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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흑돼지에 대한 환상
게시물ID : cook_1888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ndagun
추천 : 10
조회수 : 3214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10/02 12: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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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가끔 제주도 가면 흑돼지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흑돼지는 제주 토종이고, 그 곳에서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맹신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제주도 및 내륙 지방에서 먹는 대부분의 흑돼지는 제주 토종이 아닙니다.  참고로 토종닭도 마찬가지입니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1&contents_id=101296
 
 우리나라 토종 돼지, 닭의 경우 외국 종보다 싸이즈가 적고 새끼도 많이 낳지 못 합니다. 그러다보니 일제 강점기 때 자연스럽게 자의반타의반으로 점차 외국 종과 번식시켜서 새끼를 낳게 했고, 덕분에 토종 흑돼지는 지금 천연기념물이 될 정도로 그 수가 급감했습니다.
 
 따라서 제주 흑돼지라는 말은 내륙에서 자란 육우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 하네요. 흑돼지 품종 자체는 우리 토종이 아니라 흑돼지라 불리는 버크셔일 뿐이고, 내륙에서도 버크셔는 사육하는 곳이 종종 있습니다. 지리산 흑돼지가 유명하죠.
 
 맛 차이는 횡성한우라 안동한우 구분할 입맛의 소유자가 아니면 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제주 흑돼지는 두껍게 잘라서 뭔가 다른 거 같지만 그건 고기의 차이가 아니라 굽는 방법의 차이일 뿐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핑크색 돼지든 제주 흑돼지든 그렇게 구워서 먹으면 그런 식감이 날 뿐입니다.
 
 심지어 서울의 경우 이런 근고기 스타일의 고기가 유행하고 있고, 제주만의 노하루라 불리는 굽는 방법도 꽤나 알려져서 실상 제주에서 먹는 흑돼지에 대한 메리트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이러니한 게 제주 흑돼지의 검은털입니다. 이게 원래 삼겹살로 하면 털이 대부분 제거되어 제공됩니다. 그런데 오겹의 경우 두 겹을 덜 제거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데 그러다 보니 검은털이 송송 박혀 있죠.
 
 이걸 좋다고 손님들이 먹는 데, 그래봐야 돼지 털입니다. 만일 음식물에 주방장 콧털이 떨어져 있으면 아마 일부 손님들은 클레임 걸고 대부분의 손님은 기분 나빠하겠죠.
 
 그런데 이상하게 음식물에 박힌 돼지털은 이해하고 좋다고 먹습니다. 돼지털이 무슨 보약도 아니고, 어떠한 영양가도 없는 털일 뿐인데, 콧털은 분노하고, 돼지털은 좋아하니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이유는 아마도 불신시대라 그런 거겠죠. 이게 흑돼지인지 핑크돼지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 검은털로 신뢰를 줄려는 거 같은 데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네요.
 
 
 
IMG_20151217_17591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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