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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다리가 넷 아니 뜬금없이 두통이 생겼다. 혹시 생일날 선물 안사줬다고 나 자는사이에 몰래 뒷빡 갈긴건 아닌가 하고 와이프를 추궁해봤지만 지는 결백하댄다. 내년 생일도 쌩까야지 하고 소심하게 다짐하면서 냅뒀는데 계속 두통이 사라지질 않는 것이다.
참다 못해 동네 약국에 갔더니 약사 아재는 쿨하게 두통약을 던져주더라. 허나 두통약을 먹어도 그때 뿐 여전히 두통은 심해져만 갔다.
이등병의 남은 군생활마냥 두통이 계속 사라지지 않자 일주일째 지속되던 날 결국 회사 근처 아무 내과에 들렀다. 의사 아재는 내 설명을 차근차근 듣더니 갑자기 윗도리를 벗으랜다. 그러고는 내 등 뒤로 가서는 등짝 등짝을 보잔다. 머리아프다는데 웬 등짝이지 이게 뭔 피카츄 파이어볼 쏘는 소린가 내가 역시 마성의 게이라서 노말벡터도 바이노말벡터로 만들어버린건가 싶었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의사 아재의 눈빛에 그만 등짝을 내주어버리고 말았다.
비루한 내 염통은 눈치도 없이 쫄깃해지며 발랑발랑 거리던 순간 아재의 보드라운 손길이 내 등짝과 목덜미를 어루만졌고 나는 그만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아프다. 분명 갱킹을 갔는데 뜻하지 않게 렝가에게 부쉬칼빵을 맞고 갱승당한 것 마냥 뜻하지 않게 아프다. 분명 머리가 아파서 병원엘 갔는데 등짝이 아프다.
알고보니 이유인 즉슨 이러했다. 나는 사실 머리가 아픈게 아니라 등짝이 아픈거였다. 신경이 등짝부터 머리까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등짝 근육이 뭉쳤는데 애꿏은 머리가 아팠던 것이였다. 그러니 두통약을 쳐먹어봤자 발업 안한 저글링마냥 스팀팩 없는 마린새끼마냥 골골댔던 것이였던 것이였다.
의사 아재의 안내대로 피카츄 전기 공격으로 등짝을 몇 분 맛사지 해주니 두통이 대통령 선거 공약같이 말끔히 사라졌다.
마냥 신기했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곰이네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니 의사 아재는 훌륭한 필드 엔지니어였다. 비록 내 몸뚱아리는 신이라는 개발자가 자연의 섭리라는 거대한 플랫폼 하에 만들어낸 것이지만, 의사 아재는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있는 통찰력으로 내 몸뚱아리를 너 로맨틱 성공적으로 디버깅 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눈빛은 자신감에 차있었으며 나는 그 자신감 넘친 눈빛에 매료되어 등짝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나는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코딩을 해왔는가? 난 그저 머리아프다고 무조건 두통약을 내어준 동네 약사와 다를 바 없이 디버깅하지는 않았는가?
많은 고민을 하고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두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