐 숨기고 그런 거 안 되는 양반이라서 기뻐하는 게 눈에 훤히 보임.
반면에 작성자는 문재인이 아니면 나라 망한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음. 그러나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괜히 집안 싸움날 거 같아서 말도 못하고 있었음. 뭐 원래부터 엄마랑은 정치얘기 안 했으므로 엄마에게 일절 문재인 홍보 안 하고 있는데 투표 전날에 엄마에게 전화가 옴.


"작성자야. 엄마 누구 찍으면 돼?"
"응? 엄마 박근혜 찍을 거 아녀? 엄마 박근혜 엄청 좋아하잖아"
"이 세상은 앞으로 니가 살잖아. 그럼 니들이 좋아하는 사람 찍어줘야지"

그렇게 엄마는 문재인을 찍었음. 평소에 박근혜더러 불쌍하다, 나라만 생각하는 애국자다, 박근혜가 되야 나라가 산다던 양반이 결정적일 때 자식이 찍으란 대로 문재인 찍었음. 나중에 얘기들어보니 집안 어른들 중에 문재인 찍은 사람 울 엄마밖에 없었고, 울 엄마는 문재인 찍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가 어르신들에게 욕 먹었다고 함. 그때 엄마가 욕 먹으면서 한 말

"암만 박근혜가 좋아도 우리 자식들만큼 좋을 수가 있나"



솔직히 감동이었음. 엄마는 자신의 정치소신을 쉽게 버렸음. 평소에 자식들이 살 세상이면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봄. 결과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나는 엄마를 다시 봄. 

그 뒤로 엄마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하시면 얼마나 쫗겠냐만 여전히 종편과 막장 드라마에 빠져 정치를 잊고 지내심. 정치 관련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빼애애애애애액! 정치인들 하여간 다 사기꾼! 그래도 쓸만한 정치인 몇 명은 박근혜 주변에 있겄지, 와 같은 복창터지는 주장을 종종 하심. 작성자는 다시 또 엄마와 정치 얘기를 안하고 지냄.


그 사이 결혼해서 출가까지 한 나는 엄마를 자주 만나지 못했고 오늘 우연히 엄마와 만나 식당에서 밥을 먹음.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 밥 먹다가 갑자기 국정교과서 얘기가 나왔음.
"엄마 국정교과서 얘기 알어?"
"이년이..사위 앞에서 또 엄마 쪽을 줄라고..(울 엄마 원래 욕 잘함) 내가 언제 뉴스같은 거 보는 거 봤냐"
"전혀 모르는 구만?"
"모른다 왜!"
"박근혜가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쓴대. 지네 아빠가 잘못한 거 빼버리고, 친일파들이 잘못한 거 다 빼고 다시 쓴대"

갑자기 엄마가 불고기로 향하던 젓가락질을 멈추심. 그리고는 갑자기 버럭하시며 큰소리로 역정을 내심



"아니 지가 뭔대? 지가 뭔데 역사를 바꿔?"

나는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말했음

"걔 그거 할라고 대통령된 거야"

그랬더니 엄마 속사포로 막 쏟아냄.



"그거 완전 미친년이구만, 지 애비처럼 총 맞아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아니 뭐 총 맞는 게 별건 줄 알어? 지 주제도 모르도 계속 깝치다가 맞는 거여 총이라는 게.. 지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지. 어디 역사를 건들인다고.. 아하.. 지 애비처럼 맘대로 할라고 그러는 거구만. 보고 쳐 배운게 그 꼬라지라고.. 그 때야 국민들이 암 것도 모르고 순허니께 박정희가 하라는대로 하고, 못 먹고 배고프니께 고무신 한 짝이라도 주믄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면서 시키는 대로 했지,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디 지 애비가 했던 짓을 하고 앉았는겨. 그러라고 대통령시켜준 줄 아남. 아후 걔도 참 말년 볼만 허겄다"



순식간에 쏟아진 엄마의 랩이었음.
나랑 남편은 입 떡 벌리고 듣고 있었음.
분명 식사시간에 사이다는 시키지 않았지만 음식에 모두 사이다를 부은 느낌?


뒤 늦에 사위 앞에서 이미지 관리하시려고 조신한 척 물잔을 입에 갖다 대셨지만 댓츠 노노, 이미 늦었음. 돌이킬 쑤 엄쒀. 엄마의 갈갈한 성격은 이미 사위에게 뽀 to the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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