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미투 운동의 전초격으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폭로 운동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말 그대로 해시태그를 달아 문단 내 문인들에 대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운동이었습니다. 미투 운동의 취지가 실명을 내 걸고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운동이었다면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의 당사자들은 철저하게 익명이었습니다. 와중에 탁수정이 ‘책은탁’이라는 닉네임으로 무차별적인 폭로들의 허브 역할을 했습니다. 탁수정 스스로 저의 성희롱 피해자임을 자처하면서 이를테면 “나한테잘해”(대개 이 당시 폭로를 하던 트위터 계정이 이런 식의 닉네임을 사용했습니다.) 와 같은 계정이 A 문인 B 문인 C 문인 등에 대한 성폭력 가해 사실을 폭로하면 무차별적으로 탁수정이 ‘책은탁’ 계정으로 퍼 나르고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때 탁수정을 취재해서 방송으로 내보낸 게 손석희 씨가 사장으로 있던 JTBC였습니다. 대체로 탁수정은 ‘박진성 같은 가해자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해서 시를 쓴다, 그걸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탁수정은 ‘박진성 시인의 제자’로 방송에 목소리로 출연을 했습니다.
이러한 탁수정의 인터뷰가, 손석희 씨가 제게 가한 1차 가해입니다. 이 인터뷰를 포함한 불법, 허위 보도로 인해 JTBC는 400만 원의 배상을 해야 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보도가 명백하게 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보도였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2차 가해
2018년 1월 경 JTBC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에 ‘미투 운동 열풍’이 일어났습니다. JTBC 손석희 씨는 자신의 앵커브리핑에서 한 권의 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참고문헌없음>. 2016년 #문단_내_성폭력 폭로들과 그 폭로들을 지지하는 여성 문인들의 글을 엮은 책입니다. 물론 그 책은 탁수정의 글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허위로 드러난) 저에 대한 성폭력 폭로 글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손석희 씨가 그 책을 들고 뉴스룸에서 어떤 워딩을 썼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미투 운동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문단_내_성폭력 폭로 운동이 있었다’와 같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손석희 씨는 당당했고, 정의로워 보였고, 그 책에 실린 글의 진실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그때는 모두가 그런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손석희 씨가, 언론인 신뢰도 1위를 자랑하던 손석희 씨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저로서는 그 책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 책이 소개될 때 즈음 저는 막연히, 저러다가 손석희 씨가 탁수정을 뉴스룸에 초대할 수도 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사이 ‘경향신문’은 1면에서 탁수정을 ‘미투운동가’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3차 가해
TV를 보는 내내 소리를 지르면서 울어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탁수정을 초대해서 손석희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무고했던 여성 포함 허위 폭로자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실제로 저에 대한 무고를 독려하고 사주했던 탁수정입니다. 제가 음독 자살을 시도해서 병원에 실려갔을 때 내가 실제로 병원에 갔는지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병원 영수증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던 탁수정입니다. 저의 자살 시도 자체를 조롱하던 탁수정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 시인을 타켓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성범죄자로 지목하던 탁수정입니다.
심장에 실금이 그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혈관이 전부 다 터지는 듯 아팠습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소리 없이 울다가 끝끝내 소리를 지르면서 울다가 실신했습니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던 손석희 씨는, 정작 ‘진짜 피해자’의 눈물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습니다.
4차 가해
탁수정과의 인터뷰가 나간 후 JTBC 뉴스룸은 다시 한 번 탁수정을 소환했습니다. 뉴스룸에서 인터뷰했던 여성들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스룸에서 말하는 탁수정의 2차 피해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탁수정 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서 처벌을 받았을 뿐인데 마치 허위 사실 유포자 취급을 받는다’. 명백한 거짓말이었습니다. 탁수정은 이 모 시인을 성폭행범으로 낙인찍어 공개적으로 비난하다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을 받았었습니다. ‘반성문을 쓰는 조건으로 그 기소를 유예한다’ 라는 검사의 처분이 있었습니다. 탁수정은 그 죄의 댓가로 이 모 시인에게 700만 원의 손해배상도 해야 했습니다.
‘팩트체크’를 그 기치로 내 건 뉴스룸에게 팩트체크 따위는 남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처음으로 손석희 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었습니다. 당연히 사과는 없었습니다. 또 혼자 울어야 했습니다. 이 모 시인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5차 가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JTBC 계열사 언론 ‘트리거’가 또 의혹 제기를 했습니다. 탁수정 씨를 또 인터뷰했습니다. 제가 탁수정을 성희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보도를 접하고 즉각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탁수정은 저에게 당했다는 성희롱 피해를 두 군데에서 기술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사실마저 다르게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한 군데(<참고문헌없음>)에서는 내가 “손을 잡았다”, 라고. 다른 한 군데(<문학과사회 2016년 겨울호>)에서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 라고. 제가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또 많이 울어야 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허위’로 판단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저에 대한 최초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탁수정에 대한 건에 대해 심리가 이루어졌고 민사 합의 재판부는 탁수정의 성희롱 폭로가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승소할 수 있었고 정정보도문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손석희 씨는 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사과는 안 하실 겁니까.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저에게 있었던 모든 일의 중심인 손석희 씨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사과는 용기입니다.
손석희 씨. 당신이 바로 ‘적폐 언론인’입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필요한 제도입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저의 시집 <하와와, 너에게 꽃을 지켜주려고>가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습니다. 한 권, 두 권씩 더 사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시집을 베스트셀러 맨 꼭대기에 올려 주십시오. ‘박진성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라는 ‘팩트’를 손석희 씨에게 선물로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