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층에 산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나 혼자이지만, 간혹 사람과 마주칠때가 있다. 그런데 보통 내가 20층을 누르면 어떤 사람은 5층을 누르고 어떤사람은 12층을 누르고 이러는데 내가 20층을 누르면 19층이나 18층을 누르는 사람이 있다.
아니 뭐 거기 사는 사람이니까 누르겠지 뭐.
그런데 가슴속 아주 깊은 한구석에서는
'그럴거면 그냥 20층에서 내려서 걸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리고 그게 맞는 생각도 아니다. 그냥 생각뿐이다. 아무튼지간에 오늘도 간혹 마주치는 낯선이와 마주했다. 굉장히 술을 많이 마신 내 또래의 30대였다.
그양반이 비틀거리며 18층을 눌렀고 난 20층을 눌렀다. 대충 그러고 올라가고 있는데 그양반이 대뜸 중얼거렸다.
"이.. ㅆ팔... 아니... 18층에서... 걸어올라가지... 살빼요 좀 ㅆ팔..."
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용기가 하늘을 찌르네. 이걸 입밖으로 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