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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서 침 맞고 온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885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56565
추천 : 12
조회수 : 2410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20/11/26 14:13:52

별건 아니고 예전 편도 절제술 후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많아서 한의원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제 자고 일어나니 왼쪽 어깨가 아파서 병원을 갈까 말까 하다가

 

이틀째인 오늘도 영 좋지 않길래 침 맞으러 가기로 결심함

 

우리동네 한의원 검색하니까 맘카페 게시글이 몇개 보이길래 추천하는 곳 가기로 했다

 

바이럴이어도 이만치 돈썼으니 잘하려고 노력하겠지라는 마인드

 


 

가기 전에 중대한 고민에 빠짐

 

'겨털을 밀어야 하나?'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여자가 아픈 쪽 겨털만 밀고 갔다가

 

양쪽 팔을 다 들게 하는 바람에 아수라백작으로 기억되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글이 생각남

 


 

의사 선생님은 나의 겨털엔 관심이 없겠지

 

관심 있더라도 모른척 해주실거라는 믿음으로 그냥 갔음

 

1년전만 해도 당연히 밀고 갔을텐데 나이가 들었다는게 이런식으로 실감날줄이야

 

도착해서 초진카드를 작성하고 있는데 내 뒤에 왔던 사람들이 이름만 대고 먼저 접수할 때 뭔가 세상의 불공평함을 느꼈지만

 

나는 이제 침도 맞는 어른이니까 쿨하게 신경 안쓰기로 했다(사실 오늘 일정이 이거뿐이라 남는게 시간이었다)

 

 

 

 

양의원 물리치료실에 있을법한 작은 침대랑

 

그 위로 자이글 같은게 붙어있었다

 

속으로 'ㅋ저거 키면 나 돼지 직화구이'라고 생각함

 

이름은 어쩌고 찜질기였다

 

뒤가 찍찍이로 되어있는 옷을 주고 상의를 갈아입으라길래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었는데 머리 안감은거 가리려고 쓴 볼캡에 걸려서 부우욱하고 다 찢어졌다

 

아이고 의미없다

 

그래서 앞으로 팔 두짝 끼운 다음에 주섬주섬 다시 붙였다

 

 

 

한의사 선생님이 와서 어디가 아프냐고 해서 짚었더니

 

"오잉 보통 거기말고 요기가 아픈데요"라고 다른곳을 짚어주심

 

"엌 거기도 아파요"하니까 부항이랑 무슨침 놔주신다고 하셨다

 

뭔가가 도도도하는 느낌이 들었고 등이랑 어깨쪽은 하나도 안아팠음

 

근데 목에 침인지 한의학에서 쓰는 롱소드인지 뭘 꽂으니까 갑자기 엄청 뻐근해짐

 

 

 

순간적으로 예전에 봤던 홍콩 무술 영화가 생각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힌적이 있나 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부항 뜨고 자이글 켜주셔서 나는 무사히 돼지 직화구이가 되었음

 

의사샘이 "팔은 쓰지 마시고요 운동 하고 싶으면 걷는건 하셔도 돼요"라고 해주셔서

 

마음속으로 'ㅋㅋ걷는 것도 안할건데'라고 생각했다

 

 

 

다 끝나고 찜질도 해주시고 파스도 붙여주셨는데

 

이틀 더 오라고 하셨음

 

집에 와서 솔직히 효과도 모르겠고 뭔가 더 아파진 기분이 들어서

 

젠장 맘카페 바이럴에 당했나 할 때 쯤 갑자기 하나도 안아파졌다

 

마비 된 거 같기도 하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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