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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보헤미안 랩소디
게시물ID : art_1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르트르
추천 : 5
조회수 : 63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11/10 12:12:01

보헤미안 랩소디
 
휴지통 속 웅크린 혈육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형상이 아닌 상태였다
 
붉은 빛이 고동소리처럼 창문을 타넘고 들어와
문지방에 부딪혀 조각나 없어진다
 
배설의 자유를 침탈당하다
몸 밖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간다는 것
그것은 불결하지 않은 쾌락
 
아버지는 근엄하지 나의 자식들아
지난밤 흘린 아버지의 피들아
내가 마셔버린 충동들아
 
어머니 사람을 죽였어요. 제 아비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아버지의 피가 뱃속으로 들어가요. 혀가 비릿해지죠. 아버지의 사타구니를 강하게 씹었어요. 어젯밤 떠돌이 고양이가 배꼽을 핥고 주인 잃은 그림자는 부유하죠. 어머니 이제 막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는데요.
 
내 안에 있던 아버지의 기억
온 몸을 돌다 식어버린 피 내가 마실 피
어디선가 묻어 왔을, 모래알만한 부정
부정은 긍정의 패밀리어
아버지는 나를 부정했다
난 부정에서 태어난 긍정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오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을 돌고
난 아버지를 돌고 아버지는 그 위의 아버지를 돌고
이발소 피씨(氏)는 어제 장가를 갔다는데
피씨의 마누라는 배가 남산만 하게 불렀다는데
아빠가 된다고 울부짖던 이발소 피씨는
연신 '젠장'을 외치고 칼을 집어 들었던데
스카라무슈, 스카라무슈
광대춤이나 출까
 
나는 당신처럼 시원스럽게
뱉어낼 수 없어요
 
나는 혹여나 그것처럼 버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휴지통 속 쪼그리고 앉아있는 참치 캔처럼
납작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
사실 나는 찢어진 콘돔이었나
 
아버지의 배를 오목하게 만지다가
배꼽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탱탱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헛구역질을 석 달째 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실랑이의 끝을 보고 싶다 그대로 얼어붙고 싶다
난 꼭 누군가와 닮아버린 얼굴을 도려내고
두 팔을 잘라내고 두 다리를 끊어내고
도태되기를 원했다
손에 들린 머신건에는 피가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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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 3~4년 전 쯤? 에 쓴 시로 기억합니다.
관념으로만 이뤄진 시.....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여튼 그렇습니다. 
약간의 수정을 해봤지만..한 번 버렸던 시라(그러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ㅠㅠ)
그런지 잘 안고쳐지네요.

제가 강한 시, 관념 시, 나만 아는 시, 공감되지 않는 시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이 녀석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 녀석과 비슷한 류의 시만 주구장창 써왔었죠.
이게 나만의 방식이고 이게 내가 소통하는 길이고 이게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하지만...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구요. 읽히지 않는 시는 시로서 가치가 없다.
읽히려면 공감해야 한다. 결국 시는 내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 아파. 씨발 졸래 아파. 죽을 것 같다고. 누가 좀 알아줘.
이걸 시로 쓰는 거죠.
누군가....내 시를 보고...내게 와서..나를 보듬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그 누군가가 대중이었으면
또 내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적어도 저는 그래서 시를 씁니다.
그래서 위 시를 마지막으로 나만 아는 시.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4년이나 걸려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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