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은 적이 없었는데 그 믿음을 단 한순간에 바꾸어 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연애 경험이 보잘것 없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하는지 잘 모르는 저는 정말 무턱대고 적극적으로... 하지만 매사에 진심을 담아 그녀를 대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열정적인... 어떻게 보면 너무 적극적이었던 제가 부담스러웠는지 그녀는 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더군요. 그래도 저는 꾸준히 제 마음을 표현했고, 그녀도 싫지는 않았던지 잘 지냈습니다.
네... 사실은 어장관리 당하고 있었던 거예요. ^^ 그래도 저는 별로 힘들거나 아프거나... 그런 건 못 느꼈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어장관리를 많이 당해봤거든요. 이제는 이런 거에 익숙해졌다고 해야하나... 하핫... 좋은 건 아닌데 말이죠.. ^^;; 제가 여자들에게 이성으로 어필하는 그런 타입은 아닌가 봐요. 편한 사람, 좋은 오빠나 선배 뭐 전형적인 그런 사람이랄까요... 게다가 작업의 기술(?)과 같은 고난이도 문제해결력이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담되리만치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게 문제랄까요...
아무튼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구장창 어장관리만 당해오던 인생이라 '이번에도 이렇게 됐구나...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라는 참 설명하기 힘든 생각을 가지고 그녀와의 미지근한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크리스마스 쯤... 알게 됐어요. 그녀에게는 나 말고도 어장관리하는 남자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인기 많은 여자인 줄은... 또 어장관리의 고수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
아무튼 며칠 전 정말 우연히 그녀를 만났어요. 정말... 친구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찾아갔던 식당 옆자리에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서로 어색했는지 짧은 인사만 하고 옆테이블에서 식사하닥 그녀와 그녀 친구의 얘기를 본의 아니게 계속 엿듣게 됐죠.
그녀에게 이제 새 남자가 생겼나 봅니다. 그런 얘기들이 자꾸만 오고 갔어요. 게다가, 여러 남자들을 관리 해오던 그녀의 마음을 홀라당 뺏어간 남자인가 봅니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녀의 모습을 봤거든요.
식사는 코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덕분에 완전히 마음을 접을 수 있게 됐어요. ^^ 음... 별로 마음이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네요. 정말 좋아했는데...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때부터 이미 '나는 이 사람과 잘될 수가 없어'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해왔던 거죠. 그때부터 이렇게 끝나게 될 날을 조용히 기다려 온 게 아닐까 싶네요...
음... 크게 아프거나 심란하지 않아서 특별히 고민이랄 게 없는데 이 새벽에 긴글을 쓰게 되네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