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개월간의 식당생활로 인해 다져진 기적의 서빙능력과
더불어 칼드는 솜씨의 일취월장을 하루하루 경험하는 요즘
어제는 남의식당 가서 밥먹고 오늘은 내식당에서 일해야하는
기적의 휴일 그 끝과 잔인한 출근날의 시작이 불만스러운데
오늘은 출근도 불만스럽고 토요일이고 하니 식당노동자가 느끼는
평균적인 손님난이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림차순으로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손님이라고 보면 된다.
난이도 하하급
1. 20대 남자 손님 솔로잉
많은 말이 필요없다.
본인이 원하는 것 하나만 주문한다. 먹는다. 계산한다. 나간다.
끝. 간혹 주문이 좀 늦어져서 쭈뼛쭈뼛 저어 죄송한데... 라고 하면
'아... 갠차나여...ㅇㅇ' 하는 정도. 매너좋고 깔끔하다.
2. 20대 여자 손님 솔로잉
이 경우도 별로 많은 말이 필요없다.
본인이 원하는 것 하나만 주문한다. 먹는다. 계산한다. 나간다.
끝. 간혹 주문이 좀 늦어져서 쭈뼛쭈뼛 저어 죄송한데... 라고 하면
'아 징-짜여? 빨리주세여 아핳하' 하는 정도. 매너 좋고 깔끔하다.
3. 3~40대 남자 손님 솔로잉
말도 별로 안하고, 대체적으로 뭔가 자신의 직업 그 굴레에
찌든듯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탕하나요'
착석하자마자 음식이 나오고 헐레벌떡 먹은 뒤에 헐레벌떡 계산하고
나간다. 짠하다. 아빠 화이팅. 음식값은 할인해주지 못하지만
나중에 고기드시러 오세요. 서비스 드릴게요.
이 경우 주문미스 혹은 주방딜레이로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경우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저은하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하고 읍소하는 자세로 나가면 대부분은 살려준다.
살려주지 않으면? 아직까지 그런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
아참, 우리식당이 뭐 빈번하게 주문이 늦고 그러지는 않다.
다만 손님이 화나는 몇 안되는 경우를 상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보니
음식이 늦는 경우가 나온 것 뿐. 우린 음식 빨리 나온다. 오해마시라.
4. 3~40대 여자 손님 솔로잉
주문도 조근조근. 식사도 조근조근.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는 시간이 위에 열거한 세 분류보다도 길지만
특이사항이 너무너무 없을정도로 모든게 다 조근조근함.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조근조근함. 계산할때 마주치지 않으면 언제나갔는지도
모름. 리얼로 바람처럼 사라짐.
난이도 하급
1. 20대 남녀 듀얼파티
들어와서 주문하는데 시간이 늦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남자가 머먹을까? 하면 여자가 '음잠깐-만' 하고 메뉴를
막 고르기 시작하는데 그때 난 속으로 '아니 어차피 너네가 먹을
메뉴는 정해져 있어요' 하고 생각하면 백이면 구십은 그 메뉴를 고른다.
왜냐면 그 고기가 둘이 먹기에 약간 모자라거든. 그리고 당신들은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차돌된장찌개와 밥 두개를 주문하겠지.
"저희 주문할게여~"
알아요. 안하셔도. 난 당신들이 뭘 주문할지 알아요.
열심히 주문을 받는 척 하지만 이미 다 적어놨기에 주문서 밑에
오늘 퇴근해서 돌아야 하는 던전목록이나 적는다.
그거 주문 안하면? 뭐 새로 적으면 그만이다.
간혹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맥주 한병 넘어가는걸 본적이 없다.
아 아니다! 한번 딱 한번 본적 있는데 20대 남녀 둘이서 소주 다섯병을
넘게 마시고 명보극장포르노를 찍고있길래 너나가 시전한적은 있다.
모텔을 가!! 모텔을!!!
2. 5~60대 부부일심동체 파티
누가봐도 부부이고, 부정하는 순간 십계명 적힌 돌로 머리 후려쳐질거같은.
정말 누가봐도 부부인 사람들. 들어오자마자 단품 메뉴(등심 or 갈비살) 하나 주문.
20대 남녀 듀얼파티와 마찬가지로 간혹 술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맥주
한병 혹은 소주 한병을 넘어가기 힘들다. 대부분은 술을 안마신다.
이 경우 남자가 눈치를 보며 '참... 참이슬 빨...빨간거 하나...' 하고 주문
할때가 있는데 여자가 일리단 눈빛광선으로 입구컷할때가 대부분이다.
술을 못마신 남자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맛있는 소고기를 우울하게 먹는다.
왜 이파티가 난이도 하급이냐면, 말도 없고 술도 거의 안마시고 등심 한두덩이
구워먹고 그냥 된장찌개 먹고 나간다. 세상 냉정하다. 사이좋은 부부는
소주 한두병씩 먹고 나간다. 보기좋다.
난이도 중급
시작하며
사실 이렇게 생각하기 싫은데 난이도 하하급, 난이도 하급의 손님들이
이 요식업계의 평균치라면 식당일 하면서 아무도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자영업자들의 평균 스트레스 지수는 매우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이도 중급에 분포한 이 손님들이 전체 파이의 약 30프로를 차지한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그게 아니다. 난이도 상급에 속하는 손님들이 전체파이의 약
30퍼센트를 또 차지한다. 그리고 난이도 불지옥의 손님들이 전체파이의 30프로를
또 차지한다.
그럼 저 밑에 난이도 하급, 하하급은 뭐냐고?
그런 손님은 전체파이의 10프로 아래다.
그래, 식당노동자가 느끼는 평균적인 손님난이도 라는 제목의 글은 사실 낚시성
제목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그 심연으로 들어갈 것이다.
부탁이니, 만약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장사 하하호호 하고 강식당같은거 보고 혹은
드라마 만화속에 나오는 평화로운 식당 생각하면서 창업을 준비중인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하시길 간절히 빈다.
쉽게 생각해서 이런거다. 대중매체속에 나오는 식당이 아름다운건,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포장하고 미화시키기 위한 것 뿐이다. 우리는 이제 지옥 입구로 들어간다.
오늘 이 글을 개진한 것은 사실 중급부터의 썰이 기가막히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나는 재미없다. 이 글을 보는 당신들은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고통을 남들의 재미로 승화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케이스와 연령대별 중급~ 불지옥급 난이도의 설명이 너무 길어 글을 몇부작으로
쓸 예정이다.
1. 6~70대 솔로잉 남자 손님
case 1.
일단 오자마자 탕 하나와 소주 하나를 시킨다.
남자인 내가 서빙을 하면 인생이야기로 시동을 걸며 젊은놈이
똑바로 살라고 훈계를 하는데 아니 그럼 난 지금 뭐 갈지자로 살고있어요?
누가 누구보고 똑바로 살라는거야.
여자인 다른 직원이 서빙을 하면 손이고 어디고 아주 만지지 못해서
환장났는데 한번은 하도 빡돌아서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하고 출동했더니
엄험허음 하면서 안그런척 밥만 먹고 나감.
case 2.
탕에 고기가 적다. 국물이 적다. 하면서
온갖 야지란 야지는 다 놓음. 처음에는 국물을 좀 더 갖다준다던지
간을 맞춘다던지 하는 정성스러운 방법으로 worth를 잠재우려 했는데
그 분노는 인간계의 것이 아니였다는걸 깨닫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그건 단지, 나는 항상 화가 나 있거나 짜증이 나 있으니 너희가 내 기분을
맞추어라 하는 황천심연의 것이여서, 이제는 맞짜증을 내거나 아예 침묵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함.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야야 이리와봐라' 하는거에
면역된건 아주 오래전의 일.
그런데 재미있는건 계산할때가 되면 귀신같이 공손해지며
'내가 나이가 들었는데 탕이 너무 먹고싶어서' 를 시전하며 돈 오백원이 모자란것을
퉁치려고 드는데 처음에야 '어르신 그러시면...' 했지만 지금은 눈을 내리깔며
'카드주세요' 함.
그럼 숫제 다시 그 짜증나는 표정으로 돌아오며 '쳇'하는 표정으로 카드를 내밀음.
시트콤이냐고.
case 3.
비싼드립의 황제.
우리 고기집은 탕을 파는데, 탕이 굉장히 싸다. 내가 탕을 만들때 고기를 손질하는
입장이라서, "아니 이렇게 만드는데 가격을 저렇게 받는다고?" 싶을정도로 싸다.
당신이 먹는 탕 한그릇은 나의 눈물과 피로 이루어져 있다 하하!
뭐 아무튼, 그렇게 만든 탕을 손님이 잘 드셔주면 나도 뿌듯하고 좋은데
꼭 계산하고 나가면서 '이집은 탕이 비싸' '이집은 술이 비싸' 하는 케이스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하하 저희는 싼편이에요' 했는데, 어디와 비교해서 비싼지 물었을때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
-마트 소주 한병 값
두 가지와 비교하는 사람을 마주한뒤로는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그럼 집에가서 드세요.' '그럼 가게가서 사드세요' 한다.
그래도 너무 남겨먹는다는 말에 '나가 다나가 ㅆ발' 시전할뻔 했다.
2. 4(3)인가족 패밀리파티
대부분 이 경우 난이도 중급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형으로 난이도 상급이 되느냐 불지옥이 되느냐 하는
분기 시나리오 강제선택형 케이스가 있는데 대부분은 중급선에서 컷되곤 한다.
가장 최근 난이도 불지옥을 겪었는데 이건 불지옥편에서 설명할까
하다가 그냥 여기서 썰을 좀 풀어보려고 한다.
유형1. 황천지옥의 언어파괴 주문술사
4인가족은 꽤 괜찮은 고기를 시켜 먹으며 탕 두개로 마무리를 한 뒤 나간다.
그러나,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는 순간 매의 눈으로 매장을 활보하던 내가
까투리되는건 순식간이다. 뭐 그건 나중이야기고, 대부분의 의견충돌로 인해
벌어진 주문미스가 내 탓이 되는건 순식간이다. 예를들어 자식이 음료수같은걸
시켜서 갖고왔더니, 부모가 '우린 안시켰어요' 라고 하고, 자식은 '내가 시켰어요'
라고 하는데 부모는 '애가 주문을 하면 우리한테 물어봤어야죠' 하고 뜬금
나를 저격하는 와중에 자식은 빡이 칠대로 쳐있고 그 화는 내가 받아야 하고,
나는 언어를 잃어버린 듯 어버법ㅂ버 하다가 콜라를 들고 쓸쓸히 돌아서는 경우.
물론 지금은 면역돼서 언어저주나 슬로우에 걸리지는 않는다.
다만 일정확률로 광폭화에 걸릴 뿐.
아니 아줌마. 앞에서 다 듣고있는데 가져오니까 그렇게 말하면 뭐하자는거에여.
뭐 결국 마무리는 별거없긴 하지만, 이런식의 빡침도 난이도 중급에 불과하다.
유형2. 유명무실한 식당의 어림없는 반찬학살자
제일 짜증나는 유형중 하나이지만, 이 역시 난이도 중급에 불과하다.
보통 기본 반찬이 나오고, 나머지는 셀프로 먹는 시스템인데 이 때 기본반찬은
조금 부족할 정도로 나온다. 아니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손님은
생각보다 반찬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 그 양이 다가 아니다. 먹고싶다면
언제든 셀프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먹으라고 했지 원하는 만큼 떠가라고 한 적은 없다.
이 둘의 차이가 뭐냐면, 솥째로 들고가서 먹어도 다먹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원하는 만큼 떠가놓고 원하는 만큼만 먹는다.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산더미같이 샐러드를 쌓아 자리로 가져간것은
그사람의 의지다. 그런데 그만큼 가져가놓고 한젓가락 먹고 말아버린다.
상추를 왜 저렇게 많이 가져가나. 장사하려고 그러나. 싶을정도로 많이 가져가놓고는
두장 먹고 말아버린다. 나머지는? 음식물쓰레기통 직행이지 뭐.
'아저씨 저 이 버스 중간에 어디에서 서여?'
'응 음식물쓰레기통 직행이여'
'아 중간에 사람 위장에 안서여?'
'아이참 내릴라믄 아까 내렸으야지 줄을 잘스든가! 못세워!'
이건 사실 난이도 상급 편 5~60대 아줌마 6인 파티에도 적용되는 건데
치우기 힘든건 둘째치더라도 제발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먹을만큼만 떠가자.
2. 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