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논란이 일어나면서 온라인에서는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말쌈이 한창이다. 흡연자가 국민건강을 해친다느니, 흡연자도 권리가 있다느니 하면서 꽤나 시끄럽다. 양쪽 다 맞다. 흡연자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피 본다. 또 흡연자 역시 남의 흠연권을 해치지 않는 한 흡연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쌈박질은 사실 부질없는 짓이다. 화살은 딴 곳으로 돌려야 한다.
국민건강을 악화시키고, 백해무익하고, 마땅히 사회에서 추방시켜 버려야 하며 그래서 담배값을 하루아침에 천원씩 인상해서라도 국민들로 하여금 담배를 끊도록 만들어야겠다고 하는 정부. 이 정부를 향해 2002년, 다국적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는 네트워크 NATT는 '말보루 맨(Malboro Man)'이라는 상을 줬었다. 다국적 담배회사들과 쌈하는 단체가 한국이 하는 꼬라지를 보고 비아냥댄 셈이다. 그럼 얘네들은 왜 한국을 비아냥댔을까? 얘네들이 밝힌 한국의 말보루 맨 선정사유는 이렇다.
"한국이 규제협약의 이행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에 담배회사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NGO에 대해서는 협약 이행을 감독할 수 있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무슨 얘기냐. 담배를 규제하자고 협약하는 자리에 담배회사를 낑궈야 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런 협약을 이행하는지 안 하는지 NGO가 감독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단다. 누가? 바로 한국 정부가. 이처럼 한국정부가 담배회사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해주니 NATT는 한국을 말보루 맨이라고 놀려먹은 거다. 이게 오래 전 일도 아니구 바로 3년 전 일이다. 여기에 또 재밌는 자료가 있다.
작년 말 담배값 500원 인상으로 2005년 초기 국내흡연율은 줄었다. 흡연자 중에 8.3%가 담배값 인상 때문에 금연 하였다는 보건복지부의 통계 리서치가 국정 브리핑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헌데 현재 담배 판매량은 오히려 회복세에 있고 증권 시장에서도 KT&G관련 주식은 호가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걷어 들인 세금은 어떠한가. 국내 흡연율은 줄었지만(2004년 12월 57.8% 2005년 3월 53.3%(중앙일보 3월 28일자)) 담배값을 올린 덕에 걷어 들인 세금은 올 한해 7조원으로 오히려 기대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니 흡연자들이 구태여 담배 많이 안 펴줘도 된다. 내년엔 담배값만 더 올리면 세금은 훨씬 더 많아지거덩. 그리고 그 돈은 국민 건강과 보건에 쓰기보다는 국민 연금도 지급해야 하고(근로소득 42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확대(12월 12일자)), 교육도 하고, 지방세도 하고, 저소득층 지원도 하고 정부 부처 재원으로도 써 먹는 등 딴 데 쓸 곳이 많다. 그러니 굳이 흡연자들한테 관심 쓸 필요 있겠나. 어차피 세금 메꿔주는 최고의 봉인데.
담배값을 천원 인상하든, 이천원 인상하든 인상할 이유가 있다면 인상해야 한다. 그러한 결정이 정말 흡연자들과 전체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그처럼 모아진 돈이 효율적으로 흡연자들과 국민건강을 위해서 쓰인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껏 보아온 정부의 모습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이 정하는 여러 가지 담배관련 규제 중에서 다른 규제 사항은 제쳐두고 오로지 담배값 인상만 채택하는 정부, 외국 나가서 담배회사 대변인 노릇하는 정부, 그리고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흡연관련 사업을 하기보다는 다른 살림 꾸려가는데 재미들인 정부. 그리고 흡연자를 금지, 처벌, 소외시켜서 범죄자 취급하는 정부였다. 이게 그간 흡연자들에게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다. 세금의 원천은 국민이나 쥐어짜듯 걷어 들이면 장땡인지 아는감? 흡연자들의 돈은 정부의 쌈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이 아니다. 필요하면 바지춤에서 마구 꺼내 쓸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